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미국의 주류 음악이 된 알앤비(R&B)와 힙합이 가미된 새로운 서브 장르 네오 소울(Neo Soul)이 나타났다. 프로듀서들이 재단하는 기존 음악과는 달리,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주도했고 재즈, 펑크와 아프리카 토속음악을 가미해 개성을 더했다. 가사는 독립성과 사회참여 경향이 강해졌다. 디안젤로(D'Angelo), 맥스웰(Maxwell)과 같은 남자 가수와 함께, 미셸 엔디기오첼로(Me’shell Ndegeocello), 로린 힐(Lauryn Hill), 에리카 바두(Erykah Badu)와 같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새로운 장르를 주도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고 인권 운동과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은 사회운동 참여자들이었다.

 

미셸 엔디기오첼로(Me’shell Ndegeocello)

그의 이름부터 특이하다. 아프리카 부족 언어에서 예명을 따왔으며 레코드 발매 시 몇 차례 오타를 거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지만, 본명은 미셸 존슨이라는 평범한 미국 이름이다. 베이스를 치면서 저음의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로, 펑크, 소울, 재즈, 힙합, 레게가 믹스된 독특한 음악을 한다. 또한, 양성애자로서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모두 가진 양성 음악(Androgynous music)을 한다는 이색적인 평도 있다.

허비 행콕과 콜라보한 ‘Nocturnal Sunshine’이 화제의 컴필레이션 음반 <Stolen Moments>(1994)에 수록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에이즈 퇴치와 콩고 여성 인권 운동과 같은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저명한 페미니즘 작가 리베카 워커(Rebecca Walker)와는 한때 연인 관계였다. 총 11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내고 10번이나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수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3월에는 12번째 앨범 <Ventriloquism>을 출반하였다.

데뷔 초기의 히트곡 ‘Dreadlocks’

 

로린 힐(Lauryn Noel Hill)

인기 힙합 그룹 푸지스(Fugees)의 여성 싱어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스캔들로 인한 멤버 간의 불화로 해체되면서 솔로 활동에 나섰다. 그의 유일한 솔로 스튜디오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1998)은 8백만 장이 팔리며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탄다. 앨범 제목이 의미하듯이 흑인 페미니스트를 뜻하는 ‘우머니스트(Womanist)’ 운동을 상징하는 음반이 되었으며, 네오소울 음악을 대표하는 음반으로 떠올랐다.

데뷔 앨범에서 싱글로 발표되어 빌보드 No.1에 오른 ‘Doo-Wop’(That Thing)

하지만 6명의 자녀 양육, 음악 업계와의 불화, 명성과 인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한동안 대중에게서 모습을 감췄으며, 2002년 <MTV Unplugged 2.0>을 발표했으나 판매는 50만 장을 넘지 못했다. 한때 푸지스를 재결성하기도 했으나 신곡이 나오기도 전에 멤버 간의 불화가 재현되며 다시 깨졌다. 푸지스 시절부터 시작된 자선 사업들은 모두 중단한 채, 탈세로 인한 수감생활, 카톨릭 교회와의 마찰을 겪으며 고단한 가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MTV Unplugged 2.0>에 수록한 ‘Mystery of Iniquity’.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디안젤로의 오프닝 공연에 나서며 음반업계의 눈에 띄었으며, 데뷔 년도에 <Baduizm>(1997) 3백만 장, <Live>(1997) 2백만 장이 팔리면서 그해 그래미 3관왕이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DJ, 배우, 사회사업가와 같은 다양한 일을 하며 ‘네오소울의 여왕’이라 불린다. 원래 이름인 에리카(Erica)가 노예 이름에서 기원했다며 ‘Erykah’로 바꾸었고 자신의 스캣 사운드인 ‘Badu’를 붙여서 예명으로 쓴다. 런던 웨슬리가의 건물 벽면에 그린 그림(위)은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다.

데뷔 싱글 ‘On & On’으로 그래미 최우수 R&B 보컬상을 받았다

대학에서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여 독특한 패션 감각을 선보이며 디자이너 톰 포드의 캠페인 파트너로 자주 등장한다. 고향인 달라스에 B.L.I.N.D.라는 자선기관을 설립하여 십대에게 음악, 댄스, 문화 활동을 가르치며, 아프리카에도 자주 방문하여 에이즈와 가난을 퇴치하는 활동을 벌였다. 채식이 진정한 소울 음식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했다.

2010년 발표한 ‘Window Seat’의 뮤직비디오에서 그의 거리 누드를 본 달라스 경찰은, 그를 기소하기 위해 목격자를 찾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5백 달러의 벌금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