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아이> 포스터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요즈음, 개인의 외양을 포함해 ‘무언가를 바꿔준다’는 메이크오버 포맷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형수술, 집 개조 및 치료 지원 등을 시작으로, 죽어가는 지역 상권을 살려 지역 경제 부흥을 도모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같은 프로그램이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의 메이크오버 포맷은 방송국과 스폰서가 금전적 지원을 하고, 저명한 전문가들이 조언과 협력을 하며 변화의 과정을 함께 바라보는 구성이다.

2018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퀴어 아이(Queer Eye)>도 그런 구성을 따라가지만, 두드러진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게이 남성 다섯 명이 다양한 조언과 지원으로 의뢰인에게 도움을 준다. 2003년에 방영된 동명의 원작 TV 시리즈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리부트 프로그램으로, 평론가와 시청자의 극찬을 받으며 오는 6월 15일에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있다.

<퀴어 아이> 출연진, 이미지 출처 ‘IMDB’ 

 

 

일상에 녹아들다

원작의 프로그램 명칭은 <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이다. 호스트가 이성애자 남성 의뢰인의 사생활과 기호, 가치관을 파악하여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팁을 제공하고 변화된 모습을 지인,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포맷을 갖추고 있다. 당시, 즉 15년 전엔 지금처럼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지도 않았으며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만연했다. 프로그램은 ‘게이 남성이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게이 커뮤니티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오픈하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개선한 것으로 호평받았다. 방영 시작 후 첫 시즌 만에 시청자 3백만 명을 돌파하여 총 다섯 시즌까지 이어졌다.

원작은 이후 시즌 3부터는 의뢰인의 성적 지향에 구분을 짓지 않아 프로그램 명칭을 지금과 같은 <Queer Eye>로 축약하였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Fab Five라 일컫는 다섯 명의 호스트들은 모두 셀레브리티 자리에 오르며 상당한 영향력을 얻었다. 이들은 의뢰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당당하고 위트 있으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자연스레 어필하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이들에게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기를 살려 일에 몰두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내놓는 모습으로 ‘노력하는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Advocate’ 

 

 

의뢰인과 호스트가 함께 만드는 성장담

원작 <퀴어 아이>의 성공은 그만큼 당시 사회가 이미 이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관련된 책과 음반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였으며 이후에는 이성애자 여성을 위한 버전과 수많은 나라에서 자체 제작한 리메이크 버전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뒤, 넷플릭스에서 새 출발한 <퀴어 아이>는 조금 더 깊게 시청자에게 다가선다.

새로운 Fab Five에는 문화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Karamo Brown, 인테리어 전문가이자 호스트들의 엄마를 자청하는 Bobby Berk, 스타일링 담당 Tan France, 요리 및 와인 전문가 Antoni Porowski, 그루밍과 유쾌한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Jonathan Van Ness가 함께했다. 이들은 각자 분야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의뢰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Fab Five는 현실 감각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길로 가려고 하는 의뢰인의 생각을 반박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찾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동기를 부여한다. 덕분에 의뢰인은 빠른 변화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마음을 열어 자연스레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미지 출처 ‘IMDB’ 

무엇보다도 Fab Five는 삶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하거나 편견으로 고통받은 소수자들이다. 고난을 타개하고 원하는 삶을 사는 그들의 마인드를 바라보며, 의뢰인들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는 과정이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긴다.
종종 호스트가 의뢰인과 다른 지향점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흑인 호스트 Karamo가 운전 도중 백인 경찰에게 제압당하는 사건을 담은 에피소드 3은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과 정치 상황을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녹여냈다. 또한 게이로서 주변의 편견이 싫고 커밍아웃하는 것이 가족과의 관계를 해칠까 두려워하는 의뢰인이 한 발 내딛도록 도와주는 에피소드 4는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IMDB’ 

 

 

스펙트럼의 확장, 시즌 2의 숙제

본래 퀴어(queer)란 이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 명칭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LGBTQIA와 함께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퀴어 아이>는 5명의 게이 남성으로만 호스트를 구성하고, 의뢰인도 모두 남성으로만 구성했기에 아직까지도 시대에 뒤처지는 설정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시즌 2에서는 트랜스젠더 남성과 여성을 주 의뢰인으로 다룬다고 한다.

요리 전문가 Antoni의 레시피 조언이 너무 간단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퀴어 아이>의 지향점은 ‘전문가의 조언이 의뢰인에게 작은 변화의 시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의뢰인이 가족과 요리를 함께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Fab Five가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짧은 촬영 기간에 인생 조언을 건네는 메이크오버 포맷, 감동과 변화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고 있다.

시즌1 예고편
시즌2 공식 테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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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실용적인 덕질을 지향하는, 날개도 그림자도 없는 꿈을 꾸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