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해도 많은 영화들이 극장가에 쏟아졌다. 쟁쟁한 대작들의 경쟁 속에서 ‘마이너리그’로 출발해 대흥행이라는 반전 성과를 거둔 영화도 있었다. 지난 10월 개봉해 누적 관객수 689만 명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일단 <범죄도시>는 신인 감독의 작품인 데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고, 개봉 시기인 추석 연휴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청소년관람불가의 범죄액션 영화였다. 제작 당시 그렇다 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영화는 개봉 이후 기대 이상의 반응을 끌어냈다. 복잡한 스토리 구조나 반전 대신 단순하고 통쾌한 액션에만 집중하며 오직 영화의 힘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 믿고 보는 영화 <범죄도시>의 매력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본다.

 

실화의 힘

알다시피 영화는 2004년 '왕건이파 사건'과 2007년 '연변 가리봉동 흑사파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넘어와 기존 범죄 조직을 단숨에 장악하고 일반 시민들까지도 위협하며 도시 전체를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 조직을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들이 일망타진한 사건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리티에 심혈을 기울인 영화는, 그 시기의 사진과 자료들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과 그 시대의 공기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질질 끌지 않는 스토리와 빠른 호흡에 있는데, 감독과 제작진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통쾌하고 시원스러운 전개를 위해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뒷이야기를 일체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마동석X윤계상의 시너지

<범죄도시>의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단연 마동석의 거칠 것 없는 액션 연기다. 깡패들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액션 신은 마동석이 아니고서는 그토록 리얼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는 마동석이 기존 작품들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스타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시청자들이 ‘마석도’(마동석)라는 형사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자칫 형사들을 주축으로 한 유쾌한 활극에 그쳤을 이 영화를 보다 입체감 있게 만들어준 데는 분명 ‘장첸’(윤계상)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컸다. 윤계상은 짐짓 차분한 얼굴로 상대방을 응시하다가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칼과 도끼를 들이미는 무자비한 범죄조직 보스로 분해 첫 악역 캐릭터 도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한 연기를 펼쳤다. 마석도와 장첸, 영화 내내 잘 쌓아 놓은 두 사람의 아우라는 둘이 맞붙는 장면에서 더욱 탄력을 받으며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배우 진선규와 남우조연상

영화 <범죄도시>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와 만족감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감독은 메이저 배우 캐스팅에 제작비를 쏟기보다는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섭외하기를 원했고, 천 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꼼꼼히 살핀 후 보석 같은 배우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나약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지닌 장첸 패거리의 막내 ‘양태’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나, 장첸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이수파와 독사파 보스 역의 박지환과 허성태의 연기도 두말할 것 없이 신선하고 탁월했지만, 특히 장첸의 오른팔 ‘위성락’을 연기한 진선규의 섬뜩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 존재감은 흡사 <범죄와의 전쟁>(2012)에서 김성균 배우를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라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진선규는 이 배역으로 연기 인생 17년 만에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게 됐고, “앞으로도 우주 저 멀리에 있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하겠다”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유대의 창을 열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죄도시는> 한국에 정착해 평화롭게 가정과 사업을 꾸리는 조선족 주민과 소수의 범죄자 조직을 획일화하고 한통속으로 몰아가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조선족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가리봉동이나, 대림동도 엄연히 ‘사람 사는 동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형사 마석도가 단골가게 조선족 소년과 둘만의 친밀한 유대를 나누며 지역상인들에게 협조를 호소하고, 결정적으로 소년이 칼에 찔려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 장첸의 행방을 알려준 덕분에 검거에 성공하는 등의 대목은, 그간 조선족을 소재로 한 어떤 영화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사려 깊은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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