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빠르게 이뤄진 도시화와 산업화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도시 전체가 황폐해지고 서민들의 삶의 질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이런 시대적 배경 하에, “작은 공간이라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는 없을까”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건축가다. 그는 건축으로 서민들의 삶과 행복을 구하고자 했고 ‘대규모 공동주택’이라는 새로운 건축방식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늘날 여러 국가에 분포된 그의 건축물들은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17개나 등재되며 큰 영향력을 흩뿌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위대한 건축가이자 평론가, 화가인 르 코르뷔지에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주요 회화 작품들과 평생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던 동방여행 스케치*, 전시장 군데군데 설치한 그가 쓴 기록들까지 살펴볼 수 있다.
*동방여행 스케치- 르 코르뷔지에가 동방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스케치로, 그의 건축적 사고를 형성하고 건축가로서의 본질을 깨달은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생애
시계 장식미술을 가르치는 라 쇼드퐁 장식미술학교에 입학해 화가의 꿈을 키우던 르 코르뷔지에는 그에게 건축가가 되기를 권유했던 스승 샤를 레플라토니에(Charles L'Eplattenier)를 만나면서 처음 건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레플라토니에는 그의 재능에 비해 사는 마을이 너무 좁다고 판단해 유럽여행을 갈 것을 제안했고, 르 코르뷔지에는 이탈리아, 파리, 동방의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통해 더 큰 ‘건축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삶을 살기로 한 르 코르뷔지에는 파리로 넘어가 과거의 건축양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건축방식에 대해 공부했고,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한 건축 이론에 대해서도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폐허로 변한 도시를 구하고자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없는 최적의 황금 수치를 개발해 대규모 공동주택인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을 만들었다. 이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건축혁명”이라 일컬어지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주목해야 할 것
본 전시에서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만든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모형 50점을 만나볼 수 있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한 르 코르뷔지에의 책 한 권으로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안도 다다오가, 그의 정신적 스승인 르 코르뷔지에를 기리며 직접 만든 건축 모형과 드로잉, 에세이, 사진 등을 선보인다. 더불어 관객들에게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두 개의 체험공간을 제공한다. 파리와 서울의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하여 촬영한 롱샹성당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섹션과, 르 코르뷔지에가 마지막 생애를 보낸 니스의 4평짜리 통나무집 ‘카바농’을 그대로 재현한 특별관이다. ‘4평이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공간을 직접 손끝으로 느껴보노라면 건축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민했던 르 코르뷔지에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함께 밟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시 2016.12.6~2017.3.26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시간 11:00~19:00(동절기 2월까지), 11:00~20:00(하절기 3월부터)
요금 성인일반 15,000원, 학생 10,000원
문의 02-532-4407
주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lecorbusi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