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볼링장, 경쾌하게 터지는 볼링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알록달록한 조명을 머금은 볼링장에서 촬영한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네 편을 모았다. 2018년을 빛낸 아도이(ADOY)의 뮤직비디오도 함께 언급해본다.

 

1. La Garfield ‘Love’ MV

La Garfield는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 출신의 퓨전 재즈 밴드다. 키보드, 기타, 드럼, 베이스, 보컬 등 일반적인 밴드를 구성하는 멤버 다섯 명에 트럼펫과 색소폰, 봉고 세션이 합세해 8인조 밴드의 완전체를 이뤘다. 퓨전 재즈 밴드라고는 하지만, 멤버 자신들은 정작 장르를 한가지로 한정하지 않고 연주 세션을 십분 활용해 여러 음악적 스타일을 다양하게 시도한다. ‘Love’는 2016년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Love Paraíso>의 수록곡. 여성 보컬의 풍성한 소울 보이스와 멤버들의 적당히 신나면서 리드미컬한 화음이 멜로디 위에 얹히고 봉고 소리와 박수 소리가 잘게 부서지며 곡에 입체감을 더한다. 뮤직비디오에는 볼링장, 구형의 카세트 플레이어, 불이 들어오는 롤러스케이트 같은 복고적인 장치를 심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2. Jelly Rocket ‘ไม่พอ (Not Enough)’ MV

2014년 데뷔해 8장의 싱글과 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한 Jelly Rocket은 지금 태국 인디 음악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핫’한 밴드 중 하나가 됐다. 방콕의 가장 큰 인디 라디오 방송국 ‘캣 라디오(Cat Radio)’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이들은, 오늘날 클럽공연에서부터 대형 록 페스티벌을 거치며 단단한 내공을 다져가는 중이다. 3인의 여성 멤버로 이뤄진 Jelly Rocket은 산뜻하면서도 파워풀한 힘이 느껴지는 일렉트로닉 팝을 들려준다. 여기에 태국어 가사가 던져주는 생경함과 간간이 배어 나오는 민속적 색채가 팀의 매력을 배가한다. 매번 감각적이고 세련된 무드로 곡에 색깔을 입히는 영상도 빠지면 서운하다. ‘ไม่พอ (Not Enough)’ 뮤직비디오 속 탁 트인 볼링장 공간을 배경으로 퍼져나가는 밴드 사운드는 경쾌하게 터지는 볼링핀처럼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을 안긴다.

 

3. Sam Cohen ‘Let the Mountain Come to You’ MV

샘 코헨(Sam Cohen)은 앞서 보스턴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아폴로 선샤인(Apollo Sunshine)의 리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2009년부터 옐로우버즈(Yellowbirds)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결성해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본명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해 정규 <Cool It>을 선보였는데, ‘Let the Mountain Come to You’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유일하게 뮤직비디오를 남긴 곡이기도 하다. 밴드 아폴로 선샤인에서 주로 밝고 짤랑거리는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솔로로 발표한 곡들은 조금 더 나른하고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머금고 있다. 영상에 조잡한 그래픽을 더하거나 일부러 화질을 흐리게 처리해 복고적인 느낌의 비디오를 만드는 것도 밴드 시절부터 고수해오던 샘 코헨의 장기. 위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시베리안 허스키들과 함께 흰 설원을 누볐다가, 맨발로 아스팔트를 뛰어다니고, 볼링장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볼링을 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심한 컷편집과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이 뒤섞인 영상은 친숙하지 않지만,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4. ADOY ‘Wonder’ MV

깔끔하고 세련된 음악과 인상적인 앨범 커버로 데뷔와 동시에 평단과 음악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은 밴드 아도이(ADOY)가 2018년 1년 만에 두 번째 EP <Love>로 돌아왔다. 선공개 곡 ‘Young’을 포함해 총 6곡을 수록한 이번 앨범은 사운드적인 면에서 전작과 비슷한 결을 유지한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감성적인 멜로디 사이로 통통 튀는 질감의 신디 사운드를 촘촘히 박아 넣어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지점에서 그렇다. 동시에 죠지(George)가 객원 보컬로 참여한 ‘Blanc’ 속 강렬하게 질주하는 훅과, 이어지는 ‘Balloon’을 통해 잠깐 숨을 고르다가, 마지막 트랙에 이르러 아득하게 세계를 확장하고 마무리 짓는 흐름은 한층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심어준다. 기분 좋은 설렘과 풋풋함이 가득한 ‘Wonder’ 뮤직비디오는 혁오의 ‘공드리’, 지코의 ‘오만과 편견’, 수지의 ‘홀리데이’ 등 뮤직비디오를 작업해온 비쥬얼스 프롬의 정진수 감독이 맡았다. 청량한 멜로디와 꼭 어울리는 통통 튀는 색감의 비디오는 신선하고 밝은 기운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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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아도이 ‘Wonder’ 뮤직비디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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