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의 골목 안, 언덕길을 오르다 잠깐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면 앙증맞은 초록산이 보인다. 홀린 듯 문을 여는 순간 들리는 새 지저귀는 소리. 은은한 커피 향과 색색의 꽃. 그날 공교롭게도 마운틴 파카를 입고 있었는데, 산 중턱에 있는 산장에 목을 축일 겸 들른 모양새와 다를 바가 없었다. 순간 서울 한복판에서 어딘가의 산으로 산행을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끄러운 이태원대로 뒤편, 우사단길 아래 자리한 ‘아이라이크마운틴’은 문을 연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다. 커피와 디저트, 주류를 판매하는 카페이자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를 제작하는 리빙 브랜드. 양재의 내츄럴 와인바 ‘도곡옥’, 서촌의 카페 ‘풍류관’, 광화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조우’ 등 알만한 사람은 아는 핫플레이스를 작업했다. 인테리어디자인을 시작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아이라이크마운틴은 명확한 선을 따르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실험하는 중이다. 

서촌의 카페 ‘풍류관(風流館)’

리빙 브랜드인 아이라이크마운틴은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을 겸한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것을 넘어 클라이언트와 동화되어 작업한다. 전부 직접 시공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손 안 가는 곳이 없다는 게 브랜드의 특징. 도곡옥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리 배치와 정갈함을 우선으로 작업했다. 조금이라도 넓게 느껴지도록 간접등을 설치하고 테이블은 멀바우 집성목으로 제작했다. 풍류관은 고택을 개조해 빈티지한 맛을 살린 현대식 한옥으로 재탄생시켰다. 벽면은 시멘트를 까내 기존의 벽돌벽을 살린 후, 툇마루를 설치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냈다. 조우 역시 2층짜리 가정집을 레스토랑으로 바꾸는 작업을 거쳤다. 과도한 멋을 배제하고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도록 내외부를 조성했다. 테이블, 의자 등의 가구를 전부 직접 제작했는데, 거기에만 작업 시간의 절반 이상이 쓰였다. 나무의 다양한 사용이 돋보이는 그들의 작업은 조금은 투박하지만 겉멋 없이 깔끔해 오히려 세련된 느낌을 준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을 중요시하는 아이라이크마운틴은 항상 무엇을 비울지 고민한다.

광화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조우(jowoo)’

브랜드의 작업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쇼룸은 오래된 건물 내부를 그대로 보존해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동네 토박이 어르신들도 거부감 없이 종종 커피를 마시러 이곳을 찾는다고. 재개발 지역이지만 우연히 둘러본 동네에 마음을 뺏겨 조금은 즉흥적으로 장소를 골랐다. 아이라이크마운틴의 시그니처 마크인 산 모양 그림도 10분 만에 슥슥 수정 없이 그린 것. 예쁘장하고 세련돼 SNS용 사진 찍기는 좋지만, 편히 앉아서 쉬기는 어려운 공간이 늘었다. 사람보다 공간이 먼저인 느낌마저 들 정도. 쇼룸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획한 곳인 만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주문하면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물이 함께 나온다. 커피를 마시다 물을 마시기도 하고 그렇게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가는 공간.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온종일 들으면 귀가 피로해지기 마련. 피로감 없이 공간과도 잘 어울리도록 새소리를 튼다. 언제 들러도 마음이 편안한 쇼룸에서는 플라워 클래스와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남동의 ‘아이라이크마운틴’ 쇼룸

아이라이크마운틴은 자신들을 환경보존단체로 소개한다. 브랜드 이름도 그와 뜻을 같이하는데 환경문제에 대단한 큰 뜻을 품어서는 아니란다. 인류가 나아갈 패러다임을 자연으로의 회귀로 보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환경 보존을 위한 여러 실험 중 하나로 쓰레기통 설치 및 환경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다. 쇼룸이 위치한 이태원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 길거리엔 무단 투기 쓰레기가 넘쳐나고, 쓰레기 수거 문제로 주민들 간에 싸움도 잦다. 당장 올겨울엔 쇼룸 앞 공원을 꾸미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도시경관 조성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아 주민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까지 목표로 한다.

‘자연은 우리들에게 횃불’  출처: ‘아이라이크마운틴’ 인스타그램

아이라이크마운틴에는 당연한 것이 없다. 무엇이든 상황에 가장 맞는 것으로, 내 눈에 가장 예쁜 것을 고른다. ‘당연’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강제나 법칙이 없기에 더없이 자유롭고 편안하다. 하고 싶은 것을 고민 없이 저지르고 직접 부딪히며 헤쳐나가는 게 그들만의 스타일. 잘 포장해서 선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지만, 그래서 역으로 꾸밈이 없이 솔직한 태도가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잘 다듬어지지 않아서 즐거운 아이라이크마운틴의 새로운 실험을 응원한다. 

 

아이라이크마운틴 인스타그램

아이라이크마운틴 홈페이지

 

Writer

김혜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