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노동을 하면서 나의 영혼을 팔아왔다.
쥐꼬리 같은 초과근무 수당을 받으면서 말이다.
Well, I’ve been selling my soul working all day
Overtime hours for bullshit pay

단숨에 빌보드 핫100 차트의 톱에 오른 그의 노래 ‘Rich Men North of Richmond’의 첫 구절이다. 버지니아 숲 속의 이동용 주택에 사는 무명의 컨트리-포크 싱어송라이터 올리버 앤서니(Oliver Anthony)가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8월 11일 음원 사이트에 올린 데뷔 곡이 첫 주에 빌보드 1위에 오르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과거 단 한 차례도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적 없던 신인이 첫 주에 빌보드 톱에 오른 것은 빌보드 역사에 전례가 없다. 그보다 3일 전인 8월 9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노래의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조회수 3,600만을 넘어섰고, 그의 음악에 담긴 메시지에 감동을 받은 댓글은 13만 개를 넘어섰다. 그의 음악에 담긴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Oliver Anthony ‘Rich Men North of Richmond’

올리버 앤서니는 미국 중서부 노스캐롤라이나의 인구 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우리나라의 검정고시와 비슷한 GED(General Educational Development) 시험으로 졸업장을 대신했다. 그후 여러 공장을 전전하면서 블루칼라 노동자의 삶을 살았고,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14.5달러를 벌었다. 그러던 중 작업장에서 일하다 머리를 다쳤고, 합병증이 생기면서 무려 6개월을 쉬어야 했다. 그는 근로 현장에서 10여 년을 일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한결 같은 아우성은 삶이 너무나 피곤했다. 결정적으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 역시 지난 5년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겪었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러다 음악을 시작했고, 애청자의 댓글을 읽으면서 삶의 목표를 찾아 술을 끊기로 한다. 중고 사이트(Craiglist)에서 750달러에 이동용 캠핑카를 샀고, 세 마리의 애견과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돈 한푼 쓰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을 노래한 ‘Ain’t Gotta Dollar’

그가 음악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21년으로, 다음 해에 스포티파이 등 음원 사이트에 ‘올리버 앤서니 뮤직’(Oliver Anthony Music)이란 계정을 만들어 음악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월별 청취자는 380만에 이르렀다. 2023년 7월에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라디오 방송국(Radiowv)에 출연하면서 그들의 요청에 따라 노래 한 곡을 녹화하여 유튜브에 올리게 되었는데, 이 노래가 바로 ‘Rich Men North of Richmond’이다. 이 노래 외에 음원 사이트에 올린 ‘I’ve Got to Get Sober’, ‘Ain’t Gotta Dollar’ 같은 곡 역시 바이럴을 탔고, 각종 디지털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면서 점점 대중적인 지명도가 높아졌다. 그가 노래를 하는 곳에는 구름 같은 청중들이 모여 떼창을 했고, 이제 그의 노래는 언론으로부터 “수천만 노동 계층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칭송되고 있다. 톱 50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 그의 노래 13곡이 동시에 올랐는데, 이는 프린스와 마이클 잭슨이 사후에 유일하게 세운 기록이다.

Oliver Anthony의 신곡 ‘Virginia’

이제 수많은 프로듀서와 레코드 회사가 그와 어떤 형태로든 계약하자고 구애를 보내고 있다. 앤서니의 데뷔 앨범 발매는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어떤 회사는 무려 800만 달러(약 100억 원)의 선금을 제안했으나, 그는 자신의 음악을 천천히 진행하고 싶다며 모든 제안을 일축하였다고 밝혔다. 앤서니는 인터뷰에서 순회 공연에 타고 다닐 버스나, 스타디움에서의 공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이런 것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자신은 그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단지 현재 살고 있는 숲에다 농장을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살고 싶다는 단출한 소망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은 별것 아니며, 자신의 인기는 “자신이 쓴 곡이 수백만의 사람들과 연결된 것일 뿐”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앤서니를 보며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상영한 영화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