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승리에 들떠 있던 1960년대까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제작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던 시기를 할리우드의 황금기(Golden Age of Hollywood)로 부른다. 다만 당시 할리우드를 지배하던 문화와 환경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백인 남성이 주류를 이루어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항해 불합리와 부조리를 깨트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들이 한편에 있었다. TV 제작의 큰손으로 부상한 라이언 머피(Ryan Murphy)는 자신이 경험하고 전해 들었던 과거를 회고하면서 195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7부작 미니시리즈 <오, 할리우드>(Hollywood, 2020)를 만들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미니시리즈로 소개된 <오, 할리우드>(2020)에는 사실에 근거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다섯 명에 관해 실존 인물들과 비교해서 알아보았다. 이들은 195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스타들이거나 불합리한 제작 관행을 바꾼 선구자들이었다.

미니시리즈 <오, 할리우드>(Hollywood) 예고편

 

‘Young Mavericks’을 대표한 ‘잭’

미니시리즈의 주인공 격인 ‘잭’(데이비드 코런스웻)은 가공한 캐릭터지만, 당시 ‘Young Maverick’이라고 분류하던 신성 마론 브란도(Marlon Brando), 몽고메리 클리프트(Montgomery Clift), 제임스 딘(James Dean) 세 사람을 조합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출세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젊은이의 양지>(1951), <이유없는 반항>(1955)을 통해 스타로 부상한 남자 배우로, 잘생긴 외모를 바탕으로 영화 스타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로 모여든 청춘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 후 할리우드에 모여든 참전용사 출신이며(몽고메리 클리프트는 병으로 면제), 메소드 연기를 따랐으며 관행을 따르지 않는 반항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The True Stories Behind Hollywood on Netflix>

 

할리우드 뚜쟁이 ‘스코티 바워스’

‘어니’ 캐릭터(딜런 맥더멋)에 영감을 준 스코티 바워스(Scotty Bowers)는 할리우드가 5777번지에 리치필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주유소 뒤편의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할리우드 명사들을 대상으로 매춘을 알선했던 인물이었다. 그의 주요 고객은 노출을 꺼리고 소문을 우려한 할리우드 상위 계층의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을 포함했으며, 그는 이들의 은밀한 비밀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았다. 그가 나이 90에 이르러 예전의 고객들이 대부분 사망하고 나서야 회고록 <Full Service>(2012)을 출간했으며, 다큐멘터리 <Scotty and the Secret History of Hollywood>(2018)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였다. 그는 2019년에 96세의 나이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다큐멘터리 <Scotty and the Secret History of Hollywood> 예고편

 

성정체성을 숨긴 ‘록 허드슨’

미니시리즈의 ‘록’(제이크 피킹)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인을 대동하여 커밍아웃하였지만,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대표했던 실존 배우 ‘록 허드슨’은 1985년 59세의 나이에 AIDS 합병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게이였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의 막후에 있던 에이전트 헨리 윌슨(Henry Wilson)의 철저한 관리 하에 언론의 주목을 피했으며, 줄리 앤드류스, 미아 패로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등 그의 상대 배우들 역시 사실을 알았지만 대체로 비밀을 지켜주었다. 그 역시 게이였던 에이전트 ‘헨리’(짐 파슨스)는 우둔하고 순진한 트럭 운전사였던 시골 청년 ‘로이 피츠제럴드’을 발굴하여 ‘남성성’을 대변하는 스타 배우 ‘록 허드슨’으로 개조하였고, 자신의 비서와 록 허드슨을 결혼시켜 그가 게이라는 소문을 잠재우는데 일조하였다.

<Rock Hudson: How a Gay Truck Driver Became the Biggest Star in Hollywood>

 

할리우드 최초의 중국계 스타 ‘애나’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2세대 애나 메이 웡(Anna May Wong)은 할리우드 최초의 중국계 스타로 불린다. 하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대부분 무희, 악녀, 노예 등 틀에 박힌 캐릭터에 한정되어 이 점에 대한 불만을 계속 토로하였고, 한때는 미국으로 떠나 유럽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그는 영화 <대지>(1937)의 중국인 주인공 캐스팅을 위한 스크린 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백인이던 루이제 라이너(Luise Rainer)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말았는데, 이 사건은 할리우드의 뿌리깊은 ‘Yellowface’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정형화된 이미지 때문에 ‘Dragon Lady’라 불렸던 그를, 대만 출신의 미셸 크루지(Michelle Krusiec)가 연기하였다.

Page Six News <Hollywood Star Michelle Krusiec Fights Back Tears Over ‘Moment of Justice>

 

할리우드 간판에서 뛰어내린 ‘페그’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배우 페그 엔트위슬(Peg Entwhistle)은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서 활동하였고, 할리우드 영화 <The Mad Hopes>(1932)에 막 데뷔한 신인이었다. 부모를 여의고 2년의 결혼을 끝낸 그는, 1932년 9월 스물 넷의 젊은 나이에 할리우드 언덕에 있는 대형 간판의 ‘H’ 글자 위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하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두렵다. 나는 겁쟁이다. 모든 것에 대해 죄송하다. 오래 전에 했더라면 많은 고통을 덜 수 있었을 것을.”라는 유언이 남겨져 있었다. 그는 사후에 오히려 유명세를 떨쳐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의 생애를 다루었고, 매년 그를 기리는 행사가 할리우드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Netflix <Ryan Murphy’s Hollywood: The Golden Age Reimag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