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작품의 작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Fargo> 시즌 2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커스틴 던스트(왼쪽)와 제시 플레먼스(오른쪽)

제시 플레먼스(Jesse Plemons)라는 배우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이 사람의 사진을 보면 영화 어느 장면에선가 본 것 같을 것이다. 어떤 외신에서는 그를 두고 할리우드 최고의 신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를 지칭하는 말)로 추켜 세우기도 한다. 외모로 봐서는 순진하거나 투박한 성품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에 사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맷 데이먼(Matt Damon)과 고 필립 시모어 호프만(Phillip Seymour Hoffman)를 닮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1988년 생으로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30여 편의 영화와 2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배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 진정 신스틸러다.

 

맷 데이먼+필립 시모어 호프만

그가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마지막 시즌(2012~2013)에서 강렬한 악역 캐릭터로 떴을 때, 팬들은 그에게 ‘Meth Damo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드라마 주요 소재였던 마약의 약칭 ‘Meth’에다 맷 데이먼의 ‘Damon’을 붙인 것이다. 이전부터 맷 데이먼을 닮은 배우로 입방아에 올랐으며, 실제로 열두 살 무렵 영화 <올 더 프리티 리틀 호시즈>(2000)에서 맷 데이먼의 어린 시절 배역을 맡기도 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2012)에서는 필립 시모어 호프만의 아들 역을 맡았는데, 이때 역시 필립 시모어 호프만을 닮았다는 말이 돌면서 캐스팅되었다는 후문.

 

<브레이킹 배드>의 악역 ‘토드’

무명 시절 수많은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에게 처음으로 맡은 비중있는 배역이 <브레이킹 배드>의 마지막 시즌에 나왔다. 이 드라마가 마지막 결말을 향해 치닫을 무렵, 그는 방역업체의 성실한 직원 ‘토드 앨퀴스트’로 등장했다가 갈수록 사악한 면모를 드러내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스토리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의 이중적인 캐릭터 연기는 호평을 받았고, 스크린 액터스 길드 어워드에서 생애 첫 수상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듬해에는 <파고> 시즌 2(2015)의 범죄자로 출연하여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파고>에서 그의 상대역 배우로 출연했던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는 후일 그의 아내가 되었다.

<Who Is Tod Alquist?> 컴필레이션 영상
<브레이킹 배드> ‘토드’역 선정을 위한 오디션 테이프

 

주연급으로 떠오른 단역 배우

그는 세 살 무렵 코카콜라 광고에 처음 출연했고, 여덟 살부터 본격적으로 아역 배우로 나섰다. 길게는 30여 년 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였지만 주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파고>에서 인상적인 악역을 맡으면서 유명 감독들의 낙점을 받는 배우 반열에 오른 것이다. 앤솔러지 시리즈 <블랙 미러>에서 에미상 4관왕에 오른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2017)에서는 주연 ‘로버트 데일리’을 연기하여 두 번째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터널 선샤인>을 쓴 찰리 코프먼 감독의 최신작 <이제 그만 끝낼까 해>(I’m Thinking of Ending Things, 2020)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올해에는 국내에서 개봉된 <정글 크루즈>(2021)를 포함하여 벌써 네 작품에 이름을 올리며 신스틸러 다작 배우로 주가를 더욱더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2020)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