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 부문이 아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라 다소 아쉬움을 남긴 화제의 영화 <미나리>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미국 국적의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고, 미국 본토에서 촬영 및 제작되어 후보 선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래 연일 수상 세례가 이어지며 이미 70여 회의 수상 실적을 쌓았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1년이 넘어서야 국내에서 개봉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주목을 받았는지 알아보았다.

영화 <미나리>(2020) 예고편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

정이삭(Lee Isaac Chung)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감독이다. 미국 콜로라도의 덴버에서 태어나 아칸소 전원 지역의 농장에서 자라나, 이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나리>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의사가 되기 위해 예일대 생물과에 진학했으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의사의 꿈을 포기했다. 르완다에서 촬영한 감독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가 칸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어 찬사를 받으며 주목받는 감독으로 부상했다. 영화 네 편을 제작한 후 자신감이 생긴 그는 다섯 번째 작품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영화에는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설립한 ‘플랜B’가 제작에 참여했고, ‘A24’가 배급을 맡았다.

정이삭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대담 영상

 

이민 가족의 공통적인 애환

영화 <미나리>에는 미국 남부의 외딴 지역으로 들어와 작물을 경작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한인 가족이 등장한다. 아이를 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들어온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미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와 그 후손들에게 ‘고향’을 상징하며 영화에의 몰입도를 높인다. “할머니한테 한국 냄새가 난다”라는 손자의 투정은, 고향을 점점 잊을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슬픈 현실 상징한다. 순자가 고향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뿌리면서 “미나리는 1년이 지나야 잘 자란다”라고 말하는데, 제목에 쓰인 ‘미나리’는 낯선 땅에서 정착해야 하는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대변하며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냈다.

재미난 영어 수상소감으로 화제가 된 배우 윤여정

영화 <미나리>는 각종 영화제에서의 수상 러쉬와 함께 로튼토마토 평점 98%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배우 윤여정의 고향 할머니 연기에는 평단의 찬사와 함께 30여 회 연기상이 뒤따랐으며, 그는 시상식에서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영어 소감을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월에 발표할 골든 글로브나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개봉에서 얼마나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