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그놈의 사랑타령. 분명 장르 드라마인데, 범인 찾다가 눈 맞고, 환자 살리다가 눈 맞고, 아이들 가르치다가 눈 맞는 드라마가 지겨워졌다면, 코믹, 음모론, 특정 직업군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수사물을 편성하는 일본 드라마에 눈을 돌려보자. 수많은 일본 수사 드라마 속에서 실패하지 않고, 인생 드라마를 찾을 수 있도록 카테고리별로 입문 드라마를 소개한다.

 

1. 정통 수사물

<춤추는 대수사선>

踊る大捜査線 | 1997 | 연출 모토히로 카츠유키 , 사와다 켄사쿠 | 출연 오다 유지, 야나기바 토시로, 후카츠 에리

1997년 방영된 일본 수사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작품. <춤추는 대수사선>의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영업사원이었던 ‘아오시마’(오다 유지)는 영업에 환멸을 느끼고, 경찰에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경찰 조직도 회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오시마는 경찰조직의 수직적인 문화를 무시하고, 무작정 수사를 펼치며 문제아로 꼽힌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문제제기를 하는 동시에, 코믹과 진지함을 적절히 버무려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작품. 11편의 본편 외에도 9편의 SP(스페셜 드라마), 4편의 미니 드라마, 5편의 극장판이 만들어질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2. 판타지 수사물

<케이조쿠, 스펙>

ケイゾク: SPEC | 2010 | 연출 츠츠미 유키히코 | 출연 토다 에리카, 카세 료

<케이조쿠, 스펙>은 빙의, 죽은 자의 메시지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을 처리하는 판타지 수사물이다. 드라마는 기억, 암산, 퍼즐이나 음악 등 특정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을 재해석한다. 인간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시간을 멈추거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등 특별한 능력을 갖춘 범인들이 벌인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전개한다. 사건과 상황 자체는 언뜻 비현실적이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음모와 사회 작동방식은 현실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수사 드라마는 한계를 뛰어넘는 수사 과정을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케이조쿠, 스펙>은 국가기관이 숨기고 있는 거대한 음모론을 파헤치는 내용이라 다소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 가라앉은 분위기와 대비되는 주인공들의 익살맞은 연기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FM경찰인 ‘세부미 타케루’를 연기한 카세 료의 그동안 잘 보지 못한 강인한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다.

 

3. 수사는 경찰만 하는 게 아니다

<언내추럴>

アンナチュラル | 2018 | 연출 츠카하라 아유코 | 출연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쿠보타 마사타카

일본의 부자연사는 80%에 달한다고 한다. <언내추럴>은 사건화되지 못한 사인을 줄이기 위해 사인규명에 특화된 연구소 ‘UDI라보’가 의뢰 들어온 시체를 부검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의학 수사물이다. 형사물은 아니지만, 특정 직업군이 펼치는 수사방식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각본가 노기 아키코가 각본을 맡았다.

<언내추럴>은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수사뿐만 아니라 법의학자에 대한 직업적 고민과 직업정신을 두루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의사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의대생 ‘쿠베 로쿠로’(쿠보타 마사타카)가 주인공 ‘미스미 미코토’(이시하라 사토미)의 따뜻하면서도 정직한 모습을 보며 법의학에 대한 편견을 벗는 과정 또한 사려 깊게 다가온다. 매회 에피소드를 통해 대형병원의 안일한 대처, 동반 자살, 노동착취 등 사회적 이슈를 포함하며 탄탄한 스토리로 흡입력을 높이는 작품. 사회적 이슈와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4. 여성중심의 수사물

<미스 셜록>

ミス・シャーロック | 2018 | 연출 모리 준이치 | 출연 다케우치 유코, 칸지야 시호리

<미스 셜록>은 HBO아시아와 Hulu가 합작하여 만든 여성판 셜록 홈즈다. 그간 <환생>(2003),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등 작품에서 여성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다케우치 유코가 풀어내는 셜록은 무척 흥미롭다. 짧은 커트와 통 큰 바지 등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하며 미스 셜록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 다만, 조수의 역할인 ‘와토’(칸지야 시호리)의 비중이 단지 사건에 개연성을 부가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미스셜록>은 원작 셜록홈즈의 여러 요소를 적절하게 일본식으로 바꾸고 비튼다. 바이올린 대신 첼로, 런던의 주택가 대신 도쿄의 가정집 등 원작의 대표적인 풍경이 <미스 셜록>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

일본의 수사물에는 여성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드라마가 꽤 있다. <미스 셜록>은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8회 중 5회까지 방영됐으며, 더 큰 음모를 차근히 밝혀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전개에 더욱 기대를 모으는 중. 남성중심의 수사물에 질렸다면, 여성주인공이 서사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수사물 <미스 셜록>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