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우연의 일치인지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서양의 영화 두 편이 같은 날 국내에 개봉한 바 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훌륭한 배우들과 제작진이 힘을 합쳤기에 더욱 호기심이 가는 영화들. <아버지와 이토씨>, <오두막>을 원작과 함께 만나보자.

 

<아버지와 이토씨>

My Dad & Mr Ito│2016│감독 타나다 유키│출연 우에노 주리, 릴리 프랭키, 후지 타츠야

<아버지와 이토씨>는 유쾌한 가족 시트콤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8회 소설현대장편신인상’을 받은 나카자와 히나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34세 주인공 '아야'(우에노 주리)와 54세 남자친구 '이토’ 씨(릴리 프랭키)가 사는 집에 어느 날 74세 아야의 아버지(후지 타츠야)가 무단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달과 체리>(2004), <백만엔걸 스즈코>(2008) 등으로 청춘들의 공감을 샀던 타나다 유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그의 오랜 파트너이자 영화 <심야식당>(2015)의 촬영감독인 오오츠카 료가가 인물과 일상의 풍경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와 소설 <아버지와 이토 씨>(레드박스, 2016)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인가!?”

탁! 하고 아버지가 탁자 위에 양손을 짚고서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두 눈이 기대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아뇨, 저기, 선생은 아닙니다.”

“음? 그럼 사무직이나 잡역부인가?”

“그쪽도 아닙니다.”

“그럼, 교사도 아니고 사무직이나 잡역부도 아니라면.”

“아르바이트로 ‘급식 아저씨’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두 어깨가 부르르 흔들렸다. 옆에서 보기에도 급속도로 눈의 반짝거림이 사라져 가는 게 느껴진다. 쉰네 살의 남자가 아르바이트 생활이라. 아버지가 느끼고 있는 환멸이나 경멸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


- 나카자와 히나코. <아버지와 이토씨>. 레드박스. 2016. 28p

원작 <아버지와 이토 씨>는 극작가로 활동해온 나카자와 히나코의 첫 장편소설이다. 서점에서 일하는 30대 중반의 '아야'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내세워 급식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돌싱남 이토 씨와 그를 못마땅해하는 까칠남 아버지, 세 사람의 동거를 유쾌하고 실감나게 풀어냈다. 탁구공을 튕기듯 주고받는 생동감 넘치는 대사와 섬세한 음식 묘사 등으로 ‘한번 책장을 넘기면 끝까지 읽게 되고, 끝까지 읽는다면 누군가에게 반드시 소개해 주고 싶은 소설'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영화화된 개봉작 <아버지와 이토씨>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대별 국민 배우들을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로 유명한 우에노 주리가 주인공 아야 역을 맡아 한층 성숙한 매력을 뽐냈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로 개성 있는 인상을 심어준 릴리 프랭키가 스무 살 연상의 연인으로 우에노 주리와 담백한 커플 연기를 선보였다. 그들의 한가로운 일상을 뒤흔드는 아버지 역은 일본 영화계를 지탱해온 대배우 후지 타츠야가 맡았다. 가족 간의 갈등을 리얼하게 버무린 에피소드와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을 둘러싼 사건 전개는 실컷 웃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는 뭉클함을 전한다.

<아버지와 이토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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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The Shack│2016│감독 스튜어트 하젤딘│출연 샘 워싱턴, 옥타비아 스펜서, 라다 미첼

같은 해,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오두막>은 오로지 입소문의 힘만으로 46개국에 출간되어 2,000만 부 이상이 팔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슬픔에 잠겨 살아가던 남자가 어느 날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받고, 딸이 죽은 오두막에서 신비로운 세 사람을 만나 경험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오두막>과 원작 소설 <오두막>(세계사, 2009)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당신은 나를 버렸듯이 예수도 버렸어요!”

“매켄지, 나는 예수를 버린 적도, 당신을 버린 적도 없어요.”

“난 이해할 수 없어요.” 그가 받아쳤다.

“그렇다는 거 알아요. 적어도 지금은 이해 못하겠죠. 하지만 오로지 자기 고통만 바라볼 때,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나요?”

맥이 아무 대답도 못하자 그녀는 그를 놔둔 채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갖은 양념과 재료를 첨가해가며 여러 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콧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면서 파이를 손질해 오븐에 넣었다.

“예수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데서 그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요. 예수는 자신을 온전히 내 손에 맡긴 채, 자신이 갈 길을 찾아냈죠. 아,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어요!”

맥은 멍한 기분으로 조리대에 몸을 기댔다. 감정과 생각 모두 뒤죽박죽이었다. 파파의 말을 전부 믿고 싶기도 했다. 그러면 정말 굉장할 텐데! 하지만 그의 마음속 한편에서는 “사실일 리가 없어!”라는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 윌리엄 폴 영. <오두막>. 세계사, 2009. 여섯 번째 챕터 ‘파이(π) 한 조각’ 가운데

원작 <오두막>은 2005년 작가 윌리엄 폴 영이 그의 여섯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써내려 간 글에서 시작했다. 완성된 원고를 읽은 지인들은 주변에 추천을 거듭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작가는 강력한 권유에 못 이겨 출판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자 2007년, <오두막>을 위한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을 개설했고, 소설은 광고 하나 없이 출판 1년 만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70주 1위, 2008년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 100에 올랐다.

소설 출간 이후 10년 만에 영화화된 <오두막>은 ‘사랑’, ‘분노’, ‘용서’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종교와 맞물려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냈다. 또한, 원작의 스토리를 살리되 종교적인 색채를 덜고 판타지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2013) 제작진이 그려낸 영상미에 <섹스 앤 더 시티>, <스텝 업> 시리즈의 음악감독 아론 지그만이 들려주는 웅장한 사운드, 무엇보다 탄탄한 내공을 갖춘 배우들의 연기가 호감을 끌어낸다. 유괴범에게 딸을 잃고 절망의 끝에서 파파를 만나는 주인공 맥 역에는 <아바타>(2009), <핵소 고지>(2016) 같은 작품으로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쌓아 올린 샘 워싱턴이 맡았다. 파파 역의 배우는 <헬프>(2011), <히든 피겨스>(2016)의 옥타비아 스펜서. 원작은 물론 영화에서도 파파(하나님)의 모습을 기존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흑인 여성으로 그려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이밖에도 파파의 아들인 예수 역은 이스라엘 유대인 출신의 배우 아브라함 아비브 알루쉬가, 사라유 역은 일본에서 가수, 모델, 배우로 활약 중인 스미레가 연기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오두막은 캐나다의 컬투스 호수 인근에 지어져 산과 호수, 오래된 숲을 배경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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