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도 알았을까? 1999년 홍대 클럽 스팽글에서 데뷔한 이들이 오늘날 한국 인디 역사를 관통하는 대표 밴드로 자리 잡을 줄. 무려 17년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1집 앨범 <Self-titled Obsession>(2000)을 시작으로 대중성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적인 노이즈,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시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결합한 그들만의 음악을 모두에게 각인시켜왔다. 특히 4집 <Dreamtalk>(2012)는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 올해의 음반상을 휩쓴, 각별한 앨범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4년 만에 발표한 싱글 <나를 깨우네>(2016.10.19) 이후 한창 5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남상아(보컬/기타), 서현정(드럼), 김남윤(베이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앨범 발매 전까지 다들 어떻게 지냈어요?
남윤 <나를 깨우네>를 준비했죠(웃음). 앨범에 수록할 노래를 작업했어요. 또 뭘 했더라. 어디 놀러 간 데 있니? 난 애 키우고 노래 만드느라 놀러 간 기억이 없다.
상아 전 잘 먹고 잘 살았어요(웃음).
남윤 누나는 여행 갔다 왔지?
상아 태국으로 가족여행 다녀왔어요.
현정 난 언니 오빠가 했던 거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가끔 일 들어오면 하고.
남윤 하지만 제일 뜨겁게 놀았죠.
현정 네. 매일 술 먹고 뜨겁게 보냈죠.
상아 현정이는 영화 출연했지.
남윤 맞다. 큰 건 했네.

어떤 영화요?
현정 홍상수 감독님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요. 세 장면 밖에 안 나와요(웃음).

<나를 깨우네>는 어떤 앨범인가요?
남윤 5집 앨범에 수록할 두 곡을 내놨어요. 하나는 조용한 발라드, 다른 하나는 사이키델릭한 노래예요. 5집을 바로 낼까 고민도 했지만 그동안 공백이 길었잖아요. 먼저 사람들한테 조금씩 보여주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죠. 뭐, 뚜렷한 반응은 없어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요.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요.

두 곡의 분위기가 무척 달라요. '감정불구'가 3호선만의 서정성을 드러냈다면, '나를 깨우네'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요. 좀 더 일렉트로닉하고 무려 11분짜리죠. 두 곡 다 남윤 씨가 만드셨는데, 베이스 외에 다양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4집 앨범 <Dreamtalk> 역시 김남윤이 녹음과 믹스, 마스터링을 담당했다.)
남윤 네. 이번 곡은 제가 작업했고, 상아 씨와 현정 씨 곡도 곧 공개할 예정이에요. 전 지금 스튜디오 녹음실을 운영해요. 거기서 3호선 외에 다른 팀 앨범 작업도 하고 있어요. 3호선에서 베이스를 치지만 일상에선 작곡도 하고 영화 음악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죠.

이번에 기타 세션에는 누가 참여했나요?
남윤 ‘로로스’의 기타리스트 최종민 씨요. 앞으로도 그분이 함께 하기로 했어요.

4집 <Dreamtalk>를 돌아보면 어때요?
현정 그땐 ‘빨리 새 음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3호선은 앨범 내는 텀이 항상 길었으니까. 4집 나오고 1년씩 지날 때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남윤 그전에도 계속 변해왔지만, 특히 4집 내고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일단 멤버 변화가 있었고요. 3호선이 4집 앨범으로 상도 받고 TV에도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게 됐죠. 그 때문인지 몰라도 5집을 내는 데 살짝 부담도 있어요. 부담 갖는다고 앨범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니까 마음을 비우는 중이에요.
▶ 4집 <Dreamtalk> 수록곡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Live [바로가기]

음악에 있어서도 변화가 느껴져요. 1, 2집은 매니악하고 노이지 강한 음악이 많다면, EP <Nine Days Or A Million>(2009) 이후 멜로디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곡이 대부분이에요. 특히 4집은 매끄럽고 차분한 느낌이 강해요. 5집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요.
남윤 사실 1, 2집에서 느껴지는 날 것, 센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Nine Days Or A Million> 앨범부터 부드러워졌다고 하니까 다시 강한 음악을 하고 싶더라고요. 아마 상아 씨가 제일 하고 싶을 텐데. 근데 이번 앨범도 <Nine Days Or A Million>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우리 안에는 1집에서 느낄 수 있는 젊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상아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Nine Days Or A Million>에는 강한 음악이 없었죠.
남윤 4집에는 살짝 있었지만 많지 않았어요. '제주바람 20110807'이나 ‘끝말잇기’ 같은 노래들이 그나마 강했는데 사실 귀여운 노래들이고(웃음). 근데 이번에 되게 센 노래가 하나 있어요.
상아 ‘제로’라는 노래요.

오래 함께한 만큼 마찰도 있을 텐데 어떻게 조율하나요?
상아 싸워요(웃음).
남윤 억지로 조율을 하죠. 의견 맞추고 기분 상하고, 싸우고 참고. 부부 같아요.

주로 편곡 과정에서 많이 싸우는 건가요?
남윤 그런 부분도 있고. 근데 그건 싸운다기보다 의견을 모으는 거죠.
상아 싸우잖아.
남윤 에이, 편곡으로 싸우진 않지. 컨셉이라던가 전체적인 방향, 색깔 같은 걸로 많이 싸워요. 사실 막말을 해서 싸우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 조심해야 하는데 너무 편하니까 말을 세게 하면 상대방은 기분 상해서 더 세게 말하고.
상아 그래도 저희 그렇게 많이 안 싸워요.
남윤 다른 팀은 엄청 많이 싸우더만.
현정 맞아. 10년 넘은 거에 비하면.
남윤 솔직히 17년 된 밴드가 어딨어요.
현정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어요. 저희가 얘기를 복작복작 많이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라디오 스튜디오 같은 데 들어가면 “싸우고 오셨어요?” 물어봐요. 근데 저흰 그 상태가 되게 편하거든요.

3호선은 1집부터 지금까지 본인들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3호선을 떠올릴 때 딱히 생각나는 외국 밴드가 없어요.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나요?
상아 말씀하셨듯이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도 그렇고. 근데 멤버마다 좋아하는 뮤지션 색깔이 다 달라서 그게 저희 안에서 섞여요. 반죽이 된다고 할까. 아마 영향 안 받고 혼자서 음악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에요.
남윤 제가 혼자 음악을 하면 분명 누군가와 비슷할 거에요. 근데 멤버들 취향이 조합되고 특히 상아 누나 보이스가 들어가면서 어디에도 없는 음악이 되는 거죠. 여러 음악이 우리 안에서 섞이고 짬뽕이 되면서 3호선만의 색깔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각자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남윤 토로 이 모아(toro y moi)라고 미국에서 인디음악 하는 뮤지션이요. 3호선이랑 비슷하지는 않아요. 이번에 따라 하려고 만든 곡이 있었는데 망쳤어요. 색깔이 안 묻더라고요.
▶ Toro Y Moi ‘Say That’ [바로가기]
상아 코난 모카신(Connan Mockasin)이랑 오브 몬트리얼(Of Montreal)이요.
▶ Connan Mockasin ‘Forever Dolphin Love’ MV [바로가기]
남윤 캐나다 몬트리올 말하는 거지? 오브가 뭐야?
상아 ‘~의’ 할 때 오브.
남윤 몬트리올의? 밴드 이름 되게 신기하네.
상아 무슨 몬트리올인지 나도 모르겠네.
현정 저는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요. 초창기부터 좋아했어요.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일주일 전에 다시 들었는데 ‘내가 그동안 왜 안 들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한 공연도 갔는데 눈도 깜빡이지 않고 봤어요. 너무 좋아서.
▶ St. Vincent 'Digital Witness' MV [바로가기]

3호선 페이스북에 실리카겔 멤버 김한주 씨와 찍은 사진이 꽤 있더라고요. (*남상아는 실리카겔 첫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에 수록한 'II' 피쳐링에 참여했다.)
현정 예전에 명월관에서 실리카겔과 같이 공연을 했어요. 그때 다들 실리카겔 공연을 재밌게 봤을 거에요. 근데 공연 때 서로 잭이 엉켰나? 끝나고 뭘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때 교류했죠.
남윤 원래 3호선에 건반 세션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어요. 마침 “어, 실리카겔에서 건반 치는 애한테 한번 물어볼까?” 하고 연락했죠. 근데 알고 보니 한주 씨가 3호선 팬이었던 거에요. 진짜 하고 싶다고, 그래서 하게 된 거죠. 같이한 지 1년 넘었어요. 지금도 저희 세션을 도와주고 있는데 마음 같아선 멤버로 불러오고 싶어요(웃음). 실리카겔은 정말 멋있어서 저희도 보자마자 뻑 갔어요. 오히려 우리가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20대 초반의 밴드로부터 신선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할까. 한주 씨가 3호선 세션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주고 있어요.

그밖에 주목하는 뮤지션이 있나요?
상아 씽씽이라는 밴드요. 어어부 밴드 장영규 씨가 하는 국악 로큰롤 밴드에요. 우리나라 옛 민요를 기반으로 밴드만의 색깔을 넣어서 하고 있는데.
▶ 씽씽(SsingSsing) ‘창부타령’ [바로가기]
남윤 되게 희한한 팀이에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인 팀일걸요. 실제 국악하는 사람들이 한복 입고 창도 하고.
상아 드랙퀸 같은 옷을 입지.
남윤 맞다. 영화 <벨벳 골든마인>에 나오는 주인공처럼요.

2015년 12월에는 삐삐밴드와 함께 공연했고, 안무가 예효승 씨의 무용극 <I'M SO TIRED>에 출연했어요. 앞으로도 다른 방면에서 3호선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나요?
남윤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하고 싶어요.
상아 음악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좋아요.
남윤 그냥 공연도 좋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공연이 참 재미있어요. 예컨대 예효승 씨랑 했던 공연도 그렇고. 새롭게 준비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그러면서 커가는 거 같아요.
현정 예효승 씨 공연 때 우리 연기할 뻔했잖아(웃음). 정신 차려서 너무 다행이야.
남윤 현정이는 연기자니까 연극 한번 해야지.

현정 씨는 연기를 꾸준히 하는 거예요?
현정 아니요(웃음). 우연치 않게 기회가 생겨서 얼씨구나 하고 재밌게 한 거에요.
남윤 연기가 다 술 먹는 역할밖에 없어요.
현정 혹시 술 먹는 연기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근래 인디 뮤지션들이 설 만한 공연장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요. 특히 한국 밴드는 2010년 이전에 비하면 여러모로 침체한 분위기예요. 오래 활동해온 밴드로서 현재 음악 신의 어떤 부분이 아쉽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갔으면 하는지 듣고 싶어요.
남윤 전에 누가 그랬는데 외국도 밴드 음악 인기가 점점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일렉트로닉, DJ 음악이 강세이고 밴드 음악 듣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고.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들한 것 같아요. 아쉽죠. 밴드 음악 하는 팀이니까. 근데 사실 한국에서 밴드 음악이 인기 있던 적은 없었거든요.
상아 왜. 송골매 활동할 때는 인기 있었잖아.
남윤 그건 너무 옛날이고.

저는 2000년대 초, 중반이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아침, 얄개들, 장기하.
남윤 저도 그때가 부흥기였다고 봐요.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사람들 취향이 변하고 있나 봐요. 사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바랄 순 없고, 그냥 3호선은 하던 거 계속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다시 좋아지는 때가 오겠죠. 아니면 저희가 DJ로 전향할 수도 있고(웃음). 안 그래도 5집 앨범에 새로운 컨셉으로 만든 노래가 있는데 단 한 번도 3호선이 하지 않았던 스타일이에요. ‘나를 깨우네’는 일렉트로닉한 요소가 있지만 락 기반인데, 5집 앨범에는 전자 사운드가 강한 곡이 몇 개 있어요. 큰 변화예요.

타이틀 곡이 될 수도 있나요?
남윤 뭐, 그냥, 보세요. 일단 12월에 공개하는 음악이 어찌 보면 큰 변화예요. 원래 이번 앨범 시작할 때 일렉트로니카로 앨범을 싹 바꾸자고 했었거든요. 하다 보니까 섞이게 됐는데 확 바뀌었으면 되게 두려웠을 거 같아요.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낄까 봐.

앞으로 3호선의 행보가 궁금해요.
현정 일단 11월 19일에 ‘써리얼 모먼츠’라는 공연이 있어요.
▶ 써리얼 모먼츠 인디포스트 기사 [바로가기]
▶ 써리얼 모먼츠 공연 예매 [바로가기]

남윤 그 후엔 내년까지 공연이 없고, 1월에 이것저것 많이 잡아 놨어요. 1월 초에 음감회를 열 거고, 1월 중순 즈음 5집 앨범이 나오면 단독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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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버터플라이 '나를 깨우네'

 
장소협찬 커피 콘하스(COFFEE CONHAS)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5,

인터뷰 이이재
사진 이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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