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의 ‘신의 놀이’, 선우정아의 ‘구애’, 그리고 신해경의 ‘모두 주세요’. 세 곡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현대무용의 유려한 움직임을 뮤직비디오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따로 또 같이’ 춤추며 음악과 노랫말의 감성을 배로 끌어 올려주는 뮤직비디오를 만나자.

 

1. 신해경 ‘모두 주세요’

리버브로 공간감을 준 목소리, 꿈 저편에서 온 듯한 몽환적인 사운드, 거기에 슈게이징 록의 향취까지 담뿍 담은 <나의 가역반응>은 발매하자마자 ‘명반’이란 수식을 얻은 신해경의 첫 EP 앨범이다. 타이틀곡 ‘모두 주세요’는 이 앨범의 감정선을 최고조로 끌고 가는 트랙으로, 앨범 재킷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뮤직비디오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단편선과 선원들의 ‘국가’, ‘연애’, 악어들의 ‘극장전’ 등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정용 ML이 감독했으며, ‘72초 TV’의 웹드라마 <두여자>에 출연하고, 패션 브랜드 ‘할로미늄’의 룩북 모델로도 활동한 현대 무용가 최승윤이 출연해 존재감을 더했다. 신해경은 촬영에 앞서 감독에게 화자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최승윤은 섬세하게 절제된 손끝과 발끝, 최소한의 표정만으로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는 화자의 마음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2. 이랑 ‘신의 놀이’

2016년의 화제작 중 하나,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이랑의 <신의 놀이>의 동명 타이틀곡 ‘신의 놀이’다. 오랜만에 음악가로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삶과 죽음처럼 묵직한 소재를 더없이 솔직하고 분명한 어조로 담아낸 음악은 대중들을 매료하기 충분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로 시작하는 노래는 이내 이랑과 그 ‘친구’들의 명료하고 힘 있는 안무로 이어진다. 앞서 1집 <욘욘슨>(2012) 의 ‘프로펠러’ 뮤직비디오를 무용으로만 채운 그는, 이번 영상에서도 무용수 중 한 명으로 녹아들어 안무를 소화하고, 가사 속 처연한 심정을 덤덤하게 전달한다. 스물두 명의 직업인들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일하는 동작을 묻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안무는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와 보는 이의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3. 선우정아 ‘구애’

선우정아는 특유의 무심한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완성도 높은 음악을 전한다. 사랑받고 싶다는 노랫말이 절절하게 와 닿는 곡 ‘구애’ 뮤직비디오를 보자. 이미 마음이 떠난 상대방을 붙잡으려 애쓰는 무용수의 몸짓이 “당신을 사랑한다 했잖아요”라며 애절하게 내뱉는 선우정아의 목소리에 흐르듯 스며든다. 뮤직비디오는 사랑을 갈구하는 ‘구애’의 의미를 더욱 감각적으로 살려내기 위해 현대무용과 다양한 오브제들을 활용했다. 처절한 구애의 순간부터 홀로 남겨진 자의 공허함까지 다양한 감정의 폭을 정교하고 섬세한 안무로 표현해낸 영상 속 주인공은 현대 무용가 양지연이다. 그의 안무로만 이뤄진 댄스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온다.

 

4. 오가닉 사이언스 ‘From. Jane’

오가닉 사이언스(Organic Science)는 음악 신에서 각자 활발히 활동하던 멤버들이 모여 2016년 결성한 혼성 4인조 밴드다. 퓨처 소울, 알앤비 그리고 엑스페리멘탈 장르에 걸친 이들의 음악은 좋은 멜로디와 부담스럽지 않은 사운드로 듣는 이를 매료한다. ‘From. Jane’은 이들의 첫 EP에 수록한 타이틀곡으로, 타이트하고 굵직한 비트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뮤직비디오 속에 녹아든 현대무용은 앞서 소개한 영상 속 안무들보다 한별 가볍고 스타일리쉬하다. 콘크리트 바닥을 맨발로 누비며 역동적인 안무를 소화한 현대 무용가 조관영의 움직임은 곡의 경쾌한 리듬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들의 음악과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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