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꿉놀이> 포스터

동거와 혼전임신, 결혼과 육아. 여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일련의 상황들이다. 굳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아직 대한민국 여성들은 그 단어가 초래하는 상황에 홀로 곤란해 하는 걸까. 그 실상을 파헤치는 세 편의 영화가 있다. 남다르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황들을 지금 우리나라 여성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이내 영화는 연애에서부터 결혼, 임신, 출산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질문을 던진다. 답을 찾는 건 여성과 남성 모두의 몫이다.

 

임신, 결혼, 육아는 아내, 엄마, 며느리만의 일인가요?

<소꿉놀이>

Welcome to playhouseㅣ2014ㅣ감독 김수빈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시작한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 영화는 예술가 집안에서 외동딸로 자라 누구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꿈을 키워가던 스물 셋 ‘수빈’의 혼전임신이 자연스레 결혼, 출산, 육아, 시집살이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여성이자 아내, 엄마, 며느리인 수빈의 고충이다. 예컨대 출산 이후 겪은 신체의 변화부터 집안일을 둘러싼 배우자와의 다툼, 나아가 “여긴 친정이 아니야. 여긴 시댁이야”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대개 ‘여성’인 수빈에게만 난처한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런 영화의 서사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추어 봤을 때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씁쓸함을 남긴다. 영화는 그러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꼬집으면서도 20대의 에너지처럼 명랑하고, 장면 곳곳에 센스 있는 일러스트와 유머를 배치해 재치 있게 풀어간다. 알콩달콩한 소꿉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재미(?)와 역경이 가득한 현실 소꿉놀이를 감상해보자.

ㅣ영화보기ㅣ옥수수N스토어Indieplug

 

미혼과 비혼 사이, 꼭 결혼을 해야 하나요?

<두개의 선>

2 Linesㅣ2011ㅣ감독 지민ㅣ출연 지민, 이철

임신테스트기에 두 개의 선이 선명하게 뜬 순간, 우리 사회는 두 가지 선택지를 내민다. 결혼 아니면 낙태. 남자친구인 ‘철’과 연애 8년, 동거 2년을 하고, 현재 임신 4개월 차인 ‘지민’은 그 두 가지 선택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자 영화의 장본인인 지민은 그렇게 우리 사회가 ‘비혼족’이자 ‘미혼모’라 규정한 사람이 되어 겪는 갈등을 숨김없이 기록해 보여준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가 왔다지만, 여전히 비혼, 동거에 관해 불편하고 예민한 담론이 오가는 우리 사회를 향해 분출하는 지민의 행동들은 이 시대 청춘의 대담한 도전으로만 치부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성애 중심의 가족주의, 가부장제, 순결주의, 결혼제일주의 등을 모두 벗어 던지고, 더 넓고 다양한 형태를 띤 삶으로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다. 다큐멘터리 속 지민과 철의 결말은 결국 ‘현실’로 향할 지라도, 이들이 말하는 ‘안티 결혼 다큐’를 보아야 하는 이유다.

ㅣ영화보기ㅣN스토어Indieplug

 

그래서, 아빠가 꼭 필요한가요?

<미쓰마마>

Bittersweet Jokeㅣ2012ㅣ감독 백연아ㅣ출연 최형숙, 김현진, 장지영

보통의 20대 여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스물 일곱 '현진'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두 살배기 딸과 이상적인 가정에 대한 갈망이다. 반면 스물 아홉 '지영'은 사랑과 결혼 둘 다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여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마흔의 '형숙'에게 남자와 사랑은 또 다른 문제다. 이렇듯 연애와 결혼에 관해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세 여자의 공통점은 바로 '미혼모'라는 점. 누구보다 당당하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세 여자가 자유로운 생각과 일상을 전한다. 영화는 미혼모를 향한 동정 어린 시선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치명적인 낙인으로 찍히는 미혼모라는 편견에 대해 되려 예상을 뒤엎는 당당함을 드러낼 뿐이다. 주인공들은 더없이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다큐멘터리는 심각하고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 조차 뒤엎는다. 마치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는 세 여자의 연애, 결혼, 출산에 관한 거침없는 토크쇼가 펼쳐진다. 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부수게 될 것이다.

ㅣ영화보기ㅣ옥수수N스토어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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