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대학’의 슬로건은 ‘떠나지 못할 이유가 더 생기기 전에’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한편 ‘여행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싶은 사람이라면 여행대학으로 찾아가자. 여행가 강기태 씨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줄테니. 여행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강의 주제가 되고, 누구든지 여행 멘토가 될 수 있는 곳이 여행대학이다. 화려한 서울역 일대와 대비되는 풍경의 만리시장 골목 안쪽에 여행대학 본관이 있다.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을 만나 여행대학은 과연 어떤 여행을 배울 수 있는 곳인지 물었다.

▲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

먼저 강기태 총장님이 지금의 여행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첫 여행은 스무 살 때부터, 국내 자전거 여행을 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땐 제주도를 갔고, 3학년 때는 동남아 일주하고, 4학년 때는 중앙 아메리카를 일주하고요. 군대 제대하고 나서는 트랙터를 협찬 받아 여행을 다녀왔죠. 당시 트랙터 여행이 워낙 특이했기에 강의를 할 수 있었고, 방송에도 나가게 됐죠. 그것으로 책을 내며 여행 작가가 됐고요. 그렇게 되기까지 딱 십 년이 걸렸죠.

그럼 트랙터 여행이 곧 여행대학의 시작인가요? 여행대학을 만든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트랙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숱한 질문이 쏟아졌어요. 여행은 어떻게 가나요? 같은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트랙터 협찬은 어떻게 받나요? 안전한가요? 티켓은 어떻게 끊어요? 배낭은 뭐가 좋나요? 사진기는 뭘 골라야 하죠? 같은 사소한 질문들이 메일이나 쪽지로 수없이 왔어요. 질문이 너무 많아서 갈수록 대답해 주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만큼 여행을 안 가본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같이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그 점을 몰랐던 거죠. 그래서 아예 ‘수업을 만들어서 알려주자!’ 생각했어요. 우선 여행가로 사는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여행가들이 직접 들려주는 생생한 여행담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거든요. 여행가들을 ‘여행멘토’로 삼아 강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동시에 수강생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여행 강의를 제공하는 여행 수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온전히 ‘여행자를 위한 커뮤니티’로요.

▲ 여행멘토와 함께 하는 여행대학의 다양한 여행 풍경과 입학설명회 광경(출처- 여행대학 페이스북)

여행멘토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처음에는 여행가 지인들 13명으로 시작했어요. 선생님이라 말하기엔 조금 어색해서 여행멘토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자신의 여행 경험과 지식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에요.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누구든지 여행멘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훨씬 다양한 여행멘토가 있고, 계속 새로운 멘토를 찾고 있어요.

여행대학의 모집방식이 달라졌다고 들었어요. 곧 개강할 여행대학은 어떻게 바뀌나요?
이번부터 ‘학기제’로 바꿨어요. 올 상반기에 모집했던 5기까지는 별도의 입학과정을 거친 수강생으로 구성했어요. 등록금을 내고 수강생으로 등록한 사람들만 그 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올 11월부터는 ‘6기’가 아니라 ‘겨울학기’로 개강하는 거예요. 따로 등록하지 않고 겨울학기에 개설된 수업 중 참여하고 싶은 것만 골라 신청하면 되는 거죠.

수강 방식을 바꾼 이유가 있나요?
이전에는 보통 등록금 15만 원을 내고 그 학기의 여러 강의를 듣는 방식이었어요. 그 금액만 내면 대부분의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고, 별도로 강의료가 있더라도 평균 15,000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었죠. 그런데 학생들에게 등록금 15만 원이 부담스러운 금액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여행대학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와는 다른 이유로, 직장인들은 등록하더라도 다른 일 때문에 학기 수업을 못 듣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입학등록제도를 없앴어요.

▲ 여행멘토와 함께 하는 여행대학의 다양한 여행(출처- 여행대학 페이스북)

여행대학의 강의는 이론 수업에서부터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것까지 정말 다양한데, 이번에 바뀐 겨울학기에는 어떤 수업들이 있나요?
이전에는 수업들이 개별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수업의 코스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그중 하나가 ‘여행 인문학 과정’인데, 여행 관련 이론수업을 체계적으로 듣는 거예요. 나라 별로 수업을 듣는 ‘세계일주 과정’도 만들었어요. 진짜 학교처럼 요일 별로 시간표를 만들 수도 있고요. 특히 겨울학기 목적에 맞게, 사람들이 여행 수업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한 명의 수강료로 두 명이 들을 수 있는 ‘원 플러스 원’ 같은 정책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도 있어요.

진행했던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여행의 표현 수단에 따라 멘토들의 강의도 점점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제가 여행 다녔을 당시에는 여행에서 돌아오면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행 사진을 올리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특히 ‘여행 이후의 삶’을 더 발전시키는 것 같아요. 여행 후에 듣는 수업도 활발한데, ‘여행 에세이 잘 쓰는 방법’이나,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여행 영상 만들기’ 같은 수업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행대학 본관은 꼭 카페 같아요. 여기서 여행대학 강의만 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에요. 여행 강의가 아니어도, 여행멘토가 아닌 누구라도 모임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대관해서 이용할 수 있어요. 지방에서 수업을 들으러 오는 친구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마련되어 있어요. 물론 침낭도 있고요.

▲ 여행대학 본관 내부

총장님의 최근 여행지는 어디예요?
일주일 전에 ‘섬청년탐사대’ 여행을 다녀왔어요. ‘섬청년탐사대’는 섬에 가서 캠핑하는 여행이고, 동시에 여행대학의 세컨드 브랜드이기도 해요. 여행을 다니면서 쓰레기도 치우고, 농촌 아이들에게 여행을 통한 강의도 하는. 궁극적으로는 나중에 섬마을에 도서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여행대학의 대표로서 가는 ‘일’이지만, 곧 저의 ‘여행’이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으면 그에 맞는 수업을 만들어서 가요. 실제로 경남 하동 여행을 만들었던 이유는 제가 고향으로 여행 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웃음) 제가 가장 잘 알기도 하고요.

다녀본 수많은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국내, 해외 여행지 한 곳씩 추천해주세요.
경남 하동?(웃음) 하동이 좋은 이유는 뒤엔 지리산, 앞엔 섬진강이 있고요. 화개장터도 있고, 청학동도 있고요. 바다도 있죠! 해외 여행지로는 터키 카파도키아요.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에요. 아침에 일출과 함께 열기구 올라가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가장 기억에 남고요. 저 터키 사람이랑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어요?(웃음)

‘여행’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나요? 떠나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여행욕구를 마구 자극할 영화를 추천한다면?
혼자 여행 다닐 때 주로 새벽에 영화를 많이 봤어요. 여행대학에도 같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수업이 있었죠. 그때 처음 틀었던 영화가 [인 투 더 와일드]예요. 한 남자가 속세를 떠나 무전 여행하는 내용인데, 저는 이 영화를 수십 번 봤을 정도로 좋아해요. 야생으로의 모험심을 마구 자극시키는 영화죠. 말 나온 김에 오늘도 봐야겠네요.

▲ 여행대학 본관 내부

총장님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들이 여행이 마냥 즐거울 것만 같고, 여행을 다녀오면 스스로 엄청 변해 있을 거라 착각하곤 해요. 그렇게 환상을 품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원래의 현실과 부딪히고, 기대했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좌절감에 더 힘들어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평생에 걸쳐 세계일주를 해보라고 얘기해요. 현재 생활을 내동댕이치고 몇 년 동안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균형을 맞추되 평생 여행을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행대학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총장님의 여행 계획도 궁금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대학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행에 관한 다양한 배움을 나누는 것이고요. 여행 저변의 확대는 여행대학의 목표이자 발전이고 곧 저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여행대학이 자리를 잡고 목표를 이루면 저는 다시 ‘여행가 강기태’로 여행을 떠날 거예요.


여행대학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 270, 2층(서계동, 만리시장)
홈페이지 www.traveluniversity.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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