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고픈 대로 살아갈 때에 이야기가 태어나고, 이야기는 노래가 되든 영화가 되든 만화가 되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이랑의 [네 컷 만화] 중

그래서 이랑은 만들고, 그리고, 쓰고, 부른다.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가 2집 음반 <신의 놀이>(2016)로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 1집 <욘욘슨>(2012)에서 탬버린을 흔들며 ‘로쿠차 구다사이’를 외치던 그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죽음을 말하고, 결국 삶을 노래했다. 새 앨범은 CD가 없는 대신, 곡 만드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메모와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묶은 책의 형식을 띠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일 게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 사람. 과연 무엇에서 영감을 얻어 스스로를 세공할까.

Lee Lang says,

“새 앨범을 책으로 냈다. 책에 들어간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CD가 들어있는 줄 알고 앨범을 주문했는데, 손에 들어온 물건이 '책'이라는 점에 많이 놀라고, 신기해 하거나 즐거워하고, 때론 실망을 하는 모습이다. 하나의 이름을 가지지 않는 것, 단번에 머리 속에 정리되지 않는 작업들을 찾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작업들은 내 머리속의 이름들을 지워버리고 내가 더욱 흩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작품인지 놀이인지, 계산인지 즉흥인지, 고통 속에 있는지 즐거움인지를 금방 파악할 수 없는 이 혼란에 눈을 뗄 수가 없다.”

 

1. Fase, Four Movements to the Music of Steve Reich

이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몇 가지 단어들이 머릿속에 연달아 떠오를 것이다. 음악. 현대음악. 춤. 동작. 현대무용. 실험. 반복. 계산된 비정형. 공간. 빛과 그림자. 옷. 패션. 색. 하얀색. 아, 모르겠다. 그저 이것은 아름답다. 현대 음악가 스티브 라이시(Steve Reich)의 음악에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가 안무를 한 이 비디오는. 그저 끝내 준다. 보고 난 뒤 뇌가 깨끗해지고 동시에 확장되는 느낌이다.

Fase, Four Movements to the Music of Steve Reich

 

2. 'Table Music' by Thierry de Mey

‘테이블 뮤직’이라 이름 붙여진 티에리 드 메이(Thierry de Mey)의 작품이다.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찾아보면 영상을 전공했지만, 후에는 작곡을 공부했고, 현대무용에 관심이 생겨 무용가들과 작업을 하기 시작해 결국 현대무용과 현대음악, 그리고 비디오 작업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비디오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이다. “천재예요!” 하는 댓글과 “우리 집 프린터기에서 나는 소리네”라는 댓글이 위아래로 달려있다.

'Table Music' by Thierry de Mey

 

3. Maison Martin Margiela with H&M Look Book

Anne Teresa De Keersmaeker와 H&M의 콜라보 룩북 영상이다. 모델이 아닌 무용수들이 옷을 소개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가 어떤 감각적 변화를 느끼게 되는가에 대한 실험처럼 느껴지는 비디오다.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것은 물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좋아하는 영상이다. 일단 '패션쇼'라는 것은 모델이 옷을 입고 앞을 향해 빠르게 걸어 나갔다가 빠르게 돌아 들어오는 형식으로 자리 잡혀 있는데, 그것은 언제부터였으며, 왜 그렇게 모두가 열심히 지키고 있는 것일까?

Maison Martin Margiela with H&M Look Book

 

4. got balls - planet size comparison, 12tune

그저 넋 놓고 보게 될 것이다. 훌륭한 사운드와 음악. 둥글고 아름다운 행성들. 우주. 무엇보다 이 비디오의 가장 훌륭한 점은 지식을 쌓게 해준다는 것이다. 생각의 변화, 그리고 교훈까지. '오늘 하루 겸손하게 살자'.

got balls - planet size comparison, 12tune

 

 

이랑은?

일러스트레이터, 싱어송라이터, 영화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2006년부터 단순한 기타 코드를 이용해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맥북으로 녹음한 곡들을 간단히 마스터링만 하여 1집 <욘욘슨>(2012)을 발매했다. 올해 두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이라고 소개한 <신의 놀이>(2016)를 발표했다.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2013), <오! 반지하 여신들이여> 연출을 맡고, 도서를 발간하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펠러'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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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이랑 인스타그램 @langlee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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