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샤를리즈 테론(왼쪽),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가운데), 작가 디아블로 코디(오른쪽)

필명 ‘디아블로 코디’(Diablo Cody)로 활동하던 블로거 브룩 모리오(Brook Maurio)는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일상을 글로 써 인기 작가가 되었다. 그의 글에 매료되어 무작정 전화를 걸어 매니저를 자처한 영화 프로듀서 메이슨 노빅(Mason Novick)의 제안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이는 할리우드에서 친하게 지내던 제이슨 라이트맨(Jason Reitman) 신예 감독에게 전달되었다. 이렇게 영화에 막 발을 들여놓은 프로듀서, 영화감독, 그리고 블로그에 자신의 글을 올리던 작가, 이 세 사람의 영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들의 협업은 사전에 기획되지 않았지만 두 편 더 제작되었고, 모두 작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출산, 임신, 유산, 입양, 산후 우울증 등 여성이 안고 있는 주제를 다루어 호평을 받았다. 두 사람의 여성 3부작이 창조한 ‘주노’, ‘메이비스’, ‘마를로’는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여성 캐릭터로 그들의 문제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코미디 드라마 형식으로 전달하였다.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과 디아블로 코디 작가는 함께 한 영화 3부작에 이어, 현재 HBO의 새로운 코미디 드라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노>(Juno, 2007)

작가는 청소년의 임신과 입양이라는 중심 소재를 설정하고, 고등학교 시절에 임신했던 친구의 경험과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살을 붙여 나갔다. 그렇게 만든 영화 <주노>는 16세에 덜컥 임신한 소녀 ‘주노’(엘렌 페이지)가 낙태를 포기하고 아이를 낳아 입양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드라마다. 약 7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단 6주 만에 제작한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2억 3,000만 달러나 벌어들였다. 작품상을 포함하여 오스카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신예 작가에게 각본상을 안겼으며, 영국 아카데미, 미국작가조합, 크리틱스 초이스 등의 주요 각본상을 휩쓸었다. 이로써 무명에 가깝던 감독과 작가, 그리고 주연 배우는 영화 한 편으로 주목받는 스타급으로 급부상했으며, 음악을 제공한 포크 가수 키미야 도슨(Kimya Dawson) 역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이 영화에 대해 낙태 옹호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찬사가 더해졌다.

영화 <주노>(2007) 예고편

 

<영 어덜트>(Young Adult, 2011)

영화 제목을 직역하면 ‘청장년’이지만 영화의 내용에 맞게 의역하자면 ‘덜 자란 어른’이란 의미로, 디아블로 코디가 기자들로부터 “왜 30대의 나이에 청소년 작품에 매여 있느냐? 덜 자란 것이냐”란 질문을 받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이 항상 청소년 작품을 쓰는 37세의 대필작가인 주인공 ‘메이비스’ 역을 맡았는데, 그는 덜 자란 이혼녀에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우울증 환자다. 제작비 1,200만 달러로 한달 만에 미네아폴리스에서 촬영을 마쳤고, 로튼토마토 80%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몬스터>(2003) 이후로 어렵고 힘든 캐릭터 연기에 도전한 샤를리즈 테론의 ‘메이비스’ 캐릭터가 우울증과 술독에 빠져 망가진 중년 여성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고, 작가는 할리우드 영화제에서 ‘올해의 각본가’에 선정되었다.

영화 <영 어덜트>(2011) 예고편

 

<툴리>(Tully, 2018)

디아블로 코디는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글로 옮겼다. 그는 주인공 ‘마를로’(샤를리즈 테론)처럼 세 번째 아이를 낳은 후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고, 야간 보모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세 번째 영화가 완성되면 여성이 성년으로 진화하고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여성 3부작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또 다시 합류한 샤들리즈 테론은 아이 셋을 낳고 기르는 엄마의 스트레스를 표현하기 위해 23kg이나 살을 찌워 촬영 기간인 세 달 반이나 유지해야 했다. 영화는 로튼토마토 87%의 높은 평점에 샤를리즈 테론의 모성애 연기가 빛을 발했으나, 수많은 영화제에서 후보작에만 오른 채 주피터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데 그쳤다. 박스오피스에서는 제작비를 조금 넘는 1,500만 달러를 올려, 평가에 비해 상업적으로 그리 성공적이지 않아 아쉬웠다.

KBS뉴스 <아빠들이 보면 더 좋은 영화, 툴리>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과 디아블로 코디 작가는 현재 HBO의 코미디 드라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