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매듭짓거나 새로 시작하는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기쁨. 누군가가 뽑은 올해의 음악을 살펴보는 일도 그중 하나다. 어쩌다 문득 재생 버튼을 클릭했을 뿐인데, 마음에 쏙 드는 음악을 만나면 그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여기에, 해마다 그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당신을 보다 넓은 음악의 세계로 안내해 줄 통로 ‘BE KIND RE-SPIN’을 소개한다.

BE KIND RE-SPIN은 유명 DJ Von Bueno가 운영하는 봄비노 레코드가 국내외 DJ, 프로듀서, 뮤지션들에게 한 해 동안 즐겨 들었거나 클럽, 공연장에서 필살기로 삼았던 음악을 물어보고 그 리스트를 모아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바이닐 레코드를 사거나 팔고, 파티와 공연을 기획하고 주최하는 봄비노 레코드는 지난 2016년 12월 24일, 처음으로 BE KIND RE-SPIN 오프라인 연말정산 파티를 열었다. BE KIND RE-SPIN 사이트가 생긴 이후 5년 만에 신도시에서 열린 행사는 <인디포스트>에서 필자로 활약한 그레이(Graye), 유지성(aka Jessy You), 박다함(aka DJ YESYES), Youngmond(aka Fairbrother) 같은 아티스트를 비롯한 11명이 직접 셋 리스트를 꾸려 DJ로 활약했다. 게스트와 DJ들은 밤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네온사인과 음악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열기에 취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는 후일담이 있다. 비록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6 ‘Be Kind Re-Spin’에 참여한 35인의 애청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2016 라인업
<JAPAN> 1TA, DJ Sinta, DJ Yahman, Hajime Oishi, Part2Style Sound, Sakana, Yohei Hasegawa
<KOREA> Akimbo, Beatbird, Cong Vu, Danja Gunz, DJ Jeyon, DJ Soulscape, Graye, Havaqquq, Jesse You, JNS, MIIIN, mondaystudio, Park Daham aka DJ yesyes, PPUL, Sangchol Han, Shrimp Chung, Quandol, Smiley Song, Sugar Sukyuel, Wood X, Youngmond, Yu Yungsik / Gorgeous Gorgeous, Griff, Kimpro, l0l0l, Von Bueno
<AMERICA> Letta (Coyote Records, L.A.)

홈페이지에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BE KIND RE-SPIN 참여 라인업이 기록되어 있다. 2016년 게시물에는 35명 각자의 사진과 아래에 간단한 설명, 플레이리스트가 링크되어 있는데 사람마다 취향과 성격이 다르듯, 아티스트들이 선정한 플레이리스트도 저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가령 SHRIMP CHUNG(aka 정새우)의 플레이 리스트는 zutzut의 ‘Spend The Night(zutzut edit)’나 The Turtleneck의 ‘Une Cigarette’처럼 신시사이저와 실험성이 강한 음악이 대부분이고, Phantoms Of Riddim과 No Music의 일원인 CONG VU는 2016년을 SM의 해로 꼽아 샤이니, 레드 벨벳, NCT U 같은 SM의 음악들로 목록을 채웠다. 이태원 cakeshop에서 DJ로 활동하는 Wood X는 Solange(솔란지), Kanye West(칸예 웨스트), Blood Orange(블러드 오렌지)처럼 힙합에 R&B 소울을 결합한 뮤지션의 음악으로 본인만의 취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누군가의 리스트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취향을 발견해내거나 혹은 무작위로 몇몇 음악을 골라 들어도 좋다. 35명 가운데 5명이 꼽은 음악 몇 개를 추려 지면에 소개한다. (혹시 나와 취향이 비슷한 누군가를 발견했다면, 그들의 전년도 플레이리스트도 함께 살펴보자.)

 

1. PARK DAHAM aka DJ YESYES (No Music, Seoul)

▲ SUNSET ROLLERCOASTER ‘My Jinji’


공연 기획자이자 인디 레이블 헬리콥터 레코즈를 운영하는 박다함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며 선정한 목록 가운데 베스트로 뽑은 음악. 대만 밴드 SUNSET ROLLERCOASTER의 EP 앨범<Jinji Kikko>(2016)는 이전 앨범 <Bossa Nova>(2011)의 가볍고 경쾌한 인디록에서 좀 더 몽환적이고 복고적인 사운드를 구현했다. 타이완 날씨처럼 따뜻한 미풍을 맞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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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OHEI HASEGAWA (장기하와 얼굴들, Seoul/Tokyo)

▲ Kamome Gassyoudan ‘Internet Blues’


그룹 ‘김창완밴드’의 멤버이자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하세가와 요헤이(aka 양평이형). 2016년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새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발표하고 도쿄/오사카/타이완 공연도 다녀왔다. 그가 'Albums of 2016'으로 꼽은 첫 번째 음악은 Kamome Gassyoudan의 Internet Blu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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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angchol Han (불싸조/Bulssazo, Seoul)

▲ Cafe Society ‘Vince Giordano and the Nighthawks’


2011년부터 BE KIND RE-SPIN에 참여해 온 Sangchol Han(한상철)이 올해의 플레이리스트 11곡, 올해의 리이슈 3곡을 선정하고 각 음악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풀어냈다. 굳이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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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beatbird (SUBBEAT, Seoul)

▲ ANOHNI ‘Drone Bomb Me’


2013년 mondaystudio와 함께 인터넷 댄스 뮤직 무브먼트 SUBBEAT를 결성하여 현재 DJ이자 트랙메이커로 활동중인 Beatbird가 2016년 가장 많이 들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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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on Bueno (Phantoms Of Riddm / Bombino Records/ BASSment, Busan)

Ka 'Honor Killed the Samurai' (full album)


Von Bueno의 말마따나 한국에서는 아직 그의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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