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의 단위는 몇만 ‘장’에서 몇만 ‘뷰’가 되었다. 다종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썸네일이 좋아서 듣는 음악도 부지기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어떤 곡에 참여했는지도 척하면 척이다. 보기 좋은 음악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만든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할 때, 실제와는 사뭇 다른 상황에 빗대어 드러낼 때, 우리의 이야기가 더욱 잘 전달되는 순간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뮤직비디오 4편엔 아이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어른이 써냈을 게 분명한 이야기들은, 아이의 모습을 빌려 더욱 애틋한 감정을 자아낸다. Haesumok 이준모 감독이 ‘최엘비’와 작업한 영상 2편, ‘onthedal’과 작업한 영상 2편을 각각 소개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아이라는 화자 설정으로 유기성을 갖는, 4편의 영상을 감상해 보자.

 

 

 

최엘비 ‘마마보이’ ‘도망가! (feat. 브로콜리너마저)

최엘비가 정규 3집 <독립음악>을 발표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열등감과 솔직함이라는 주제로 발매 당시부터 호응을 일으킨 앨범은, 아니나 다를까 2022 한국대중음악상과 한국힙합어워즈 힙합앨범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최엘비는 이번 앨범의 수록곡 ‘마마보이’와 ‘도망가! (Feat. 브로콜리너마저)’의 뮤직비디오를 연달아 공개했다. 공개된 두 영상은 감독이 같고, 등장인물이 같고, 공유하는 세계가 같은 연작이었다. 덕분에 정규앨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이 영상을 통해서도 성공적으로 드러났다. 영상은 어머니와 어린 남자아이, 성인 남자가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린 남자 아이와 성인 남자가 같은 인물, 최엘비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일종의 분신과도 같은 나와 또 다른 나, 내가 맞지만 내가 아닌 대상을 등장시킬 때 가장 기대하게 되는 건,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다는 간절함이지 않을까 싶다. 여느 영화와 소설에서 비슷한 형태로 무수히 접해왔듯이 말이다. 최엘비의 이번 뮤직비디오 역시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취약한 시절을 떠올림으로써, 그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취약한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가사를 빌려 얘기하자면 “뒤는 내가 맡을게 일단 가. 엘비야 돌아보지 말고 하나 둘 셋 하면 도망가!”라고 말이다.

최엘비 ‘마마보이’
Actor Yang Jiil, Lee Seungyeon, Kang Jeeseok | Film Director Lee Joonmo

 

최엘비 ‘도망가! (feat. 브로콜리너마저)’
Main Actor Yang Jiil, Lee Seungyeon, Kang Jeeseok | Film Director Lee Joonmo

 

 

 

onthedal ‘HYE’ ‘Your window’

특색 있는 목소리와 몽환적인 사운드, 그에 대비되는 담백하고 솔직한 가사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내는 아티스트 ‘onthedal’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싱글 ‘HYE’와 ‘Your window’ 사이엔 2년이라는 시간과 2개의 또 다른 싱글이 존재한다. 따라서 두 뮤직비디오가 연작이 아닐 테지만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건, 감독의 선호에 따른 우연의 일치이거나 혹은 철저한 의도일 수도 있다. 앞선 최엘비의 영상 두 편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은 유사하지만, 위로를 전하는 대상은 다르다는 사실을 느낀다. 최엘비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면, onthedal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힘든 순간을 겪어내고 있을 어린 나에게 “괜찮다.”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건 그 순간을 겪어낸 지금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위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그때의 나에게 이 위로가 전해지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에 이 한 마디를 얼마나 필요로 했는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야 나를 위해 전할 수 있는 애틋한 위로다. onthedal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며 감독은 다음과 같은 작업기를 남겼다.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아티스트가 지금껏 살아온 삶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를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중략)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어른이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는 모습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당신에게도 이러한 위로가 가닿기를 바란다.

onthedal ‘HYE’
Film Director Lee Joonmo | Starring Sharon, Hong Bohyeon

 

onthedal ‘Your window’
Actor Sharon, Jae Hosung, Park Hayoung | Film Director Lee Joonmo
Writer

Editor |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