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 메이즈가 불치의 병으로 66년의 생을 마감한지 4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은 동료와 팬들, 그리고 지인들이 그를 기억하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그 중 에미상을 7회나 받은 마이애미의 스포츠 앵커 로이 파이어스톤(Roy Firestone)의 추모 글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이어스톤은 팻 매스니 그룹(PMG)의 열광적인 팬으로 지내다가 라일 메이즈가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춘 마지막 10년 동안 친분을 쌓아 틈틈이 식사를 함께 하며 깊은 대화를 나눈 사이였으며, 메이즈의 추모 사이트에 글(링크)을 남겨 추모의 소회를 전했다. 또한 그가 생을 마감한지 2년 만인 2022년의 그래미 시상식에서 메이즈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Eberhard’가 연주곡 부문 작곡상을 받자 남은 가족들이 대리 시상식에 오르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에 관해 뒤늦게 알려진 몇 가지 사실을 추려보았다.

 

빌 에반스와의 짧은 인연

라일 메이즈는 위스콘신 주의 외딴 시골에 있는 작은 마을 ‘와우사우키’(Wausaukee)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재즈 피아노를 배워 음악 신동으로 자랐고, 인근 도시 ‘리스 서밋’(Lee’s Summit)의 재즈 캠프에서 그곳 출신의 기타 신동 팻 매스니를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메이즈는 학생 시절 곧잘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 여러 번 우승을 차지하였는데, 당시 대회에 참관했던 피아노 레전드 빌 에반스가 그의 연주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던 듯하다. 에반스는 그에게 전한 자필 쪽지에 “Lyle Mays .. you are going places”(라일 메이즈, 너는 성공할 거야) 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쪽지를 소중히 여기며 보관했던 그는, 대학 진학 후 팻 매스니와 다시 연락을 취하여 평생으로 이어질 음악적 파트너쉽을 시작하였다. 밴드의 이름은 임시로 ‘팻 매스니 그룹’이라 했는데, 이름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달리 떠오르는 이름이 없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솔로 앨범 <Fictionary>(2013)에 수록된 ‘Bill Evans’

 

정신없이 바빴던 독신의 뮤지션

라일 메이즈와 친분을 쌓았던 스포츠 앵커 로이 파이어스톤의 추모 글 마지막 부분에는, “Pat never owned a home, and Lyle never had time for a long term relationship, let alone a wife.” 라는 문장이 나온다. 팻 매스니 그룹(PMG)이 결성된 후 1년에 평균 250~275회의 공연을 치르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원래 엄격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라일 메이즈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베였으며, 뮤지션이 되어서도 새벽에 일어나 짐을 챙겨 버스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다음 공연장소로 이동하는 스케줄을 무리없이 소화하였다. 그러다 보니 팻 매스니는 최근까지 집을 소유한 적이 없으며, 라일 메이즈는 진지한 만남을 가진 적 없이 미혼으로 지냈다. 라일 메이즈는 2010년에 자신의 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몰두하였고, 음악을 그만 두고 작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가 음악 신에서 사라진지 10년이 지나, 재즈 보컬리스트였던 조카 오브리 존슨(Aubrey Johnson)이 메이즈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가 어떤 병에 걸렸고 얼마나 투병 생활을 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라일 메이즈의 마지막 영상 <Latest Live Version of ‘Eberhard’ by Lyle Mays>

 

그래미를 안은 유작 ‘Eberhard’

라일 메이즈가 음악 신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기간 중에 독일의 현지 레이블로부터 앨범 <The Ludwigsburg Concert>(2015)가 발매되었지만, 이는 22년 전인 1993년에 녹음한 마스터 버전이었다. 세 번째 발매한 솔로 앨범 <Fictionary>(1993)와 연계하여 독일 루드비히스부르크 페스티벌(Ludwigsburger Festival)에서 진행했던 공연 실황을 뒤늦게 발매한 것이었다. 라일 메이즈의 마지막 녹음은 그가 사망하고 2년 후에 발매한 유작 앨범 <Eberhard>(2022)라 할 수 있다. 13분 길이의 ‘Eberhard’ 한 곡으로 구성된 앨범이며, 그가 마지막 투병 생활을 하던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녹음되었다. 라일 메이즈가 사망한 날짜가 2월 10일이니 불과 한달 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곡을 불완전하게나마 처음 연주했던 때는 2009년 고향 위스콘신주 인근에서 열린 ‘Zeitsman Marimba Festival’의 공연 무대였으며, 당시 뇌졸중으로 투병 중이었던 에버하드 웨버(Eberhard Weber)를 위한 곡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생의 마지막 투혼을 살려 완성한 이 곡은 2022년에 그래미 연주곡 작곡 부문에서 수상하여 그의 11번째 그래미상으로 기록되었다.

앨범 <Eberhard>(2021)의 ‘Eberh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