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음악은 원초적입니다. 포크 음악은 벌거벗은 것처럼 다 드러나기 때문에 잘하기가 어렵고, 그것은 음악을 듣는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포크음악이 불편하고, 지루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매력을 한번 알면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시처럼 말이죠. 그래서 음유시인이란 말을 포크 뮤지션에게 많이 합니다.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밥 딜런, 닐영, 닉 드레이크, 엘리엇 스미스 모두 포크 뮤지션입니다. 좀 더 서정적이고, 좀 더 깊고, 좀 더 문학적인 포크 음악. 황무지처럼 거칠지만, 그 이면엔 한없이 섬세한 떨림으로 노래하는 포크 뮤지션들을 소개합니다.

 

예수를 닮은 남자, 조쉬 티 피어슨(Josh T. Pearson)

이미지- © Thomy Keat 출처- Josh T. Pearson 페이스북

미국 텍사스주 출신인 조쉬 티 피어슨(Josh T. Pearson)은 1996년 밴드 라이프 투 익스피리언스(Lift to Experience)의 기타와 보컬로 데뷔했습니다. 2001년 밴드 해체 후 유럽으로 넘어간 그는 십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거리를 떠돌며 방랑자 생활을 했습니다. 2011년 Mute Records와 계약한 피어슨은 대망의 첫 솔로 앨범 <Last Of The Country Gentlemen> 발표합니다. 이 앨범으로 그는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라디오와 페스티벌 등 여러 도시에서 활발한 투어 활동을 했지만 정작 자신은 시골에서 조용하고, 목가적인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가사 쓰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복음성가적인 색채가 강한 그의 음악은 선과 악, 구원, 그리고 자신의 내밀한 세계관을 주제로 노래합니다. 밴드 엘보우(Elbow)의 가이 가비는(Guy Garvey) 조쉬 티 피어슨을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보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슬픈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Josh T. Pearson 'Woman, When I've Raised Hell' (FD Acoustic Session)
Josh T. Pearson 'Sweetheart, I Ain't Your Christ' (Later with Jools Holland)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제이 틸먼(J. Tillman)

이미지- Father John Misty 페이스북

죠슈아 마이클 틸먼 (Joshua Michael Tillman)은 1981년 5월 3일생으로 미국 메릴랜드주 출신의 뮤지션입니다. 복음주의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목사가 되려고 했지만, 드럼과 기타에 빠져 결국 목사의 꿈을 접고 음악가로서 성장하게 됩니다. 2004년 제이 틸먼(J. Tillman)이란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시애틀 출신 포크 뮤지션인 데미안 쥬라도(Damien Jurado)와 어울리며 포크 음악을 만들다, 2006년 독립 레이블 Fargo Records를 통해 스튜디오 앨범 <Minor Works>를 발표합니다. 제이 틸먼이란 이름으로 총 8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는 2008년 플릿 폭시스(Fleet Foxes)의 드러머로 영입되어 4년 동안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립니다. 2012년 플릿 폭시스에서 탈퇴한 그는 서브 팝(Sub Pop) 레코드를 통해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드러머와 솔로 아티스트를 넘나들며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내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포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J. Tillman and Fleet Foxes
Father John Misty 'Nancy from Now On'

 

섬세한 떨림으로 노래하는 샘 빔 교수,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

이미지- © Josh Wool 출처- Iron & wine 페이스북

아이언 앤 와인은 1974년 7월 26일생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포크 뮤지션입니다. 본명은 Samuel Ervin Beam, 우리나라 팬들에겐 줄여서 샘 빔 교수로 불려 집니다. 샘 빔은 마이애미의 대학에서 영화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처음엔 그저 취미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7년 동안 데모음악을 만들었는데, 친구이자 밴드 오브 호시스(Band of Horses)의 리드싱어 벤 브리드웰(Ben Bridwell)의 추천으로 입소문을 타고, 서브 팝 레코드 통해 2002년 첫 번째 앨범<The Creek Drank the Cradle>을 발표하게 됩니다. 2004년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Our Endless Numbered Days>은 피치 포크(Pitchfork)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주목했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언 앤 와인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2007년 3집<The Shepherd's Dog>과 2011년 발표한 4집<Kiss Each Other Clean>을 통해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갈망을 드러냅니다. 영화 <트와일라잇>(2008)에 삽입되기도 한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와 최근 발매한 6집 <Beast Epic>을 나란히 들어 보시죠.

Iron & Wine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
Iron & Wine 'Beast Epic'

 

쇠를 긁는 듯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라이언 빙햄(Ryan Bingham)

이미지- Ryan Bingham 페이스북

본명은 George Ryan Bingham, 1981년 3월 31일생으로 미국 뉴멕시코 출신의 뮤지션입니다. 뉴멕시코에서 태어났지만, 서부 텍사스에서 자란 그는 친구들과 마을 술집을 어슬렁거리다 그곳에서 공연을 하며 음악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Lost Highway Records 레이블에서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Mescalito>과 2009년 두 번째 앨범 <Roadhouse Sun>을 발매한 그는, 프로듀서 티 본 버넷(T Bone Burnett)을 만나며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영화 <크레이지 하트>(2010)의 사운드 트랙을 작업한 그는 주제곡 ‘The Weary Kind’를 작곡하고, 연주하였는데 이 곡으로 라이언 빙햄은 그래미상, 아카데미상, 골든 글로브상, 2010년 최고의 노래, 올해의 아티스트 등 미국에서 주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쇠를 긁는 듯 걸걸한 목소리가 특징인 그는 탐 웨이츠(Tom Waits)를 떠올리게 합니다. 2015년 텍사스 오스틴 SXSW에서 그의 무대를 직접 보았는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노래하는 그를 만나보시죠.

Ryan Bingham 'The Weary Kind'
Ryan Bingham 'Broken Heart Tattoo'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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