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할리우드의 전미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과 배우협회(Screen Actors Guild)의 파업이 3개월 이상 지속되어 신작 출시가 계속 지연되자, 넷플릭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4년 전 아홉 시즌으로 종영된 법정 드라마 <슈츠>(Suits) 판권을 구매했고, 이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올라온 후 닐슨 시청률 조사에서 7월 3일부터 일주일 동안 37억 분이라는 기록적인 시청 시간을 보여 업계를 놀라게 하였다. 넷플릭스에게는 구작 드라마로 신작을 대체하는 효과를 제공하였으며, 또한134편의 장수 드라마로 빈지 시청 패턴이 일상화된 넷플릭스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넷플릭스와 제작사가 또 다른 스핀오프를 고민할 정도로 반향이 컸는데,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주목을 끈 세가지 요인을 살펴보았다.

법정 드라마 <슈츠>의 시즌 1(2011) 예고편

 

정장 패션과 법정 대결

이 드라마의 제목 ‘Suits’에는 남성 정장 패션과 법정 소송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주인공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트)는 뉴욕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깔끔한 머리발과 각 잡힌 정장 차림의 실력 있는 변호사로 등장한다. 개발 단계의 원래 제목은 <A Legal Mind> 였으나, 전문적인 내용을 줄이는 대신 남녀 간의 로맨스, 직장내 괴롭힘, 동료 간의 브로맨스 등 드라마 요소를 늘리면서 법정 드라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 <Suits>로 변경했다. 로튼토마토 90%의 호평이 이어지며 여섯 시즌이 제작되었고, 스핀오프 형식으로 세 시즌이 더 제작되어 모두 아홉 시즌을 방영하였다. 해외 방송사의 리메이크 관심을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장동건이 출연한 드라마 <슈츠>(2018)로 제작되었고 일본판과 사우디 아라비아판도 제작되었다.

드라마의 골격을 이루는 <Donna and Harvey’s Relationship Timeline>

 

해리 왕자와 결혼한 배우 메건 마클

시즌 1부터 시즌 7까지 보조 변호사 ‘레이첼 제인’을 연기한 배우 메건 마클(Meghan Markle)이 영국의 해리 왕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드라마는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연극과 국제관계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여러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슈츠>에서 처음으로 비중이 높은 역을 맡게 되었다. 드라마가 영국 채널 ‘Dave’에서 방영하면서 영국에서의 인지도도 확대되었다. 해리 왕자와는 2016년 중반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나게 되었으며, 2017년부터 연인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메건은 시즌 7을 끝으로 배우의 커리어를 중단하고, 2018년 5월 19일 결혼식을 거행하여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었다. <슈츠> 시즌 7에서는 연인 마이크 로스와 결혼에 골인하여 그를 따라서 시애틀의 신생 로펌으로 옮기는 것으로 드라마에서 완전히 하차하였다.

<슈츠> 시즌 7 에피소드 16에서 마이크와 레이첼의 결혼 장면

 

‘블루 스카이’ 프로그래밍

케이블 방송사 USA 네트워크(USA Network)가 2003년 최대 케이블 네트워크인 컴캐스트(Comcast) 산하의 NBC유니버설에 인수된 후, 과감한 채널 리브랜딩 작업에 나섰다. 이 작업의 핵심은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 구조와 음울한 캐릭터를 주요 특성으로 하는 드라마를 축소하고,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구도와 명랑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 시기를 ‘블루 스카이 시기’(Blue Sky Era, 2005~2016)라 불렀는데, <몽크>(2002~2009), <Psyche>(2006~2014), <Burn Notice>(2007~2013), <Royal Pains>(2009~2016), <In a Plain Sight>(2008~2012)가 대표적인 드라마였다. <슈츠>는 이 시기의 후반을 장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법정 드라마답지 않게 유머와 해학이 넘치며, 다른 일을 하면서도 시청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결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슈츠>의 찌질한 변호사 ‘루이스’를 연기한 릭 호프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