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Road>(2007) 이후 16년 만에 퓰리처상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의 미니시리즈 <All the Light We Cannot See>(2023)가 제작되어 넷플릭스 TV 드라마 차트 최상단에 올랐다. 미국 작가 앤서니 도어(Anthony Doerr)가 쓴 원작 소설은 2014년에 출간되어 무려 200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으며,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부가 팔린 인기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의 해안도시 생말로에서 라디오 단파방송을 송신하던 프랑스 맹인 소녀와, 고아 출신으로 독일 출신의 통신병이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첫 선을 보였으나, 원작에 비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며 로튼토마토 23%의 저조한 평점을 기록했으나, 넷플릭스에 소개된 후 배우들의 호연을 인정받으면서 세계 각국에서 차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All the Light We Cannot See>(2023) 예고편

 

앤서니 도어의 퓰리처 수상 원작

주로 단편소설을 쓰는 미국 작가 앤서니 도어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는 2004년 기차 여행 중에 앞에 앉은 승객이 장거리 전화가 끊어지는 데 불만을 나타내는 광경을 보고, 문명의 이기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과학과 자연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대부분 작품에서 나타나는 작가 중 하나다. 이듬 해에 프랑스 생말로(Saint-Malo)를 방문했다가 생말로 전투를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삼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소설을 완성하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다. 2014년에 소설이 발표되자 1,500만 부가 팔리면서 인기 소설로 등극했으며, 넷플릭스와 숀 레비의 감독의 주도로 4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숀 레비 감독은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제작자로 넷플릭스와 함께 <기묘한 이야기>를 제작한 바 있고, 시나리오는 <피키 블라인더스>를 쓴 스티븐 나이트가 진행하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 ‘마리’을 연기한 배우 아리아 미아 로베르티(Aria Mia Loberti)는 실제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으로, 오디션을 거쳐 연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Set Tour with Mark Ruffalo and Aria Mia Loberti>

 

제2차 세계대전의 생말로 전투

미니시리즈의 배경이 된 생말로(Saint-Malo)는 삼면이 영불해협의 바다와 접해 단단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지이며, 중세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간섭을 받지 않던 해적의 도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의 치하에 들어갔고, 이곳의 나치 점령군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 후에도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다가 연합군의 맹렬한 폭격의 제물이 되었다. 미니시리즈가 시작되면서 연합군의 폭격기들이 대거 도시를 공격하는 장면은 1944년 8월 말이었다. 이어서 미군 보병부대가 상륙하여 세장브르섬에서 최후의 전투가 벌어졌고, 독일군이 9월 2일에 항복을 선언하면서 모든 비극은 종료되었다. 생말로는 전투를 치르면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으나, 전후 1960년까지 12년에 걸쳐 재건되어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다.

<Saint-Malo before and after The Second World War, 1939~1949>

 

벽으로 둘러싸인 중세도시 생말로

이 도시는 6세기 경 ‘성 말로’(Saint Malo) 주교가 화강암 위에 세운 성당을 기반으로 하여 12세기에 성벽을 축조하면서 요새도시로 발전했다. 중세에는 영불해협에서 통행세를 걷는 해적의 도시로 악명이 높았고, 중세에는 ‘프랑스인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닌 생말로 사람’임을 표방하며 독립 공화국임을 선언한 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으며, 오늘 날에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인기있는 휴양지로 변모했다. 길거리 음식 크레페(Crepe)의 본고장으로 알려졌으며, 다양한 해산물 산지로 유명해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을 여행할 때 반드시 일정에 포함되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생말로의 인구는 약 74,000명이지만 여름 관광 시즌에는 약 20여만 명이 북적거린다.

<Saint-Malo, Historic French Port in Britt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