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본명은 폴리 진 하비(Polly Jean Harvey). 간략하게 PJ 하비(PJ Harvey)라 부르며, 영국 남부에 위치한 인구 1만 3,000여 명 규모의 소도시 브리드포트(Bridport)의 목장에서 자랐다. 열정적인 음악 애호가인 부모에게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악기를 배웠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서 자연스레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기타를 주로 치고 피아노, 베이스, 색소폰까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때로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종종 영화의 배역을 맡거나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다. 공연 모습을 본 사람들은 PJ 하비가 외향적인 성격이라 짐작할 수도 있지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외출도 잘 하지 않는 은둔형에 가깝다. 그는 얼터너티브 록, 포크, 때로는 블루스를 소화하면서도, 생경한 기타 사운드와 콘트랄토 보컬로 이루어진 독특한 음악적 색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앨범 <To Bring You My Love>의 싱글 ‘Down By the Water’ 뮤직비디오

PJ 하비의 상업적인 성공은 세 번째 앨범이자 트리오(PJ Harvey Trio) 해체 후 첫 솔로 앨범으로 발표한 <To Bring You My Love>(1995)와 함께 찾아왔다. 트리오를 해체하고 자신 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그는 고향 부근의 한적한 곳에 집을 사서 홀로 칩거하면서 새로운 곡을 썼다. 가사로는 주로 남성 사회에 대한 분노나 개인적 상실, 그리고 신(God)이나 악마와 같은 주술적 주제를 다루었다. 이 앨범은 UK 앨범 차트 12위에 올랐으며, 100만 장 이상 판매하여 본격적인 솔로 활동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다섯 번째 앨범 <Stories from the City, Stories from the Sea>(2000)은 그에게 머큐리상과 함께 더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영화 <The Book of Life>(1998)에 배우로 출연하면서 촬영지인 뉴욕에 흠뻑 빠졌던 그는, 이듬해 8개월이나 뉴욕에서 살아 보면서 얻은 새로운 영감을 이 앨범에 담았다. “어떤 의미에서 이전 앨범은 흑백에 가까우며 극단적이었다. 새 앨범은 좀 더 둥글고 속이 꽉 찼으며, 멜로디가 풍부해졌다”며 새로운 영감과 변화된 음악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앨범 <Stories from the City, Stories from the Sea>에 수록한 ‘This Is Love’

그가 새로운 창작 소재에 대해 고민하던 2008년,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셰이머스 머피(Seamus Murphy)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한 사진 전시회 <A Darkness Visible>를 보고 강한 영감을 받아 국제 분쟁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와 친분을 쌓게 된 하비는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워싱턴 DC 등지를 함께 여행하면서 곡을 썼으며, 이곳의 서사를 담은 여덟 번째 앨범 <Let England Shake>(2010)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그에게 두 번째 머큐리상을 안겼으며, 통산 두 번의 머큐리상을 받은 유일한 뮤지션으로 기록되었다. 여행 중에 찍은 영상은 따로 편집하여 <Let England Shake: 12 Short Films by Seamus Murphy>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두 사람의 협업은 두 사람의 시와 사진을 수록한 시집 <The Hollow of the Hand>(2015), 셰이머스 머피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A Dog Called Money>(2019)에 담겨서 발표되었다.

셰이머스 머피와 분쟁 지역이나 낙후 지역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은 곡들을 담은 아홉 번째 앨범 <The Hope Six Demolition Project>(2016)는 UK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상 얼터너티브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가디언지(The Guardian)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비판적인 논평을 내기도 했다. 아무리 선의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분쟁 지역이나 저개발 지역에서 무분별한 촬영을 하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다며 “남들의 고통이 경치가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워싱턴 DC의 낙후 지역에 대해 쓴 곡과 관련해서도 해당 지역 의원 후보의 항의를 받기도 하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다큐멘터리 <A Dog Called Money>(2019) 예고편

최근 PJ 하비는 30년 동안 함께 했던 메이저 레이블 ‘아일랜드 레코드’와 결별하고, 인디 레이블로 이적해 열 번째 앨범 <I Inside the Old Year Dying>(2023)을 내고 월드 투어에 나섰다. 이 앨범에서 그의 관심사는 다시 종교적인 관점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J 하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