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피비 루(Alice Phoebe Lou)

작은 체구지만 누구보다도 깊고 커다란 울림을 지닌 목소리로 베를린의 길 위에서 노래를 불러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뮤지션 앨리스 피비 루의 여정은 흡사 한 편의 모험소설을 읽는듯하다. 16살 여름방학에 파리에 있는 친척 집에 머무르며 처음으로 유럽을 여행하게 된 앨리스는 뮤지션 이전에 오랜 시간 춤을 춰 온 댄서이기도 했다. 때문에 놀랍게도 그의 첫 버스킹 경험은 노래가 아니라, 파이어 댄싱 퍼포먼스였다고 한다. 프랑스어를 잘 하지 못해 언어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앨리스는 그때 처음으로 길 위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2013년,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행하고자 다시 유럽으로 돌아온 그는 암스테르담을 거쳐 베를린에 당도한다. 처음에는 그전처럼 파이어 댄싱 퍼포먼스를 했지만,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 그때 마침 자신이 갖고 다니던 베이비 테일러 어쿠스틱 기타가 있었고, 당시 자신이 부를 수 있었던 ‘Knocking on Heaven’s Door‘ 커버를 하며 처음으로 노래를 하게 된 앨리스는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그렇게 앨리스는 우연한 계기로 노래를 시작해, 자신만의 자작곡을 만들며 꾸준히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고, 매번 공연 때마다 점차 더 많은 관객을 모으게 된다.

 

TEDxBerlin에서 공연하는 앨리스 피비 루

1년도 채 안 돼 2014년에 홈레코딩으로 만든 자체 제작 EP <Momentum>을 발매하고, 같은 해에 TEDxBerlin에 출연하고,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며 꾸준히 인지도를 쌓은 그이지만, 앨리스는 TED 출연 당시 거대한 음반 레이블과 계약하거나 ‘The Voice of Germany'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스타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앨리스 피비 루 ‘Orbit’(Live Session)

또한, 일반적으로 팝 음악계의 스타들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지만, 그들은 그 영향력을 자신들의 욕망만을 위해서 사용한다고 비판적인 어조로 말하며, 자신 역시도 음악 경력을 쌓아가며 그러한 종류의 영향력을 갖길 원하지만, 그 힘을 스스로의 욕망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더욱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힘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앨리스 피비 루 ‘Society’(Fan Made Video)

이러한 생각과 가치관은 앨리스의 부모님이 다큐멘터리 감독이기에 그로 인한 영향과 기질을 물려받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베를린 거리에서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그 주변의 많은 노숙자들을 보아온 앨리스는 그들이 노숙자가 된 것이 과연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일지, 아니면 사회의 책임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앨리스의 고민과 사색은 위 영상의 ‘Society'와 같은 곡에서도 온전히 엿볼 수 있다.

 

2016년 정식 데뷔 음반 <Orbit>를 발매하고, 최근 2017년 하반기에 EP <Sola>를 발매한 그는, 2018년에는 자신의 고향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순회할 ‘Love Tour’ 공연을 앞두고 있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더불어 할리우드 여배우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 통신의 핵심 기술을 발명한 과학자이기도 했던 헤디 라마(Hedy Lamarr)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봄브쉘: 더 헤디 라마 스토리>(2017)에 ‘She'라는 곡으로 사운드트랙에 참여하여, 현재 2018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베스트 오리지널 송(Best Original Song) 부문 최종후보자로 올라가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노미네이트 되거나, 최종수상자가 될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앨리스 피비 루의 활동 영역이 앞으로도 더욱 확장되어갈 것만은 자명해 보인다.

앨리스 피비 루 ‘She’(Live)

 

분명 앨리스는 특별한 영혼의 소유자이다. 그렇기에 베를린의 거리에서 많은 청중들에게 발견되어, 길 위에서 시작한 그의 음악 활동이 이만큼이나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유로우면서도 진중하게 자신의 삶을 탐구해나가는 양쪽의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지며, 과연 ‘나’는 얼마나 스스로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사람들에게 주어진 각자의 입장과 환경, 재능과 운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일일이 비교해서 스스로의 삶의 자율성을 의심해볼 필요는 없다. 다만, 만약 당신이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살길 원한다면, 앨리스의 음악을 듣고, 그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각자의 페이스대로 각자의 삶에서 한발자국씩만이라도 더 원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진 출처=앨리스 피비 루 페이스북, 공식 홈페이지)

 

Writer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병행 해오던 밴드 '유레루나'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작업에 더 집중하여 지속적인 결과물들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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