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

I’d like to take a trip with your wifeㅣ2013ㅣ감독 김현규ㅣ출연 배성우, 김희창, 김현주

간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우’(배성우)는 죽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친구 ‘동석’(김희창)의 아내 ’수진’(김현주)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한다. 수더분한 중년의 얼굴이 매력적인 배우 배성우와 주변 인물들의 깨알같은 코믹 연기가 어우러진 단편영화,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를 감상해보자.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궁금함과 달리 예상 밖의 웃음과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 죽음을 앞둔 남자의 깜짝 고백으로 인한 해프닝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로 풀어낸다. 오히려 중년의 남녀에게는 옛 추억의 아련함이, 부부와 친구 사이에는 뜨거운 사랑보다 따뜻한 우정이 슬며시 끼어든다. 특히 배우 배성우의 매끄러운 연기로 믿고 보는 작품이다. 주변 인물들이 더하는 소소한 재미도 쏠쏠하다.

초반에 등장한 의사 역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예사롭지 않다. 놀랍게도 배우가 아닌,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늑대소년>(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의 작품을 만든 영화감독 조성희다. 친구 동식 역으로 코믹한 아저씨를 연기한 배우 김희창, 그와 더불어 수진 역을 맡은 배우 김현주는 십여 년 전부터 수많은 영화에 단역과 조연으로 참여해온 능숙한 영화인이다.

믿음직한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된 이 작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의 김현규 감독이 연출했다. 앞서 김현규 감독은 2012년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제작지원작이자, 배성우와 염정아가 주연한 단편영화 <사랑의 묘약>(2012)을 연출하며 남다른 재기를 보여준 바 있다. 배성우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김현규 감독의 단편영화는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