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퉁기면서 소리를 내는 기타는 휴대하기 좋았으나, 소리가 작아 대형 홀에서 공연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1940년대에 전기 앰프가 일반화되어 소리를 크게 증폭할 수 있게 되자, 빅밴드 무대의 뒤편에서 리듬 섹션을 담당하던 기타리스트가 무대 앞으로 나와 솔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장고 라인하르트, 찰리 크리스찬, 웨스 몽고메리 등 스타 기타리스트가 부상했고, 콤보 시대가 되자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실력파 기타리스트들이 주도하는 기타 트리오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재즈 레코딩 역사에서 기타 솔로의 레전드로 자리잡은 연주를 엄선해 보았다. 이들의 연주를 복기한 악보나 이들을 따라 연주하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Kenny Burrell ‘Midnight Blue’(1963)

어릴 때부터 찰리 크리스찬의 음반을 듣고 장고 라인하르트의 영향을 깊이 받은 케니 버렐은, 1955년 대학 졸업 후부터 최근 2016년까지 무려 60여 년 동안 약 300여 회의 레코딩 경력을 쌓은 기타 레전드다. 함께 일했던 여러 레이블 중에서도 블루노트와 가장 오래 일했는데, 이 가운데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음반이 바로 커버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Midnight Blue>(1963)다. 이 앨범의 오리지널인 타이틀 트랙은 경쾌한 블루스 템포로 4분 동안 쉬지 않고 솔로 연주를 들려주며, 레코딩에 함께 했던 색소포니스트 스탠리 투렌틴(Stanley Turrentine)은 이 곡에서는 연주하지 않는다. 이 곡은 기타 입문자들의 연습곡 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솔로곡이기도 하다. 그는 말년에 재직하던 UCLA 교수직에서 물러난 후, L.A.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Grant Green ‘Django’(1963)

장고 라인하르트의 서거를 추모하여 ‘모던 재즈 쿼텟’의 존 루이스가 이듬해인 1954년에 만든 재즈 스탠더드로, 후일 마일스 데이비스가 ‘가장 훌륭한 작곡’이라고 평가한 명곡이다. 많이 알려진 기타 명연주로는 ‘그랜트 그린’의 긴 버전과 ‘조 패스’의 짧은 버전이 거론된다. 그랜트 그린의 명반 <Idle Moments>(1963)에 수록된 버전은 원래 8분 길이의 버전 만을 수록했으나, 나중에 CD로 출반될 때 13분이 넘는 긴 버전이 추가되었다. 이 곡은 유튜브 조회수 1,200만 회를 넘어설 정도로 블루스 명곡으로 추앙되는데, 약 3분 이상 계속되는 그랜트 그린의 기타 솔로에 이어, 듀크 피어슨의 피아노, 조 헨더슨의 색소폰, 마지막으로 바비 허처슨의 비브라토가 느린 템포로 이어진다.

 

Joe Pass ‘Chloe’(1970)

노먼 그랜츠가 신규 설립한 파블로(Pablo) 레이블에 소속되지 직전, 독일의 신생 음반사 MPS와 낸 <Intercontinental>(1970)에 수록한 곡이다. 이 음반에는 스윙과 라틴 재즈 곡으로 10곡의 레퍼토리를 구성했으며, 독일 출신의 베이시스트 에버하드 웨버(Eberhard Weber)의 젊은 시절 스탠더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반 중 하나다. 음반의 첫번째 트랙에 나오는 ‘Chloe’는 1927년에 작곡가 찰스 다니엘스(Charles N. Daniels)가 만든 인기 팝송으로, 조 패스 전성기의 최상의 코드 선택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그의 코드를 따라한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의 커버 연주 영상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스포티파이에서 1,100만 스트림을 넘어서는 인기 연주곡이다.

 

Pat Martino ‘Sunny’(1972)

재즈 평론가 톰 문(Tom Moon)은 평론집 <1,000 Recordings To Hear Before You Die>에서 “당신이 무기력하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이 곡을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시계를 0에 맞춰 놓으라”고 했다. 약 1분경에 시작되는 팻 마티노의 기타 솔로는 거의 5분이나 계속되는데, “그의 연주는 재즈 뮤지션보다는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에 가깝다”라며 극찬했다. 실황 앨범 <Pat Martino/Live!>(1972)에 수록된 팝 넘버 ‘Sunny’는 <El Hombre>(1967)의 ‘Just Friends’와 함께 그의 이십 대 시절 전성기를 대표하는 솔로 연주다. 하지만 그의 나이 서른 여섯이던 1980년에 출혈성 뇌질환으로 사경을 헤맸으며, 뇌수술을 통해 겨우 살아났으나 기타 주법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는 기타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해 7년 만에 음반을 내기 시작하여, 사람들의 갈채와 존경을 받은 인간 승리의 기타리스트였다.

 

Bill Frisell ‘Pipeline’(2014)

빌 프리셀은 1980년대 ECM에서 리더와 세션 연주자로 두각을 나타낸 기타리스트로, 재즈, 팝, 포크, 컨트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1990년대에는 뉴욕의 아방가르드 신에서 저명한 뮤지션 존 존(John Zorn)과 함께 일했고, 틈틈이 영화와 광고 음악에도 관여했다. 그의 다양한 컨셉 음반 중 <Guitar in the Space Age>(2014)는 미래 지향적인 제목과는 달리 1960년대 전후의 올드 팝송을 재해석하였다. 버즈(The Byrd)의 ‘Turn! Turn! Turn!’(1959), 비치 보이즈의 ‘Surfer Girl’(1963)를 포함하여, 샨테이스(The Chantays)의 인기 연주곡 ‘Pipeline’(1963)을 맨 앞에 실었다. 이 곡은 후일 벤처스(Ventures)가 리메이크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기타 초보자들의 연주 교본이 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