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에 개봉한 뮤지컬 코미디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1억 달러의 박스 오피스 수입을 돌파하면서 컬트 클래식 영화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두 시간을 훌쩍 넘는 지루한 로드 무비였지만,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 아레사 프랭클린, 캡 캘로웨이 등 블랙 뮤직의 레전드들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관객들을 즐겁게 하였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블루스 레전드가 등장하였다. 1940년대의 디트로이트 블루스 클럽에서 “킹 오브 부기”라 불리던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가 길거리 블루스 뮤지션으로 깜작 출연해 그의 최고 히트곡 ‘Boom Boom’을 노래하였다.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존 리 후커

존 리 후커는 미시시피주의 한적한 동네에서 열한 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자라면서 학교에 다닌 적 없었고, 글을 쓸 줄 몰랐다. 블루스 가수였던 양아버지에게 기타를 배운 후 14세에 집을 나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부모 역시 만나지 않았다. 길거리 블루스맨으로 멤피스의 하우스 파티에서 돈을 받고 연주하던 그는, 디트로이트의 포드 공장에 취직하면서 주위의 블루스 클럽 신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후커는 글자와 악보를 쓸 줄 몰랐으나 1949년의 자신이 쓴 가사로 오리지널 싱글 ‘Boogie Chillen’을 발매했고, 이 노래는 그의 첫 히트곡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 흑인 뮤지션들이 음반 취입으로 제대로 된 수입을 받지 못해, 음반사와 계약할 때마다 John Lee Booker, Johnny Lee, John Lee Cooker, Delta John 등 십여 가지의 각기 다른 예명을 사용했던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존 리 후커의 첫 히트곡 ‘Boogie Chillen’(1949)

1960년대에 ‘Boom Boom’(1962), ‘Dimples’(1964) 같은 히트곡을 냈고, 1970년대에는 스티브 밀러, 엘빈 비숍, 밴 모리슨과 같은 젊은 블루스 뮤지션들과 콜라보 앨범을 냈으며, 음악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1980)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블루스 레전드의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활동에 나서, ‘라 밤바’를 히트시킨 밴드 로스 로보스(Los Lobos)와 인기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 블루스 가수 보니 레이트 등과 함께 음반 <The Healer>(1989)을 내며 80대에 접어들 나이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 음반은 빌보드 앨범차트 62위에 올랐고, 수록곡 ‘I’m in the Mood’는 그래미 블루스 연주상을 수상하였다.

앨범 <The Healer>(1989)에 수록한 ‘The Healer’

그 후에도 내는 음반마다 상업적인 성공은 계속되었다. 앨범 <Chill Out>(1995) 역시 그래미 블루스 연주상을 받았고, 밴 모리슨과 함께 콜라보한 <Don’t Look Back>(1997)은 그래미 2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들어서 그래미 4관왕의 전성기를 맞으며, 로스앤젤레스에 다섯 채의 집을 소유하면서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 2001년 자택에서 자던 중 죽음을 맞았는데, 8명의 자식과 19명의 손자와 손녀,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증손자, 증손녀들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카를로스 산타나와의 공연 실황(1986)