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10일에 넷플릭스에 소개되자 마자 차트의 최상단에 오른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더 킬러>(The Killer)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팬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평가가 갈리긴 했으나, 언론이나 비평가들은 호평 일색이다.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연출은 물론이고, 한동안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마이클 파스밴더(Michael Fassbender)의 연기에 호평이 집중되었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청부 살인자, 즉 히트맨(Hitman)을 소재로 하였지만, 마이클 파스밴더가 연기한 히트맨 캐릭터는 실제로 도미니카공화국의 은밀한 저택에서 살고 있을 것처럼 현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이 영화가 다른 히트맨 영화와 어떤 점이 특별한 지 다섯 가지 차별점을 알아보았다.

영화 <더 킬러>(2023) 예고편

 

알렉시 놀랑의 원작 만화

<The Killer>는 “Matz”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프랑스 작가 알렉시 놀랑(Alexis Nolant)이 1998년부터 연재 중인 코믹북을 바탕으로 했다. <The Killer>는 미국에서 영어로 연재한 그의 첫 작품이며, 2007년에 하드커버로 출간되어 IGN의 최고 인디 서적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누아르 장르라 일찍이 할리우드 관심의 대상이었고,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원작의 수상 직후 영화화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결국 넷플릭스와 브래드 피트의 플랜 비(Plan B) 영화사가 각각 배급과 제작을 맡게 되었다.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영화에는 대사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청부 살인을 하는 히트맨(마이클 파스밴더)의 독백으로 스토리를 대신하며, 자신의 직업에 관한 잡다한 생각과 세부적인 관심사를 나타낸다.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 ‘더 킬러’이며, 모든 생각과 행동이 목표를 제거하는 일을 완수하는데 맞춰져 있다. 가령 CCTV가 흔적을 남길 까봐 에어비앤비(Air B&B)를 피하고, 맥도널드 햄버거로 최소한의 필요 열량을 채우며, 음악과 요가로 대기 상태의 무료함을 달래면서 타겟을 기다린다.

 

눈에 띄지 않는 ‘노바디’ 패션

누아르 장르 영화의 매끈하고 세련된 ‘킬러’ 이미지와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눈에 띄지 않는 독일 관광객 의상을 선호한다. 평범한 모자와 캐주얼 복장, 그리고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 베이지 계통의 색상에 집착한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영화의상 전문가에게 ‘게으른 사람들의 의상’을 주문했다. 특별히 시간이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평범한 의상을 주문하면서 ‘스케처스’(Skechers) 브랜드를 예로 들었다. 영화 초반부에 타겟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이클 파스밴더는 전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있다.

비하인드신 영상

 

틸다 스윈튼 ‘무명의 전문가’

특이하게도 틸다 스윈튼이 배역의 이름이 없는 ‘암살 전문가’(The Expert)로 잠깐 등장한다. 그가 출연한 레스토랑 장면은 10분 정도에 지나지 않으나, 타임(Time)지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였다는 의견을 밝혔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유의미한 대화가 오가며, 주인공의 냉철한 판단이 잠시 흔들리기도 한다. 틸다 스윈튼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이후 감독과 함께 한 두 번째 영화이며, 그 당시에도 짧은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The Expert’ Death Scene

 

김빠지는 엔딩 장면

*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최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면은 맨 마지막에 나온다. 자신의 제거를 지시했던 시카고의 부유한 클라이언트를 찾아가서 벌인 행동과 상황 말이다. 일을 맡긴 에이전트와 두 명의 암살자, 심지어 그들에게 차편을 제공한 택시 운전사까지 모두 처리했지만, 정작 정점에 있는 인물을 처리한 방식에 대해 사람들은 ‘Anticlimactic End’(김빠지는 엔딩)이라 규정했다. 이후 주인공은 연인과 함께 은신처의 안락한 생활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