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렌다. 무명 시절을 거쳐 현재 너르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에게도 떨리는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인디포스트의 첫 번째 기획, 우리가 사랑한 인디밴드의 설레는 처음을 돌아본다. 한국 인디 음악 1집 열전 ‘인디 조상님’ 1990년대 편. 그럼 준비, 출발!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언니네이발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1996)

추천곡 ‘보여줄 순 없겠지’ ‘푸훗’

언니네이발관이 ‘뻥’에서 탄생했단 건 유명한 얘기다. 당시 PC통신 하이텔의 음악 소모임에서 활동하던 이석원이 라디오에 나가 당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언니네이발관’이란 밴드의 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진짜 ‘언니네이발관’을 결성한 것. 언니네이발관은 당시 카피곡 연주가 주였던 홍대 클럽씬에 자작곡으로 셋리스트를 모두 채운 최초의 밴드로 기억되고 있다. 화려한 연주력을 동반한 카피곡 보다는 서툴어 보이더라도 진짜 자기의 색깔로 관객들에게 다가간 언니네이발관. 그들의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는 ‘올해의 앨범 10선’, 이후 ‘대중음반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린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델리스파이스 1집 <Deli Spice>(1997)

추천곡 ‘차우차우’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

“약간은 내성적이면서 다른 사람들과 잘 융화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 델리스파이스의 리더 김민규가 데뷔 앨범을 낸 후 참석한 한 대담에서 한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알고보면 많았던 모양이다. 델리스파이스의 1집 앨범 수록곡 ‘차우차우’가 평단과 대중의 열렬한 지지 속에 90년대를 대표하는 인디 음악으로 자리매김한 걸 보면 말이다. 이후 영화 <후아유> OST로도 알려졌는데, 델리스파이스는 유달리 영화가 사랑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라는 가사로 첫사랑과 성장통의 대표곡이 된 5집 수록곡 ‘고백’은 손예진, 조승우 주연의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었다.



 

자우림 1집 <Purple Heart>(1997)

추천곡 ‘밀랍천사’ ‘파애’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자우림이란 이름의 뜻이다. 영화 <꽃을 든 남자> OST로 쓰인 노래 ‘헤이헤이헤이’의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로 먼저 인기를 얻었지만, 막상 열어본 정규 1집은 기존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약간은 어둡고 어딘지 기묘하지만 강렬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자우림의 사운드와 가사로 무장한 1집의 ‘밀랍천사’, ‘파애’ 등은 당시 감수성 예민한 많은 리스너들을 ‘제대로 건드렸다’. 어느덧 9집까지 발매한 베테랑 밴드로 꾸준히 대중과 만나고 있는 자우림은 성숙한 사운드와 한층 깊어진 감수성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황신혜 밴드 1집 <만병통치>(1997)

추천곡 ‘짬뽕’ ‘닭대가리’

황신혜 밴드의 결성도 ‘페이크’로 시작되었다. 현대 미술가 김형태는 홍대에서 ‘곰팡이’라는 카페를 차렸다. 곧 뮤지션들의 아지트가 된 이곳에서 DJ를 하던 그는 하이텔 음악동호회 게시판에 황신혜 밴드에 대한 ‘페이크 다큐 같은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나서야 한 갤러리 오프닝에서 첫 공연을 하며 밴드를 진짜로 결성했다. ‘MBC 인기가요 베스트’에 등장 전국민을 놀라게 했던 기상천외한 노래 ‘짬뽕’이 담긴 황신혜 밴드의 1집 <만병통치>는 일렉트로닉, 록, 뽕짝이 섞인 절묘하고도 전위적인, 무엇보다 즐거운 음악으로 버무려진 명반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