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날이 따뜻해지면서 봄꽃이 피어나고 있다. 꽃을 모티브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래들을 만나봤다. 봄마다 피어나는 꽃은 비슷해 보여도, 노래에 나타난 꽃은 저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우효 <민들레>

2017년 5월 발매된 우효의 ‘민들레’는 봄꽃 민들레를 소재로 한 곡이다. ‘우리 손 잡을까요’라는 노랫말과 함께, 낮은 첼로를 뒤따르며 종종대는 빠른 리듬의 바이올린이 각자 다른 걸음을 가진 연인의 데이트를 보여주는 듯하다.

‘편한 미소를 지어주세요 / 노란 꽃잎처럼 내 맘에 사뿐히 내려앉도록’이라며 상대의 미소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와 꽃처럼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담겼다.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라는 가사에서도 흩날리는 민들레의 홀씨를 모티브로 상대의 마음이 그저 지나쳐갈지, 내 마음에 심어질지 궁금해하는 마음을 가사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우효 ‘민들레’ MV

후렴구에서는 ‘사랑해요 그대’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직접 표현한다. 맑게 울려 퍼지는 신시사이저와 그제서야 한껏 느리고 긴 보잉으로 이어지는 현악기가 연상시키는 민들레 홀씨가 뮤직비디오에서 아름답게 살아난다.

사랑해요 그대 /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 그대를 위해 많이 / 많이 웃을게요

 

선우정아 <봄처녀>

2015년 3월 선우정아가 싱글로 발매한 ‘봄처녀’는 이은상의 시조를 홍난파가 작곡한 가곡 ‘봄처녀’를 모티브로 선우정아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작·편곡한 곡이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라는 홍난파의 가곡에서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라는 한 구절만 살리고 훨씬 세련된 느낌의 봄옷을 입은 댄스곡으로 탈바꿈했다.

선우정아 ‘봄처녀’ MV

선우정아의 곡에서는 가곡의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은’ 봄이 아닌, ‘볼엔 진달래 눈은 민들레 입술은 쭉 철쭉 / 목련 파우더 라일락 칙칙 마무리는 에이취’라며 색채감이 살아있는 봄을 소개한다. 경쾌한 기타 리프와 ‘음- 음- 음- 음’이라는 음절의 보컬 소스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리듬도 도회적인 곡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낸다. 새로운 느낌의 곡에 맞춰, 컬러풀한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도 색다르다.

형형색색 날 뒤흔드는 칼라 / 각색각양 다가오는 몸짓
가지가지 처치곤란한 밤 / 뒤죽박죽 도시의 봄이라

 

심규선, 에피톤 프로젝트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심규선(Lucia), 에피톤 프로젝트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는 피아노와 함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 건가요 그대여’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곡이다. 한 철만 피었다가 지고 마는 꽃처럼 지금의 사랑 또한 아름답지만 결국은 변하는 것이 아닌지 묻는 도입부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꽃에 비유한 도입부의 가사 이후에는, 곡 전체가 사랑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채워진다. 춤추는 듯이 이어지는 재즈 피아노 솔로도 인상적이다.

심규선, 에피톤 프로젝트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MV

김영준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 <벚꽃나무 코끼리 숲>이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 건가요?’의 뮤직비디오로 함께 소개되었다. 벚꽃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영상미도 뛰어나다.

그대의 미소는 창백한 달꽃같이 내 모든 이성을 무너뜨려요
그대의 입술이 내 귓가를 스칠 때면 난 모든 노래를 잊어버려요

 

Writer

좋아하는 것들 언저리에서 담 넘어 구경하는 걸 즐기다가 지금은 음악을 하고 있다. 똑같은 매일을 반복해야만 갈 수 있는, 낯설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