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바쁘거나 불안하게 살던 주인공이 어쩌다 작은 마을에 정착하여 정다운 이웃과 어울리면서 소소한 일상과 잔잔한 행복을 찾아간다는, 다소 뻔한 해피엔딩으로 귀결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는 매 시즌에 걸쳐 길게 늘어지고 간혹 상투적이거나 매끄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래서 그들이 다시 행복해질까?’라는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청을 멈추지 못한다. 형사물이나 좀비물처럼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요소는 별로 없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맛보게 하는 ‘작은 마을 드라마’(Small Town Drama)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어왔다. 유독 자극적인 내용의 미니시리즈나 드라마가 많은 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작은 마을 드라마’ 세 편을 발견했다. 드라마 속의 대화는 대부분 미국 중산층의 생활 영어라 영어 공부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 2000~2007)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가상의 작은 마을 ‘스타 할로우’(Star Hollow)를 배경으로, ‘길모어’ 집안의 모녀 로렐라이와 로리의 일상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2000년에 방영을 시작하여 2007년까지 일곱 시즌 방영하면서 WB 채널의 대표 드라마로 각광을 받았으며, 주로 여성으로 구성된 팬덤이 탄탄하여 컬트 클래식으로 인정받았다. 드라마 작가 에이미 셔먼-팔라디노(Amy Sherman-Palladino)가 코네티컷 주의 작은 마을 ‘워싱턴 디포’(Washington Depot)에 며칠 머물면서 깊은 영감을 받고 집필을 시작한 것이 계기다. 2014년부터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새로운 세대의 팬덤을 확보하면서 인기 드라마로 재기했으며, 2016년에는 추가로 네 편의 후속 미니시리즈 <Gilmore Girls: A Year in the Life>를 내놓기도 하였다. 작가가 좋아하던 싱어송라이터 샘 필립스(Sam Phillips)가 노래하고 선정한 배경음악 또한 인기의 한 요인이었으며, 그가 초빙한 포크 레전드 캐롤 킹(Carole King)이 음악만 아니라 극중 ‘소피’의 역을 연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넷플릭스 후속 미니시리즈 <Gilmore Girls: A Year in the Life>(2016) 예고편

 

<스위트 매그놀리아>(Sweet Magnolia, 2020~)

미국의 로맨스 소설가 셰릴 우즈(Sherryl Woods)의 동명 소설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미국 남부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서레너티’(Serenity)에 사는 세 명의 여성 매디, 헬렌, 데이나 수의 다사다난한 일상과 끈끈한 우정을 그렸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1편이 출간된 이 소설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를 배경으로 했으나, 실제로는 인근 조지아주의 인구 1만 3천명의 소도시 커빙턴(Covington)에서 촬영하였다. ‘매그놀리아’는 목련을 가르키는데, 주위에서 세 명의 단짝 친구를 종종 ‘스위트 매그놀리아’라 부르는 데서 제목을 따왔다. 이제까지 세 시즌이 방영되어 로튼토마토 78%, 80%, 67%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시즌 3에서 힘이 많이 떨어져 그대로 종료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시즌 3가 종료한 지 3개월 만에 시즌 4로 계속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고, 실제 2024년 1월부터 촬영이 개시되어 7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후문.

드라마 <스위트 매그놀리아> 시즌 1 예고편

 

<버진 리버>(Virgin River, 2019~)

유산과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연이은 불행을 겪은 간호사 ‘멜’이 캘리포니아 북부의 외딴 마을 ‘버진 리버’의 병원에 자원하면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이후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 ‘잭’을 만나 정착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로빈 카(Robyn Carr)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2019년에 첫 시즌 10편을 서비스하였고, 현재 시즌 5까지 몰아서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즌에서 드라마의 힘이 빠지며 로튼토마토 55%로 떨어졌으나, 네 번째 시즌에서 100%로 반등하여 현재는 시즌 6까지 제작 확정되었다. 로맨틱 드라마에 마약 카르텔이 등장하거나 출생의 비밀이 연루되는 등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나, 캐나다 뱅쿠버 인근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버진 리버’는 실제로 보웬 아일랜드(Bowen Island)의 동부 지역에 있는 인구 3,700여 명의 마을 스너그 코브(Snug Cove)를 모델로 했다.

드라마 <버진 리버> 시즌 1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