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배우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이 암 투병 중에 출연한 유작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가 지난 12월 18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제작자로도 활동 중인 덴젤 워싱턴이 영화 <펜스>(2016) 이후 두 번째로 영화화한 극작가 오거스트 윌슨(August Wilson)의 작품으로, 바이올라 데이비스(Viola Davis), 글린 터먼(Glynn Turman), 콜맨 도밍고(Colman Domingo) 등 연극계에서 유명한 아프로-아메리칸 배우들이 출연한 바 있다. 1920년대 초기 블루스 음악은 재즈 뮤지션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가 재현했으며, 보스턴 영화비평가협회의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상을 받았다.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 예고편

 

마 레이니의 ‘Black Bottom’

‘마’ 레이니는 남편 ‘파’ 레이니와 함께 미국 전역에서 순회 공연을 하며 블루스의 어머니(Mother of the Blues)로 불리던 블루스 싱어송라이터였다. 남부의 인기 싱어였던 그를 파라마운트 레코드가 시카고로 불러들여 1923년부터 5년 동안 약 100여 곡을 녹음했는데, 영화 제목 ‘Ma Rainey’s Black Bottom’은 그중 1927년 녹음한 곡으로, 영화 역시 이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점차 블루스가 퇴조하고 대세가 스윙으로 넘어가자, 마 레이니는 현역에서 은퇴하고 고향 조지아주의 컬럼버스로 돌아가 극장을 운영하다가 1939년에 53세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인기곡 ‘Bo-Weevil Blues’와 ‘Moonshine Blues’는 초기 블루스를 대표하는 곡으로 들어볼 만하다.

마 레이니 ‘Ma Rainey’s Black Bottom’(1927)

 

1920년대 사회상: 사회적 불평등

1927년의 시카고 한 여름, 마 레이니의 밴드 뮤지션 셋이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서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들은 녹음 준비를 하면서 서로 장난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대화에 당시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어, 영화 주제가 음악이 아닌 사회적 불평등임을 알게 된다. 흑인과 백인, 남자와 여자, 음반사와 뮤지션, 밴드 리더와 멤버들 사이 고조된 긴장은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서 블루스는 그 음악적 태생처럼, 사회적 불평등이란 시대상을 전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메이킹 영상 <Viola Davis: Embodying Ma Rainey>

 

오거스트 윌슨의 ‘피츠버그 연대기’

덴젤 워싱턴은 극작가 오거스트 윌슨(August Wilson)의 피츠버그 연대기(‘The Pittsburgh Cycle’ or ‘Century Cycle’) 열 작품을 모두 영화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독일계 아버지와 아프로-아메리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거스트 윌슨은 ‘블랙 아메리카 연극의 시인’이라 불리며, 피츠버그 연대기에 속한 <Fences>와 <The Piano Lesson>으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영화화한 <Ma Rainey’s Black Bottom>은 1984년에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처음 276회 상연되어 토니상 후보작에 올랐고, 2003년에 우피 골드버그가 마 레이니 역을 맡으며 다시 48회 상연된 바 있다.

브로드웨이 연극 <Ma Rainey’s Black Bottom>의 한 장면

이 영화에서 트럼펫 연주자 ‘레비’ 역을 맡은 채드윅 보스만은 2019년 8월 촬영을 마친 후 1년 만인 올해 8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작이 된 영화는 당시 포스트 프로덕션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