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신에서 내밀한 LGBTQ 이야기를 담은 노래는 오래 전부터 등장했다. 다만 가사를 노골적으로 쓸 수는 없었기에 은유적인 내용을 간파한 열성 팬들에 의해 소수에게만 회자되었다. 막상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은연 중에 담아내려 했지만, 가사 내용에 담긴 의미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거쳐 커뮤니티로 퍼져갔다. LGBTQ의 내밀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래 여섯 곡을 모아 보았다.

 

다이나 워싱턴 ‘Mad about the Boy’(1963)

영국의 극작가 겸 배우였던 노엘 코워드(Noel Coward)가 1932년에 만든 곡이다. 게이였던 자신이 직접 부르려고 했던 노래 가사에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동성애를 담고 있었다. 상대방은 미국 배우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주니어(Douglas Fairbanks Jr.)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본인이 확인한 적은 없다. 그는 평생 자신의 성지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며, 당시 환경에서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선뜻 자기 노래를 발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를 평범한 사랑 노래의 가사로 살짝 바꾸었고,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여성 가수가 대신 부르게 했다. 이 노래는 후일 재즈 디바 다이나 워싱턴(Dinah Washington)이 1963년에 녹음했는데, 이 곡이 1992년 리바이스 광고에 채택되면서 영국 싱글 차트에 뒤늦게 올라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루 리드 ‘Walk on the Wild Side’(1972)

루 리드가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 드나들면서 알게 된 워홀 슈퍼스타들을 실명이나 별명으로 가사에 담은 곡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 해체 후 솔로 앨범 <Transformer>에 수록했다. 이 곡에 등장하는 ‘홀리’(Holly Woodlaw)와 ‘캔디’(Candy Darling)는 트랜스젠더였고, ‘조’(Joe Dallesandro)는 게이, 그리고 ‘잭키’(Jackie Curtis)는 드래그(여장 남자)였다. 이 곡은 영국 차트 10위, 미국 빌보드 16위에 올라 그의 생애 최고의 곡이 되었으며,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4억 회 스트리밍을 넘어선 명곡이 되었다. 가사 중 일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Holly came from Miami, FLA.
Hitch-hiked her way across U.S.A.
Plucked her eyebrows on the way.
Shaved her legs and then he was a she.

홀리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왔어.
미국 전역을 히치하이킹으로 돌아다녔지.
오는 도중에 눈썹을 뽑았고
다리 털을 밀고 나니, 그는 여성이 되었어.

 

로드 스튜어트 ‘The Killing of Georgie’(1976)

영국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가 이전에 활동했던 밴드(The Faces)의 동료에게 전해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조지라는 이름의 게이가 그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배우로 성공했지만, 결국 길거리에서 갱에게 살해당했다”라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곡이다. 이 곡을 왜 쓰게 되었는지 질문을 받자, 그는 당시 매니저나 PR 담당자 등 많은 주위 사람들이 게이여서 이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시 <빌보드>는 이 곡을 두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토픽”을 다루었다고 후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 곡은 두 파트 중 첫 번째 파트가 영국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며 선전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빌리지 피플 ‘YMCA’(1978)

당시 ‘YMCA’는 디스코 열풍을 타고 전세계 음악시장과 댄스 플로어를 강타하였고, 빌보드 2위, 영국 차트 1위에 올라 1,200만 장을 판매한 최고 히트곡이었다. 프로듀서 자크 모랄리(Jacques Morali)는 프랑스 출신의 게이로, 뉴욕의 게이 디스코 클럽에 드나들며 다채로운 콘셉트의 디스코 그룹을 착상하여, 해군, 인디언, 엔지니어, 카우보이 등 각기 다른 복장의 6인조 남성 보컬그룹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을 만들었다. 당시 미국 YMCA(기독교 청년회)는 원룸 아파트를 임대하는 사업을 벌였는데, 이 곳은 게이들이 상대를 찾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빌리지 피플의 멤버들은 이 노래와 게이 컬처와의 연관성을 부인하였지만, 가사에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이애나 로스 ‘I’m Coming Out’(1980)

디스코 그룹 쉬크(Chic)의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즈는 다이애나 로스의 신곡을 만들다가, 클럽에서 많은 드래그 퀸들이 그를 따라서 분장하고 노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에 착안하여 LGBTQ 커뮤니티의 열렬한 추종을 받을 수 있도록, 제목을 먼저 정하고 이에 맞는 노래를 만들었다. ‘커밍아웃’(Coming Out)은 20세기 초부터 “성정체성을 공개한다”라는 의미의 은어였다. 이성애자였던 다이애나 로스는 이 사실을 듣고 속상하여 눈물을 흘렸으나, 두 사람의 의도를 받아들이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앨범 <Diana>(1980)에 수록하였다. 이 곡은 빌보드 5위에 올라 LGBTQ 커뮤니티를 대표하여 성가처럼 대접받는 곡이 되었다.

 

Frankie Goes To Hollywood ‘Relax’(1983)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5인조 신스팝 밴드로, 밴드의 두 축 홀리 존슨(Holly Johnson)과 폴 러더포드(Paul Rutherford)는 모두 게이였고, 198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게이 서브컬처를 대표하던 인물들이었다. 이들의 데뷔 싱글 ‘Relax’는 노골적인 가사를 담아 BBC에서 라디오 방송 금지를 내렸지만, 영국에서만 싱글이 200만 장 판매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음악 차트에서도 영국과 미국 공히 첫 주에 부진하다가 이내 입소문을 타면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가장 논란이 많으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곡으로 손꼽혔다. 이들은 처음에 가사 내용이 젊은 세대의 동기 부여를 위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면서 외설적인 내용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밴드 구성은 음반사가 모두 기획한 것이며 멤버들의 악기 연주실력이 형편없어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논란에 휩싸여 밴드는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