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그간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왜곡된 외모의 기준을 주입받으며 살아왔다.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미디어 속 모델들의 외모를 기준 삼으며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고통을 준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는 그러한 평가 기준에 상관없이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포용해주지 않는 사회환경에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르네’ 역의 에이미 슈머

2018년 개봉해 24만 관객을 동원하며 넓은 공감을 모은 영화 <아이 필 프리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설정한 불합리한 기준에 맞서는 올곧은 태도를 만들리라 애쓰며 나아가는 영화다. 무엇보다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전체를 한 치의 지루함 없이 채워가는 에이미 슈머의 충만한 에너지가 이를 너끈히 뒷받침한다. 에이미 슈머는 그간 끊임없이 지속되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들, 공개적으로 몸매를 평가하는 주제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코미디를 통해 꾸준히 언급해왔고, <아이 필 프리티>의 취지에 공감해 캐스팅에 적극 응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 누가 봐도 예쁜 기분. 온 세상이 나에게 마음을 여는 기분. 당신처럼 생겨야만 알 수 있는 거잖아요.”(르네)

르네는 자신이 동경하는 몸매를 가진 ‘맬로리’(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를 보며 “딱 한 번만이라도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며 부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그는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고 센스 있고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외모에만 집착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몸매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평소처럼 다이어트를 위해 등록한 헬스클럽에서 스피닝을 하다 기구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는 갑자기 전에 없던 자기만족에 빠져 완전히 다른 삶의 국면을 맞이한다. 이어 자신감 하나로 명품 화장품 회사 ‘릴리 르클레어’의 얼굴인 데스크 업무에 지원해 합격하고, 일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주저 없이 현실과 부딪히는 충만하고 대담한 나날들을 이어간다.

재미있는 설정은 실은 르네에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이다. 르네는 실제로 외모가 바뀐 게 아니라 그렇다고 믿을 뿐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마법과도 같은 변화의 ‘유효기간’이 다하고(다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침으로써), ‘환상’ 속에서 깨어났을 때, 르네는 본래의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전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칠 수 있었던 이유도 자신이 ‘예쁨’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깨달은 르네는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한 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을 옭아맸던 딜레마를 한 겹 벗겨내고 “나로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외친다.

“어린 소녀일 땐 배가 나오든 엉덩이가 팬티를 먹든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넘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의심하게 돼요. 누군가 중요한 것들을 규정해주고 그 울타리에서 자라죠. 그리고 수도 없이 자신을 의심하다가 결국은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려요. 우리가 그런 순간들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것보다 강했다면 어땠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르네는 릴리 르클레어의 새로운 라인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무대에서 사람들을 향해 호소한다. 영화는 ‘뻔한 스토리’라는 안 좋은 평도 들었지만, 이 스피치 장면을 보고 있자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찡해지거나 눈물이 난다. 그간 우리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사회의 고정된 시선에 부단히 억압받아왔다는 방증이자, 감춰진 울분의 분출일 것이다. 이 장면만으로도 <아이 필 프리티>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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