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콜드플레이(Coldplay)가 9집 <MUSIC OF THE SPHERES>의 트레일러 'Overtura'를 공개하며 10월 15일 컴백을 알려왔다. 약 2분가량의 트레일러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수록곡을 상징하는 행성을 비추고 각 행성에 가까워질 때마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함께 하이라이트 트랙을 들려주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었다.

총 12곡으로 채워진 9집에는 특이하게도 제목이 글자 아닌 ‘이모지’로 표현된 곡이 5곡이나 수록되어 있으며, 행성들이 모여 있는 포스터와 커버 디자인, 외계 문자까지 더해져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Coldplay ‘Overtura’ <Music Of The Spheres> 앨범 트레일러

5월 7일에 싱글로 발매한 'Higher power'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Thomas Pesquet)와의 화상 통화를 통해 음원을 공개하며 앨범 주제에 걸맞은 유기적인 우주 시리즈의 시작을 보여주었다. 또한 한국의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공식 댄스 비디오를 컬래버레이션하면서 한국과 특별한 인연의 시작점을 찍기도 했다.

7월 23일에는 두 번째 선공개 곡 'Coloratura'가 콜드플레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가사 영상으로 공개되었다. 10분 19초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아트 디렉션을 맡은 필라르 제타(Pilar Zeta)와 비주얼 아티스트 빅터 스코라노(Victor Scorrano)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콜드플레이식 우주를 완성했다.

이어서 9월 24일에 세 번째로 공개한 'My Universe'는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으로 탄생되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 마룬파이브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며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작곡가 맥스 마틴(Max Martin)이 프로듀싱을 맡고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이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 콜드플레이, 이미지 출처 – 콜드플레이 공식 트위터

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Coldplay X BTS Inside 'My Universe' Documentary>에는 콜드플레이의 보컬이자 리더인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직접 한국에 방문하여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녹음하는 과정이 담겼다.

다큐멘터리에서 크리스 마틴은 본인조차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이번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꿈꿔왔던 모든 게 다 이루어진 것 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제이홉은 '멀리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현재 우리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가능한 동시에, 직접 만나기는 더욱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에서 두 그룹의 협업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방탄소년단 <Coldplay X BTS Inside 'My Universe' Documentary> 중

한편 방탄소년단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제76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여 ‘SDG(지속가능 발전목표) Moment’에 관한 연설과 행사를 소화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뉴욕에 있는 동안 컬래버레이션 음원 발매 시기와 맞물려 콜드플레이 완전체 멤버들과 만나 개량한복을 선물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 방탄소년단, 이미지 출처 -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유엔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를 고취하기 위한 행사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Global Citizen Live)> 라인업에 두 팀이 함께 이름을 올리면서 방탄소년단은 숭례문을 배경으로 사전 녹화한 'Butter'와 'Permission to Dance' 라이브를 송출하고 콜드플레이는 직접 공연 무대에 올라 'My Universe'를 불렀다. 한국어 파트에서는 전광판에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여 공식적인 첫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채웠다.

콜드플레이 ‘My Universe’ 라이브 영상

콜드플레이의 9집 프로모션 일정이 3개월에 걸쳐 차례대로 진행되는 동안 'My Universe'는 그중 가장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이 함께 했다는 사실 하나로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행복을 느끼고 열광하며 이는 각종 지표에서 증명되고 있다. 멤버들이 직접 손으로 쓴 우리말과 영어 가사를 활용한 공식 가사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4,00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9월 13일에 공개되었던 'My Universe' 한정판 싱글 CD는 위버스샵과 콜드플레이 공식 판매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모두 품절되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하여 각국의 음원차트 1위는 물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TOP 10에서 3위라는 새 기록을 세우고, 음원 발매 6일 뒤 추가로 공개된 공식 뮤직비디오는 공식 가사 영상의 기록을 넘기며 공개된 지 이틀 만에 3,000만 조회수를 향하고 있다.

데이브 메이어스(Dave Meyers) 감독이 연출을 맡은 뮤직비디오는 SF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화려한 그래픽과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몰락한 가상의 세계로 보이는 배경은 'Higher power’의 뮤직비디오의 결을 따라가며 콜드플레이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짐작케 한다. 뮤직비디오 영상은 음악 금지령이 내려진 세상을 배경으로, ‘NO MUSIC'이라는 경고문의 ‘NO'를 'ALL'로 바꾸며 콜드플레이가 연주를 시작한다. 세 개의 다른 행성에 있는 방탄소년단과 외계 뮤지션 그룹 슈퍼노바7(supernova7)밴드는 홀로밴드(HOLO BAND)시스템을 통해 함께 ‘My Universe’를 부르고, 음악을 통해 자유롭게 교류한다.

Coldplay X BTS ‘My Universe’ 뮤직비디오

콜드플레이가 처음 9집 소식을 발표했던 날,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친필 편지의 한구석에는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우리 모두는 어딘가의 외계인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두 팀이 만들어낸 이번 협업은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의 의미를 실현시키며 언어, 문화, 국가, 인종의 경계를 넘어선 우리가 한 번 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