북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때때로 ‘한반도 위기설’이 찾아와야 비로소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우리는 북한 젊은 통수권자의 외모, 격앙한 북한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 같은 것들을 익히 알고 있다. 지금 보는 북한의 이미지들은 남한에서는 전쟁, 전체주의, 폭력, 독재처럼 이미 과거가 된 것만 같은 어떤 기억들을 현재로 소환하는 매개다. 북한은 쉬운 농담이고, 조악한 이미지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은 한국의 어두운 과거, 어디엔가 도사린 공포이자 현재 진행형의 불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