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영국 싱어송라이터 크리스 디 버그(Chris De Burgh)는 그전에는 컬트 같은 존재였으나, 여덟 번째 앨범 <Into the Light>(1986)의 두 번째 싱글 ‘The Lady in Red’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유명인이 되었다. 이 곡은 영국을 포함하여 벨기에, 노르웨이,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차트 톱에 올랐고, 미국에서는 3위까지 오르며 그의 시그니처 송이 되었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열렬한 사랑을 표현한 이 곡은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의 블루스 댄스 곡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곡 리스트에 자주 오른다.

크리스 디 버그 ‘The Lady in Red’ 뮤직비디오

이 곡은 크리스 디 버그가 아내 ‘다이앤’과 다툰 후,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만든 곡이다. 그가 데뷔 초 아일랜드의 클럽에서 노래할 무렵, 그녀는 자주 클럽을 드나들며 그의 공연에 심취하던 팬이었다. 그는 후일 TV 대담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 아내가 입고 있던 곡을 기억할 지 모르겠다”면서 아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며 가사를 썼다.

I’ve never seen you looking so lovely as you did tonight
I’ve never seen you shine so bright
I’ve never seen so many men ask you if you wanted to dance

오늘 밤같이 당신이 사랑스러워 보인 적은 없어요
당신이 그렇게 빛난 적은 없어요.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당신에게 춤추기를 원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크리스 디 버그 ‘The Lady in Red’ 영어 가사

부드럽고 애절한 발라드 리듬으로 결혼식 축가나 댄스 파티의 발라드 곡으로 사랑을 받았고, 골든글러브 4관왕의 인기 영화 <Working Girl>(1988)에 수록되기도 하였다. 반면에 부유한 남성들이 사준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을 지칭하며 ‘트로피 와이프 발라드’(Trophy Wife Ballad)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2000)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살인마 ‘패트릭 베이트먼’이 즐겨 듣는 노래로 나와,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한 몫 했다. 2000년의 음악 관련 조사에서 가장 짜증스러운 곡 10위에 선정되었고, 롤링스톤지의 1980년대 최악의 곡 조사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의 옵서버(The Observer)는 UK차트 톱 히트곡 중 가장 미움을 받은 곡 순위에서는 4위에 올렸다.

2016년 68세의 나이에 무대에 오른 크리스 디 버그

이 곡의 부정적인 이미지에는 크리스 디 버그의 외도 사건도 한몫했다. 1994년 아내가 말에서 떨어져 재활 치료를 하고 있을 때, 그는 어린 두 아이를 돌보던 유모와 바람을 피운 것이다. 당시 유모의 나이는 19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에게 언론과 팬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그 때부터 아일랜드의 언론은 그를 부정적으로 묘사했으며, 이를 참지 못한 그는 수십 건의 법정 소송에 나서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아내와 화해하고 지금까지 44년째 해로하고 있지만, 그의 최대 히트곡은 여전히 팬들의 사랑과 비아냥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는 올해 9월 23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 <The Legend of Robin Hood>(2021)을 발매해 건재함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