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렌다. 무명 시절을 거쳐 현재 너르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에게도 떨리는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인디밴드의 설레는 처음을 돌아본다. 한국 인디 음악 1집 열전 ‘인디 부흥기’ 2000년대 편 첫 번째. 그럼 준비, 출발!

*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3호선 버터플라이 1집 <Self-Titled Obsession>(2001)

추천곡 ‘꿈꾸는 나비’ ‘걷기만 하네’

당시 멤버들이 지하철 3호선 라인에 살아 3호선 버터플라이로 이름 지어진 그들. 남상아와 김상우(허클베리핀), 성기완(99), 박현준(삐삐 밴드)이 만나 탄생한 3호선 버터플라이의 1집은 모던록, 사이키델릭, 노이지록을 조합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보컬 남상아의 허스키하고 힘 있는 목소리, 안갯속을 걷는 듯 몽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어두운 밤 홀로 거리를 걸을 때 ‘꿈꾸는 나비’를 들어보자. ‘천만 번 죽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꿈’을 꾸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우주에 다가갈 수 있을지도.

3호선버터플라이 '꿈꾸는 나비'

 

넬(Nell) 1집 <Reflection Of>(2001)

추천곡 ‘Take Me With’ ‘믿어선 안될 말’

마니아 층이 두텁기로 유명한 넬의 1집을 ‘stay’, ‘고양이’ 등이 수록된 <Let it Rain>(2003)으로 알고 있었다면 이 앨범을 주목하자. <Reflection of>는 넬 특유의 몽환적이고 우울한 감성이 더욱 짙게 베어 있는 첫 언더그라운드 앨범이다. 높은 완성도는 물론, 마스터 CD의 분실로 '재발매 불가' 앨범이 되어 당시 중고음반 최고가인 30만 원을 기록하였다. 프로듀서는 '델리 스파이스'의 베이시스트 윤준호가 맡았으며, 넬이 공유를 허락해 현재 팬들 사이에서 음원이 공유되고 있다.

넬 <Reflection Of>

 

달빛요정만루홈런 1집 <Infield Fly>(2004)

추천곡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아무것도 되는 게 없이 막막하던 시절, 그때의 숱한 고민이 선명히 담긴 앨범. 서른여덟(1973-2010), 짧은 생을 살고 간 달빛요정만루홈런(이진원)을 기리며 1집을 소개한다. <Infield Fly>는 그가 대학 시절부터 만든 곡들을 추려 홈레코딩 방식으로 제작한 앨범이다. 발매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듬해 2월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의 한 코너에서 ‘절룩거리네’가 5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여 화제가 되었다. 고단한 생을 이토록 아름답게 노래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위로가 필요한 청춘들에게 이 앨범을 권한다.

달빛요정만루홈런 '절룩거리네'

 

메인 이미지 3호선 버터플라이 ⓒ소속사 칠리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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