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의 단위는 몇만 ‘장’에서 몇만 ‘뷰’가 되었다. 다종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썸네일이 좋아서 듣는 음악도 부지기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어떤 곡에 참여했는지도 척하면 척이다. 보기 좋은 음악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만든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가장 뜨겁고도 시원한 여름은 청춘영화의 한 장면을 닮았다. 여름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담아낸 뮤직비디오 네 편을 소개한다.

 

 

채지호 ‘봄여름가을겨울’

밴드 웨터의 기타리스트 채지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작품을 발표했다. 처음 내놓는 것인 만큼 자신의 목소리와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온전히 담고자 노력했다는 싱글은 그간의 수많았을 고민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무엇보다 밴드였을 때와 다른 따뜻한 정서가 가장 두드러지는데, 특히 뮤직비디오엔 그만의 분위기가 가득 담겨있다. 거창한 스토리 없이, 배우도 연기하지 않고, 악기는 손에 들려만 있지만, 파란 바다와 초록 숲이 있고, 환히 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영상과 음악이 있다. 뮤직비디오는 프로덕션 아킬레스 필름의 홍민호 감독이 함께 했다. (만약 감독의 전작 중 카더가든 ‘나무’ ‘우리의 밤을 외워요’ 연작 뮤직비디오를 좋아했다면, 이번 뮤직비디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게 될 테다.)

DIRECT | 홍민호 @아킬레스필름
CAST | 채지호, 노유주, 전일준, 송지연

채지호 인스타그램

 

 

GREENVILLA ‘Venus’

서울이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를 알게 됐을 때, 그곳이 멀면 멀수록, 노래가 좋으면 좋을수록 커지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이제서야 알았을 때, 부산의 누군가는 발매되지도 않은 음악을 듣고, 대구의 누군가는 공연을 즐겼겠구나. 뒤늦은 깨달음과 상상할 수 없는 장소에 대한 동경이 피어난다. 올 6월 초, 첫 EP를 발매한 GREENVILLA는 창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인조 혼성 밴드다. 앨범의 타이틀곡 ‘Venus’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감독 DANDO LEE 역시 창원을 주로 활동하는 감독이다. 이번 EP는 밴드의 첫 발매작이자, 감독의 첫 뮤직비디오 작업기도 하다. 영상에 등장한 바다는 창원에 있는지, 문어가 등장한 수산시장은 어디인지, 옷이 널려 있는 저 옥상은 어디인지, 가본 적 없는 장소에 대한 동경은 뒤로 하고, 이들의 성공적인 데뷔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DIRECT | DANDO LEE
CAST | YEOJIN JEONG

그린빌라 인스타그램

 

 

김마리 ‘너의 이름은 맑음’

피아노 사운드로 청량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뮤지션 김마리가 두 번째 EP <淸, 靑>을 발표했다. 타이틀의 한자 그대로(‘맑을 청’, ‘푸를 청’) 그가 간직한 맑고 푸른 것들, 그 중에서도 때묻지 않은 마음을 고르고 골라 담아냈다고 한다. 타이틀 곡인 ‘너의 이름은 맑음’은 제목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일련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각자 다른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어김없이 배경은 여름이고, 일본 혹은 대만의 청춘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화창한 날이 이어지면 소중함을 잊어버리곤 했던 ‘맑음’이 어딘가 애틋했다”라는 뮤지션의 말을 떠올리며, 비를 피하기 위한 책가방과 노란 장화, 흐린 날과 젖은 그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실내를 지나, 결국엔 다시 맑은 하늘로 향하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DIRECT | MISEEN
CAST | 이민하

김마리 인스타그램

 

 

TRPP ‘Pause’

저마다 ‘나의 여름’을 대표하는 밴드가 있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신보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면 여기를 주목하자. 새로운 밴드 TRPP가 등장했다. 라멘 가게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세 멤버 치치 클리셰, 후루카와 유키오, 엘리펀트999 가 결성한 이 밴드는 그리운 여름의 지난 음악들을 떠오르게 한다. 동경해오던 청춘에 대한 상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Pause’의 뮤직비디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는 멤버들과 동료 noah가 함께 기획하고 촬영했다. 노이즈 가득한 음악과 영상, 사진이 콘셉트를 한층 더 완벽하게 한다. 콘셉트가 명확한 밴드의 뮤직비디오는 영상의 댓글 역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들을 한 단어로 정리하는 “청춘의 열병이”란 키워드부터,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이 극동아시아에 낳은 아이들”이라고 하거나, “윤지영님 닮았다 했더니” 등 밴드에 관한 힌트도 가득하니, 뮤직비디오를 즐기며 다음 작업도 기대해보자.

DIRECT | TRPP
FILM | noah
CAST | Chi-Chi Cliché, elephant999, Furukawa Yukio

TRPP 인스타그램

 

 

Writer

Editor |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