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1973)나 대표 로맨틱 영화 <더티 댄싱>(1987)을 위시하여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되었고,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여 자신의 레퍼토리에 올린 ‘Be My Lady’(1963)는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1960년대(Cultural Sixties)를 대표하는 노래다. 뉴욕 맨해튼 출신의 3인조 걸그룹이었던 로넷츠(The Ronettes)가 1963년 8월에 발표하여 빌보드 2위에 올랐고, 싱글 음반은 200만 장이나 팔렸다. 이 곡은 2006년 미국 국회의사당에 영구 보존되었고, 2017년에는 ‘역대 걸그룹 노래 100선’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로넷츠의 리드 싱어였던 베로니카 베넷, 바로 로니 스펙터(Ronnie Spector)는 2022년 1월 12일, 78세의 생을 마감했다.

로넷츠 ‘Be My Baby’ 라이브 영상(1965)

이 노래를 작곡하고 제작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 역시 한 해 전인 2021년 1월 수감 생활을 하던 교도소 안에서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한 바 있다. 그는 필레스 레코드를 설립하여 비틀스, 존 레논, 라이처스 브라더스(The Righteous Brothers), 레오나드 코헨, 아이크 & 터너(Ike & Turner), 라몬스(The Ramones)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일했지만, 마약 중독과 난폭한 행동을 일삼은 문제아였다. 그는 항상 권총을 휴대하고 다녔고, 함께 일하던 뮤지션들이나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고 위협하곤 했다. 그러다 그의 저택에서 총에 맞은 한 여배우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2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최소 19년 이상의 종신형에 처해졌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경계선 성격장애로 정신병 치료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밝히고 무죄를 호소했지만, 6년을 끈 지루한 재판 끝에 유죄 선고를 받고 13년을 복역하다 사망했다.

필 스펙터 사망에 관한 언론 보도(MSNBC)

필 스펙터의 두 번째 아내가 된 로니 스펙터는 그의 폭력적인 행동과 가스라이팅에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보내야 했고, 남편이 원하지 않는 가수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로넷츠는 단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남기고 해체되었다. 철조망과 경비견으로 둘러쳐진 저택에서 유폐된 생활을 하던 로니는 결혼 4년 만에 창문을 깨고 맨발로 도망쳤고, 법적인 소송을 통해서 비로소 자유를 되찾았다. 옛 남편의 협박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걸그룹을 다시 결성하거나 솔로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는 없었다. 1988년에는 옛 로넷츠 멤버들과 함께 필 스펙터를 대상으로 ‘Be My Baby’의 수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0여 년에 걸친 재판 끝에 받은 금액은 소송 금액 1천만 달러의 10%인 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5년 BBC의 TV 쇼에 출연한 노년의 로니 스펙터 ‘Be My Baby’

로니 스펙터의 격정적인 삶은 작가 빈스 월드론(Vince Waldron)의 자서전 <Be My Baby>(1990)에 잘 드러나 있다. 이 회고록에서, 감옥 같던 필 스펙터의 저택에서 몰래 도망쳐 나오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곳에서 남편의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아 그의 창법과 클레오파트라 화장, 그리고 벌집(Beehive)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했다. 영화사 A24는 빈스 월드론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로니 스펙터의 일생을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극작가 재키 시플리스 드루리(Jackie Sibblies Drury)가 시나리오를 쓰고, 생전의 로니 스펙터가 낙점한 가수 젠데이아(Zendaya)가 주인공을 맡기로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