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의 어린 나이에 스크린에 데뷔해 30년 넘는 연기 인생 동안 유약한 고등학생이 되었다가, 예민하게 흔들리는 청춘을 대변하기도 하고,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아버지가 되기도 했다. 명실상부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이자 세 권의 소설을 출간한 작가,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분야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재능의 소유자 에단 호크 얘기다. 그의 최근작 <내 사랑>과 함께, 에단 호크표 멜로 영화들을 두루 훑어본다. 그간의 필모그래피에 비하면 로맨스 장르의 비중이 그리 큰 편이 아님에도 에단 호크를 ‘로맨티시스트’나, ‘로맨스 장인’으로 떠올리는 데는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

 

#로맨스의 시작, <청춘 스케치>

예민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불안과 가슴 설레는 풋풋한 사랑, 그 중간지점에 <청춘 스케치>(1994)가 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 ‘레이나’(위노나 라이더), 실직상태로 레이나의 아파트에 얹혀사는 ‘트로이’(에단 호크)와 그의 친구들. 영화는 이름 석 자와 몸뚱어리를 빼면 아무것도 이룬 것도, 이룰 가능성도 없는 청춘들이 으레 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에단 호크를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유약한 명문 고등학생에서 세상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청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게 해준 영화로, 이제 막 ‘현실’에 뛰어드는 청춘이라면 반드시 꺼내 보아야 할 명작이다. 만나기만 하면 툴툴거리고 싸우던 오랜 친구사이에서 점차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고 성장해가는 에단 호크와 위노나 라이너의 연기 호흡이 단연 빛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담배 몇 개비, 커피 한 잔, 약간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단돈 5달러.”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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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에 걸친 사랑의 기록, '비포 시리즈'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으로 이어진 삶과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비엔나에서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에서 시작된 풋풋한 첫사랑과 현실에 체념하고 순응하며 살아간 시간들, 그리고 9년 만의 재회. 다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합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모든 중년 부부가 그러하듯 설렘은 사라지고 익숙함과 ‘시시함’만 남는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씁쓸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영화는 사랑에 마음껏 설레어보고, 체념도 해보고, 현실에 조응하며 지내온 모든 순간이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랑임을 너그럽게 대변한다. 한결같은 눈빛으로 ‘셀린느’(줄리 델피)를 바라보는 ‘제시’(에단 호크)의 애틋한 시선은 1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도록 변함이 없다.

 

#이제껏 없었던 로맨스, <매기스 플랜>

누군가와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언뜻 보면 평범한 연애 공식을 따르는 영화 같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결혼 이후의 이야기가 본격적인 시작이고, 유별난 캐릭터들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좋은 직장에 좋은 친구를 두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던 ‘매기’(그레타 거윅)는 우연히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교수 ‘존’을 만나 처음으로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지만 이후 남편의 변해가는 모습에 뜻밖의 계획을 세운다. 에단 호크는 매력적이고 지적이지만 한편으론 이기적인 면과 철없는 ‘어른아이’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존’을 생동감 있게 연기했다. 사랑에 서툴고 시니컬하지만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존의 모습은 <청춘 스케치> 속 ‘트로이’가 중년이 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부추긴다. 에단 호크의 넘치지 않는 위트와 귀여운 매력, 역동적인 연기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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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인생 멜로’, <내 사랑>

최고의 ‘나이브 아트’ 화가 ‘모드 루이스’(1903~1970)의 운명 같은 사랑과 가난하지만 찬란했던 화가로서의 삶을 다룬 실화 영화. 생선과 장작을 파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외로운 삶을 살던 ‘에버렛’이 사랑스러운 여인 '모드'(샐리 호킨스)를 만나 서로를 길들이고 또 물들어가는 과정이 ‘모드’가 맑은 눈빛으로 그려낸 그림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에단 호크는 상처받기 두려워 사랑을 멀리하며 평생 외톨이처럼 지내온 무뚝뚝한 어부 ‘에버렛’으로 분해 누른 듯 절제된 연기로 깊은 울림을 안겨줄 예정. 영화를 미리 본 관객들로부터 ‘에단 호크 필모그래피 중 가장 훌륭한 연기’라는 호평을 얻으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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