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은 인질이 자신을 납치한 범죄자에게 동조하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의 유래가 된 건 1973년 스톡홀름 중심가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 광장에서 벌어진 은행강도 사건. 이때 현장에 있던 범죄자 중 한 사람이 바로 클라르크 올로프손(Clark Olofsson)으로, 잘 생긴 외모와 대담한 범죄 행각으로 최초의 ‘연예인 갱스터’(Celebrity Gangster)로 불렸다. 그는 자주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했으며, 스웨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만든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클라르크>(2022)가 그의 과장된 일대기를 담았다. 그를 연기한 스웨덴 스타 빌 스카스가드(Bill Skarsgard)보다 그의 젊은 시절의 실제 모습이 언뜻 더 연예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클라르크>(2022) 예고편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클라르크는 10대 시절부터 강도 행각을 벌이고 바람둥이 기질을 보이며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선원이 되어 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19세였던 1966년에 징역 3년 형을 받고 처음 교도소에 들어갔으며 바로 탈옥하였다. 그 해 강도와 경관 살해사건에 연루되어 8년형을 받았고, 다시 3년 후에 탈옥하였다. 독일로 도망친 그는 1973년에 은행을 털다가 다시 체포되었으며, 6년형을 받고 복역 중에 그의 감방 동료였던 얀-에리크 “얀네” 올슨(Jan-Erik Olsson)에 의해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 은행강도 사건 현장에 발을 들였다.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 사건의 실제 현장 사진

클라르크는 1975년에도 감옥에서 달아나 다시 은행강도를 벌였고, 여기서 훔친 돈으로 배를 하나 사서 지중해로 달아나다가 또 다시 체포되었다. 이듬해 다시 탈옥하여 은행을 털다가 재차 투옥되었으며, 이때 옥중에서 도주하다가 사귄 19세의 벨기에 여친 마리아케(Marijke)와 첫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 즈음 감옥 생활 중 독서에 빠져 동료들과 함께 옥중 신문을 냈고, 스톡홀름 대학에서 저널리즘 공부를 시작하여 결국 1983년에 학위를 따는 등 그의 유별난 행각은 계속되었다.

드라마 <클라르크> 메이킹 영상

그 후 마약 밀수에도 손을 대 여러 차례 투옥되었고, 결국 그의 생애 절반은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2009년에는 네덜란드에서 마약을 밀수하는 현장에서 체포되어 14년형을 선고받았고 그의 조국 스웨덴은 영구 추방명령을 내렸다. 그는 법원과의 지루한 협상 끝에 조건부로 석방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해는 2018년 5월 말, 그의 나이 71세였다. 그는 1975년 결혼한 벨기에 아내와의 사이에 자식 셋을 두었고, 그와 별거 후 여성 세 명을 더 만나면서 모두 여섯 명의 자식을 두었다. 2018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아무 후회도 없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왕처럼 살았다”면서 “자식 여섯도 모두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다소 과장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노르말름스토리(Norrmalmstorg) 현장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한 클라르크 올로프손

그의 최근 행적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현재 벨기에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클라르크>에서 그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좋은 의미 든, 나쁜 의미 든, 그는 스웨덴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생애 17번이나 탈옥하였다고 스스로 밝힌 그는, “일해 본 적 없어. 즐기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니까.”라며 낙천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르말름스토리 은행에 침입했던 주범 ‘얀네’는 10년형을 받고 수감되었다가 출소 후 태국으로 건너가 슈퍼마켓을 운영했으며, 스웨덴으로 돌아와 자동차 수리점을 운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