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 회장이 최근 열린 협의회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A.I.는 실존적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실존적 위험이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뜻한다”라고 하면서 “다가오는 미래에 이 기술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처음 A.I.가 영화에 등장했을 때 그들은 매우 인간적이고 긍정적이며 인간에게 유용한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나, 최근 영화에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며 무서운 미스터리나 호러 장르의 주역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근래 나온 A.I. 미스터리 또는 호러 장르의 인디 영화 중 볼만한 세 편을 골라 보았다.

 

<타우>(Tau, 2018)

<닥터 스트레인지>(2016), <캡틴 마블>(2019)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그래픽 아트 분야에서 일했던 페데리코 달레산드로(Federico D’Alessandro)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첨단 A.I. ‘타우’가 관리하는 스마트 하우스와 귀여운 요정처럼 날라 다니는 청소 로봇 그리고 설치 미술인 것처럼 거실에 배치된 경비 로봇 등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보여준다. 스마트 하우스의 주인인 IT 천재 ‘알렉스’에게 실험용으로 납치된 인간 ‘줄리아’가 A.I.를 역이용하여 스마트 하우스를 폭파하고 탈출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로, 풍성한 볼거리에 비해 서사가 빈약하여 로튼토마토 25%의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뉴욕 매거진은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멋진 스마트 하우스”라는 엉뚱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일찌감치 방영권을 확보하여, 2018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서비스 중이다. A.I. ‘타우’의 목소리 연기는 관록의 배우 게리 올드만(Gary Oldman)이 맡았다.

영화 <타우> 예고편

 

<업그레이드>(Upgrade, 2018)

제임스 완 감독의 친구로, 그와 협업하여 <쏘우> 시리즈를 창조한 리 워넬(Leigh Whannell) 감독의 신작이다. 단 300만 달러라는 얼마 안 되는 예산을 들여 1,700만 달러를 벌어들인 흥행작이다. 국내에도 개봉하여 관객수 19만 명의 괜찮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영화에는 음성으로 실체를 드러내는 ‘스템’(STEM)이라는 첨단 A.I.가 등장하는데, 척추가 마비된 주인공의 몸에 삽입되어 그의 통제를 넘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향해 달려간다. 다만 ‘바디 호러’(Body Horror)라는 딱지가 붙은 영화로, 신체가 훼손되는 잔인한 장면들이 수시로 나오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야기 소재가 참신하여 로튼토마토 88%의 높은 평가를 받았고, SXSW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공포의 명가 블룸하우스 주관으로, 스템(STEM)을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 TV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영화 <업그레이드>(2018) 예고편

 

<블랭크>(Blank, 2022)

나탈리 케네디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제한된 공간 내에서 비정상적인 오작동을 일으키는 A.I. 로봇과 사투를 벌이면서 탈출하는 작가 이야기다. 작가 ‘클레어’(레이철 셸리)는 마감 기한이 임박한 집필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 저택에서 가정부 안드로이드 ‘리타’(헤이다 리드)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점점 불안정한 상태와 오작동을 보이는 ‘리타’로부터 긴장과 공포가 증대되기 시작한다. 인간 ‘클레어’와 A.I. 로봇 ‘리타’ 단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단출한 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 구성에서 호평을 받았고, 보스턴 SF 영화제 2관왕을 안았다. 로튼토마토에서도 관객 평점 70%의 괜찮은 평가를 받았는데, 마치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 든다.

영화 <블랭크>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