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오스카 수상을 위해 공을 들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인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디즈니가 최고의 강자였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디즈니의 <Burrow>와 치열한 경쟁을 위해 마지막까지 세 편을 놓고 어느 작품을 후보로 낼지 고심했다고 한다. 모두 예술적인 측면에서 뛰어나 고민 끝에 하나를 결국 선정했고 오스카 수상에 성공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아래 세 편 중 자신의 기준으로 하나를 선정해보자.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원제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인 2D 애니메이션으로, 딸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부부의 고뇌를 그렸다. 영화배우이자 제작자인 윌 맥코맥과 마이클 고비에 두 사람이 기획하고, 한국인 애니메이터인 노영란이 제작을 맡았다. 대사는 전혀 없이 흑백 화면과 부분적인 컬러 톤으로 제작되었으며, 캐릭터와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는 그림자는 내면에 깊이 잠재된 감정을 보여준다. 총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Everytown for Gun Safety’, ‘Moms Demand Action’ 같은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 가족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스카를 수상했던 네덜란드 애니메이션 <Father and Daughter>(2000)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올해 넷플릭스의 최초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이 되었다.

단편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2020) 예고편

 

<할아버지의 캔버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화가 할아버지가 손녀에 의해 삶의 의욕을 되찾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감동 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의 영화사에서 10여 년 일한 프리랜서 애니메이터 프랭크 애브니 3세(Frank E. Abney III)가 6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는 다섯 살 무렵 아버지를 여의면서 슬픔에 젖었던 가족들, 특히 어머니를 회상하며 각본을 썼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863명으로부터 62,000여 달러를 조달하여 제작팀을 꾸릴 수 있었다. 제52회 NAACP 이미지 어워드, 제21회 블랙 릴 어워드 등에서 수상하였다.

단편 애니메이션 <할아버지의 캔버스>(2020) 예고편

 

<경찰과 도둑>

2020년 아모드 아베리(Ahmaud Arbery) 피살 사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 흑백 평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이에 분개한 연극 배우 티모시 웨어-힐(Timothy Ware-Hill)와 소니 영화사의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아논 매너(Arnon Manor)가 공동으로 <경찰과 도둑>(Cops and Robbers, 2020)를 기획했다. 어릴 적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어울려 놀던 ‘경찰과 도둑’ 놀이가 이제는 심각한 인권 침해의 상징이 된 것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30여 명의 아티스트와 애니메이터들이 힘을 보태어 6분 길이의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비주얼 기법이 조화를 이루어 호평을 받았다.

단편 애니메이션 <경찰과 도둑>(2020) 소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