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하는 장르 사이엔 그 어떤 접점도 찾을 수 없지만, 뮤직비디오만큼은 교집합을 가진 세 팀의 신보를 소개한다. 신해경의 ‘명왕성’, 칵스의 ‘부르튼’ 그리고 오프온오프의 ‘Good2me’ 뮤직비디오는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마치 홍보용 부록쯤으로 치부될 만한 뮤직비디오와는 결과 색을 완전히 달리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뛰어난 영상 콘텐츠로서 존재하는, 그래서 반드시 ‘눈’으로 들어야 할 세 팀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신해경

<명왕성>

이미치 출처- ‘신해경 페이스북’ 

2017년 2월, 당시 신해경은 자신의 데뷔 EP인 <나의 가역반응>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뮤지션 신해경의 전신인 ‘더 미러’의 활동 시절과 견주어보면, 데뷔 EP 성적은 그의 말마따나 ‘의아할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리버브로 공간감을 준 목소리, 꿈 저편에서 온 듯한 판타지적인 사운드, 거기에 슈게이징 록의 향취까지 담뿍 담은 <나의 가역반응>은 발매하자마자 ‘명반’이란 수식을 얻은 앨범이다.

신해경 <명왕성> 앨범 재킷

첫 EP를 발매하고 다섯 달 후, 신해경은 그가 더 미러로 활동하던 시절 만들어 둔 ‘플루토’를 다시 새롭게 만진 곡을 발표했다. 새 싱글 ‘명왕성’은 이별 후에 맞닥뜨린 그리움을 행성계에서 박탈당한 명왕성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신해경의 전작에 매료된 사람들의 기대와 취향을 정확히 충족시켜줄 결과물이기도 하다. <나의 가역반응>에 만연하는 뮤지션 특유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명왕성’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해경 ‘명왕성’ MV

‘명왕성’의 뮤직비디오는 곡의 초현실주의적인 심상을 스마트폰 프레임으로 풀어낸 영상이다. 제작자 시리어스 헝거(Serious Hunger)의 참여로 완성된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좁은 아이폰 프레임 안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통화, 인스타그램, 사운드클라우드, 카메라 등 아이폰의 여러 기능을 실행한 영상과 명왕성의 이미지가 교차하며 펼쳐진다. 우리의 현실 세계와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 아이폰이라는 도구가, 우주 아득한 곳에 자리한 명왕성의 초현실적 이미지와 대비되며 새로운 차원의 비주얼을 선사한다.

 

칵스(The Koxx)

<Red>

이미지 출처- ‘칵스 페이스북

2010년, 칵스는 ‘일렉트릭 개러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우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Access Ok>는 개러지 록 사운드의 층위에 신시사이저 멜로디를 중첩한, 그야말로 ‘일렉트릭 개러지’라는 정체성에 들어맞는 결과물이었다. 인디 신에서 출발한 팀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데뷔 직후부터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 무대를 넘나들었고, 미니 앨범 <Enter> 발표 후에는 ‘글래스톤베리에 보낼 유일한 한국 밴드’라는 평을 받으며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고 나섰다.

칵스 <Red> 앨범 재킷

댄서블한 비트와 그루브로 온몸의 감각 세포를 쥐고 흔드는, 칵스 특유의 장기는 오랜만에 선보인 <EP>에도 고스란히 표출되었다. 첫 곡 ‘#lol’로 대표되는 밴드의 로킹한 그루브는 타이틀 곡 ‘부르튼’으로 이어지며 그 에너지가 극에 달한다. 주로 영어 가사였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한국어 가사 위주로 곡을 썼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칵스 ‘부르튼’ MV

<Red>의 타이틀곡 ‘부르튼’의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정을 담은’ 뮤직비디오다. 멤버들이 촬영장으로 이동하고,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받고, 동선을 체크하는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특히, 일부 장면에서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세팅된 프레임 안에서만 움직이는 주인공이 아닌,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한 준비부터, 실제 촬영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모두 담은 이 영상은 메이킹 필름이나 패션 쇼의 백 스테이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오프온오프(Offonoff)

<Boy.>

오프온오프는 모든 취향을 유연하게 포섭할 수 있는 뮤지션 아닐까? 일 년 전,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원을 공개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부터 데뷔 앨범 <Boy.>를 발매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프온오프는 넘치는 법 없는 절제된 사운드로 일관하며 음악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그룹이다. 곡 쓰고 노래하는 콜드, 프로듀싱하는 영채널로 구성된 오프온오프는 젊고 솔직한 ‘소년’의 감성과, 능수능란한 프로듀싱 실력에서 오는 안정감을 두루 갖춘 팀이다. 

오프온오프 <Boy.> 앨범 재킷

<Boy.>는 콜드의 건조하고 무심한 보컬이 따뜻하고도 나른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수록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빠르지 않은, 그러나 처지는 법도 없는 박자와 멜로디는 오프온오프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그 자체이다. 타블로, 미소, 딘, 펀치넬로 등 피처링을 맡은 뮤지션들은 오프온오프의 앨범 안에서 마치 한 줄기로 모여든 듯한 조화로움 보여준다.

오프온오프 ‘Good2me’ MV

오프온오프는 곡 작업물뿐만 아니라 직접 디렉팅한 앨범 아트워크나 뮤직비디오로도 남다른 결을 드러내는 뮤지션이다.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무려 4곡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는데, 그중 ‘Good2me’는 한 신, 한 신이 패션 화보를 방불할 정도로 감각적인 영상미를 지녔다. 단 두 개의 촬영 스팟에서, 단조롭기 그지없는 동선만으로 완성한 뮤직비디오는 오프온오프 특유의 세밀한 미니멀리즘을 견고히 다지는 결과물이다. 화려한 색으로 미감을 과시하는 오브제나, 빠른 장면 전환 같은 장치가 없어도 음미하는 재미가 큰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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