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워쇼스키 자매가 각색하고 제작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제임스 맥티그 감독)를 통하여 우리에게 익숙해진 ‘가이 포크스 마스크’는 16세기 실존 인물 가이 포크스(Guy Fawkes, 1570~1606)의 실제 모습을 담은 초상을 바탕으로 만든 가면이다. ‘녀석’을 뜻하는 단어 ‘가이(guy)’ 또한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매년 11월 5일 영국, 뉴질랜드 등지에서 ‘가이포크스데이(Guy Fawkes Day)’ 축제가 벌어질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가이 포크스의 초상(좌)과 가이 포크스 마스크(우)

그는 1605년 신교도인 영국왕 제임스 1세를 암살하기 위해 소위 ‘화약폭파음모(Gun Powder Plot)’를 모의한 카톨릭계 주동자 중 한 명으로, 익명의 밀고자에 의해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이들의 거사일이자 체포된 날인 11월 5일을 기억하기 위해 폭죽을 터뜨리고 인형에 가이 포크스 가면을 씌워 거리를 배회하는 축제가 영국에서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Guy Fawkes Day’ 행진 모습

역사적으로 반역자를 상징하던 가이 포크스 캐릭터는, 워쇼스키 자매가 동명 만화를 각색해 제작한 2005년 영화 <브이 포 밴데타>를 통하여 저항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만화에서 신비의 인물 ‘V’가 얼굴에 쓰기 위해 정교하게 그려진 가이 포크스 가면은 세계 각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주인공 V는 이 가면을 쓰고 영국의 디스토피아 정부를 공격하는 액션을 펼친다. 영화엔 워쇼스키 자매가 제작한 작품답게 <매트릭스> 스타일의 액션이 여러 차례 나온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액션 장면

아래는 ‘이비'(나탈리 포트만)을 구해주기 위해 혜성처럼 나타난 V가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V를 통하여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그에게 동조하게 된다.

방송사를 장악하여 국민에게 저항을 촉구하는 장면은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V가 전하려 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독재자의 잘못보다 독재를 방관하는 국민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 명장면 중 하나

이 영화는 2005년 개봉 직전 런던 지하철 폭파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개월 연기한 끝에 다시 상영에 들어갔으며,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으나 매니아의 광적인 사랑을 받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