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츠(スピッツ)와 블루하츠(THE BLUE HEARTS)의 음악은 언뜻 듣기에는 좀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 곡씩 번갈아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들어보면 서로 은근히 잘 어울리는 면이 있는데요, 선이 굵고 곱고의 차이가 있을 뿐, 아름다운 마음과 맑은 에너지는 같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두 밴드의 곡을 하나씩 짝지어 들어보고 각각의 곡을 발표할 당시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スピッツ(스피츠) '青い車(파란 자동차)'
"너와 만났다는 기적이 이 가슴에 가득 넘쳐 흘러 / 정말 이제는 자유롭게 하늘도 날 수 있겠네 / 꿈을 적신 눈물이 넓은 바다로 흘러가고 나면 / 계속 내 옆에서 웃어 주면 좋겠네"

스피츠의 첫 번째 히트라고 할 수 있는 '하늘도 날 수 있겠네(空も飛べるはず:소라모토베루하즈)’입니다. 밴드가 메이저에 데뷔한 후 세 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음반의 판매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꾸준히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하는 한편,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를 프로듀서로 맞아들여 네 번째 앨범 <Crispy!>(1993)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신통치 않아 멤버들은 마음고생이 심하였고, 보컬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자신이 만드는 노래와 목소리의 자신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 앨범에 수록한 '네가 추억이 되기 전에(君が思い出になる前に:키미가오모이데니나루마에니)'가 처음으로 오리콘 차트에 진입하고, 다음 앨범 <空の飛び方(하늘을 나는 법)>(1994)에 수록한 '하늘도 날 수 있겠네'가 1위에 오르면서 스피츠는 제목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합니다.

THE BLUE HEARTS '青空(푸른 하늘)' Live
"태어난 곳이나 피부나 눈의 색깔로 / 대체 나에 대해 어떤 것을 알 수 있다는 거지 / 역사가 내게 다가와 묻는다 / 눈부시게 푸른 하늘 바로 그 아래에서"

일본어로 ‘푸른 하늘’이라고 하려면 아오조라(青空) 혹은 아오이 소라(青い空)라고 하면 됩니다. 그런데 블루하츠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마시마 마사토시(真島昌利)는 아오조라(青空)라고 써놓은 제목을 아오이 소라(青い空)로 읽자고 우겼죠. 독음마저 무시하는 펑크 정신이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세상은 그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고 언론에서는 모두 이 노래의 제목을 아오조라로 불렀으며 심지어 멤버인 보컬 코우모토 히로토(甲本ヒロト)도 아오조라로 읽었다고 합니다.

スピッツ(스피츠) '青い車(파란 자동차)' Live
"너의 파란 자동차를 타고 바다에 가자 / 두고 왔던 무언가를 보러 가자 / 이제는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아 / 아무것도 아닌 보물을 바라보자 / 모조품의 조각에 키스하자 / 지금 변해가네"

'파란 자동차(青い車:아오이쿠루마)'에는 두 가지 뒷얘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빠르기에 대한 것인데요, 쿠사노는 원래 이 노래를 더 느린 템포로 생각해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밴드의 리허설에 본인이 늦게 와버렸고, 다른 멤버들이 먼저 편곡을 준비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빠르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쿠사노는 지각도 해 놓고 편곡도 다시 하자고 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빨라진 템포를 받아들였지만, 나중에는 꽤 마음에 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멤버들 모두 "이 곡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스피츠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곡이 되었지요. 두 번째 이야기는 원래 이 곡이 싱글 A면이 아니라 B사이드 곡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곡을 소개하면서 하도록 하지요.

THE BLUE HEARTS 'TRAIN-TRAIN'
"세상에서 정해 놓은 어떤 기념일보다 / 당신이 살아 있는 오늘은 얼마나 멋진가 / 세상에서 세워 놓은 어떤 기념비보다 / 당신이 살아 있는 오늘은 얼마나 커다란 의미인가 / 보이지 않는 자유를 갖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총을 마구 쏘아댄다 / 진짜 목소리를 들려줘 / 트레인-트레인, 달려간다"

제목이 TRAIN-TRAIN, 후렴이 트레인-트레인, 드럼은 칙칙폭폭. 당연하게도 철도 관련 장면에 배경 음악으로 많이 나오는 노래입니다. 또한 강렬한 에너지로 힘차게 달려가기 때문에 스포츠 분야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데요. 일본 고교 야구 대회에서 응원가로 즐겨 부르는 곡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피아노는 맑은 시작을 이끌어내고, 절묘한 조화로 함께 어울려 전개되며, 조용한 부분에서는 현악과 함께 화려하게 펼쳐지기도 하는데요. 서포트 멤버인 시라이 미키오(白井幹夫)는 키보드를 연주하며 거의 제5의 멤버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밴드의 음악과 활동에 많은 부분 동참하였습니다.

スピッツ(스피츠) '猫になりたい(고양이가 되고 싶어)' Live
"고양이가 되고 싶어 너의 품 안에서 / 외로운 밤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있고 싶어 / 고양이가 되고 싶어 말은 부질없어 / 사라지지 않도록 상처를 입혀 주겠어 / 눈을 감고 떠올린 비밀의 도피처는 / 시칠리아 해변의 그림엽서를 닮았어"

스피츠의 싱글 <파란 자동차(青い車:아오이쿠루마)>에는 두 곡이 들어있습니다. A면이 '파란 자동차'이고 B면이 바로 '고양이가 되고 싶어(猫になりたい:네코니나리타이)'이죠. (물론 여기서 A면 B면이라 함은 CD를 앞뒤로 뒤집는다든가 하는 건 아니고, LP 시절부터 내려오는 관습적인 표현입니다. A면 노래는 싱글 컷 된 대표곡, B면 노래는 함께 따라오는 서포트 곡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CD로 말하자면 원래는 1번 트랙이 '고양이가 되고 싶어', 2번 트랙이 '파란 자동차'가 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킷 커버 아트도 고양이를 표현하였죠. 아마도 앞서 '파란 자동차'를 소개할 때 나왔던 이야기, 템포가 바뀌면서 곡의 임팩트가 커진 것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비록 '고양이가 되고 싶어'는 B면 곡이 되었지만,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는 곡이기도 합니다.

スピッツ(스피츠) '青い車(파란 자동차)' 싱글 재킷 커버
THE BLUE HEARTS 'キスしてほしい(키스해주길 바래)' MV

"어디까지 가는 거야 우리들은 오늘 밤에 / 이대로 계속 여기에 있는 거야? / 터질 것만 같아 뛰쳐나갈 것만 같아 /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멋져서 / 키스해주길 바라 / 두 사람이 꿈에 가까워지게 키스해주길 바라"

"키스에 대한 노래 중 가장 저돌적인 노래",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키스 노래"라고 할 수 있는 '키스해주길 바라(キスしてほしい:키스시테호시이)'입니다. 뮤직비디오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는데요. 네 명의 멤버를 각각 원숭이, 펭귄, 돼지, 북극곰으로 표현해 이들이 동화와 동물과 모험과 동물과 괴수와 동물과 전대물과 동물의 세계를 누비는 내용입니다. 키스를 부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스트레이트하게 다가오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죠. 게다가 그 마음이 순수하고 맑고 아름답다면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노래의 백미는 역시 마지막이죠. 키스해주길 바라, 키스해주길 바라, 키스해주길 바라, 오 예!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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