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상(Mercury Prize)은 1992년에 시작된 영국의 권위있는 대중음악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를 대상으로 매년 12개의 후보 앨범을 선정하여 단 하나의 ‘올해의 앨범’을 선정한다. 미국의 그래미상과 유사한 브릿(BRIT) 어워드와 달리, 상업적 성공이나 대중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음악성 하나만을 고려 대상으로 삼아 예상 밖의 뮤지션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기기도 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는 다섯 번이나 수상 후보로 올랐지만 아직 머큐리상을 받은 적이 없다. 창설 31년 째를 맞은 2023년 머큐리상 시상식에서 7년차의 5인조 재즈 밴드 에즈라 콜렉티브(Ezra Collective)가 재즈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앨범 <Where I’m Meant To Be>로 머큐리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그들은 ‘Victory Dance’을 연주하여 시상식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2023년 머큐리 시상식에서의 에즈라 콜렉티브 ‘Victory Dance’

에즈라 콜렉티브는 2016년 런던에서 결성된 5인조 재즈 밴드다. 이들은 유망한 재즈 뮤지션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Tomorrow’s Warriors’ 행사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밴드의 주축을 이루는 Femi Koleoso(드럼)과 TJ Koleoso(베이스) 형제를 중심으로, 솔로 활동을 겸하는 키보디스트 조 아몬 존스(Joe Armon-Jones)에 테너 색소폰과 트럼펫을 연주하는 두 명의 멤버가 더해져 5인조 퀸텟으로 결성하였다. 이들은 켄드릭 라마의 걸작 앨범 <To Pimp a Butterfly>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점을 서로 공유했으며, 재즈가 소수의 엘리트 음악으로 변질되는 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신세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곧바로 EP <Chapter 7>(2016)을 내며 런던의 재즈 신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여기에 수록된 타이틀트랙 ‘Chapter 7’을 피처링한 런던의 인기 래퍼 ‘타이’(Ty)는 안타깝게도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합병증으로 47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다.

EP <Chapter 7>에 수록한 ‘Chapter 7’

에즈라 콜렉티브의 음악은 재즈와 힙합, 그리고 소울에 나이지리아의 아프로비트(Afrobeat), 카리브해의 칼립소(Calypso), 자메이카의 레개(Reggae)의 요소를 결합했고,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다양한 뮤지션들과 협업하여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2019년에는 데뷔 앨범 <You Can’t Steal My Joy>을 출반하였는데, 첫 싱글 ‘Quest for Coin’(2019)이 BBC 라디오의 Hottest Record in The World’로 선정되었다. 첫 앨범을 낼 무렵 밴드의 리더 격인 Femi Koleoso는 “나는 예전에 존 콜트레인이나 맥스 로우치 만큼 위대해질 수 없다는 점을 깨닫았다. 제이 딜라(J Dilla)가 될 수도 없다. 유일한 길은 최고의 ‘나’가 되는 것이다 … ‘재즈’라는 말이 우리를 제한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재즈’를 자유롭게 하고 싶다.”라 말하며, 다양한 장르를 믹스하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밝혔다.

앨범 <Where I’m Meant To Be>에 수록한 ‘Love in Outer Space’(Feat. Nao)

2022년 말에 출반한 두 번째 앨범 <Where I’m Meant To Be>는 나오자 마자 UK Jazz and Blues 차트 1위에 오르면서, 평단의 찬사를 끌어냈다. 이 앨범 역시 음악적 다양성을 포용하여 나이지리아 풍의 ‘No Confusion’, 자메이카 풍의 ‘Ego Killah’, 잠비아 풍의 ‘Life Goes On’, 그리고 살사 댄스 리듬의 ‘Victory Dance’ 등 다양한 14곡을 담았고, 네 명의 싱어가 피처링한 노래 네 곡을 포함하였다. 선 라(Sun Ra)의 클래식 ‘Love in Outer Space’과 찰리 채플린이 작곡하고 냇 킹 콜의 노래로 유명한 ‘Smile’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곡도 담아 복합적인 다양성의 균형을 맞추었다. 이 앨범이 머큐리상을 받았으니 음악적인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며, 런던의 재즈계는 오랜만에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퓨전 재즈 퀸텟을 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